동양학/神의 世界

[스크랩] 제2장 극락과 지옥 35, 저승의 모습

검은바람현풍 2012. 3. 7. 15:41
 

저승의 모습



 먼 옛날 세민임금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다. 그는 고집이 세고 성격이 포악하여 백성들을 괴롭혔고, 불법(佛法)을 무시하여 불교를 믿는 사람이면 누구나 험한 벌로 처단하였다. 이렇듯 못된 짓만 하다가 결국 요절하여 저승으로 가게 되었다. 먼저 죽어 저승에 와 있던 사람들이 세민임금을 보자 생전의 원수를 갚겠다고 몽둥이를 들고 덤벼들었다. 저승차사는 이들을 만류하며 세민임금을 저승왕에게 데리고 갔다. 저승왕은 세민의 생전 기록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지옥으로 끌고 가라고 명했다. 그러자 저승의 백성들이 저승왕 앞으로 몰려와 간청했다.

 “세민임금은 생전에 우리들의 재물을 억울하게 빼앗았으며, 무고한 사람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괴롭히는 등 포악한 짓만 일삼았습니다. 그러니 부디 원수를 갚아 주옵소서.”

 이 말을 들은 저승왕은 세민임금에게 꾸짖으며 말했다.

 “들었느냐 이 고약한 사람아. 너는 어찌하여 이승에서 못할 짓만 골라 하였느냐? 마땅히 옳은 일을 해서 갚아야 할 것이다. 빼앗았던 돈도 모두 돌려 주어야 할 것이다.”

 세민임금은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였다.

 “옳은 일을 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돈이야 어디 있어서 갚겠습니까?”

 그러자 저승왕은 노해서 소리쳤다.

 “그러면 네가 이승에서 백성들에게 빼앗았던 돈들은 다 어찌 하였느냐? 네가 갚지 못한다면 만 년 동안 독사가 우글거리는 통 속에서 지내야 되는데, 그래도 괜찮다는 말이냐?” 

 독사 지옥 얘기를 듣자 세민임금은 공포에 질려 떨면서 대답했다.

 “이승에서는 진실로 잘못하였습니다. 만일 저승왕께서 돈을 좀 꿔 주시고 저를 이승으로 다시 돌려보내 주신다면 기필고 선행을 쌓아 다시 저승 올때는 꼭 갚아드리겠습니다.” 

 “그대는 지금 이승에 있는 매일장상이란 사람을 아느냐?”

 “모르옵니다.”

 “그 사람은 저축을 많이 하여 저승에서는 제일 가는 부자이니, 그 돈을 좀 내어 주겠다. 훗날 그를 찾아 갚아주도록 하여라.” 

 생전에 벌은 돈이 저승에 그대로 저축된다는 말을 듣자, 세민임금은 잔뜩 기대하는 마음에 자신의 저승궤를 찾아 뚜껑을 열어 보았다. 그런데 안에는 나락 한 묶음만 놓여 있는 것이었다. 돈을 모으기로는 자기가 최고라고 여겼는데, 동전 한 닢도 없자 이상하여 저승왕에게 물어보았다. 

 “어찌되었건 생전에 재물을 많이 모아놨는데 왜 저의 저승괘는 텅 비어 있는 것입니까?”

 “너는 이승에서 남의 것만 착취할 줄 알았지, 남에게 네 것을 베푼 일이 없지 않느냐? 단지 어렸을 때 동네 늙은이에게 나락 한 묶음을 준 것 밖에는 없다. 살았을 때 남에게 많이 베푼만큼 저승궤에 재산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남에게 덕을 베푸는 일입니까?”

 “배고픈 사람에게는 밥을 주고, 헐벗은 사람에게는 옷을 주고, 돈 없는 사람에게는 돈을 주고······ 하는 것이 덕을 베푸는 일이니라. 즉, 만인이 필요한 것을 살펴 정성껏 도와주는 일이다. 그러니 속히 이승으로 나가서 만인에게 적선하고 돌아오너라.”

 저승왕은 이렇게 말한 후 덧붙여 이승으로 돌아가는 법을 소상히 알려 주었다.

 “네가 여기를 나가다 보면 어린 송아지와 흰 강아지가 나타나 길을 인도해 주겠다고 할 것이다. 그 말을 듣지 말고 계속 곧은 길로만 나가야 하느니라. 곧은 길이 끝나는 지점에 검천랑이라는 차사가 있을 터이니, 그자에게 물으면 이승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세민임금은 저승왕의 말을 명심하고 이승을 향해 길을 떠났다. 도중에 정말로 송아지와 강아지가 나타났으나 무시하고 곧은 길로만 나아갔다. 그리고 무사히 검천차사를 만날 수 있었다.

 “차사님, 이승으로 나가려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당신이 세민임금이시군요. 이쪽으로 따라 오십시오”

 세민임금이 검천차사를 좇아 얼마쯤 가니 문이 하나 나타났다. 검천차사는 그 문을 열며,

 “이 컴컴한 데로 쭉 내려가시면 이승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속히 가십시오.”

 하면서 세민임금의 등을 문밖으로 밀쳤다. 그러자 세민임금은 천지 연못 같은 곳을 첨벙하고 떨어져 끝을 알 수 없는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다.

 세민임금이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려보니 그곳은 바로 이승이었다. 잠시 졸도하였다가 깨어난 것이다. 그는 대궐로 돌아와 즉시 만조백관들을 모이게 하고 매일장상이란 사람을 찾도록 명하였다. 얼마 후 매일장상은 한 마을에서 신을 만들어 팔고, 그 마누라는 술 장사를 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민임금은 걸인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야심한 시간을 택해 매일장상의 집을 찾아갔다.

 “타지(他地)에 온 길손인데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누추하지만 어서 들어오십시오.”

 매일장상은 다정스럽게 세민임금을 맞아 들였다. 세민임금은 술을 청하여 석 잔을 마신 뒤 술값이 얼마냐고 물었다.

 “한 잔에 두 푼씩 육 푼만 주십시오.”

 “술값이 무척 싼 편이로군요.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다른 집에서 네 푼을 받으면 저희는 두 푼을 받고, 다른 집에서 두 푼을 받으면 저희는 한 푼을 받고 하는 것은 예전부터 항상 있던 일입니다.”

 ‘이것이 바로 적선인가’하고 세민임금은 생각했다. 며칠 후 세민임금은 다시 매일장상의 집을 찾아왔다.

 “신발 한 켤레만 주십시오.”

 매일장상은 “그러십시요”하며 신발 두 켤레를 내어주는 것이었다. 세민임금은 왜 한 켤레를 더 주는지 물어보았다.

 “신 한 켤레를 사는 자에게 두 켤레를 주고, 두 켤레를 사는 자에게 네 켤레를 주는 것은 예전부터 지켜온 저의 규칙이지요.”

 이것도 역시 적선인가 보구나 생각하고 세민임금은 며칠 후 또 매일장상의 집으로 왔다.

 “주인장, 돈 열 냥만 좀 빌려 주십시오.”

 “그렇게 하시지요.”하며 매일장상은 선뜻 열 냥을 내주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 주었다가 안 갖다 주면 어쩌려고 하십니까?”

 “걱정마시고, 옹색하시거든 얼마든지 갖다 쓰시고 돈이 생기면 갚아 주십시오. 만약 돈이 생기지 않으면 언제까지든 안 갖다 주셔도 좋으니 조금도 염려하지 마십시요.”

 매일장상은 즐거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세민임금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적선이로구나. 이런 식으로 매일장상은 수만 명의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었으니 저승궤에 돈이 가득할 수밖에 없구나!’라고 생각하며 크게 교화(敎化)를 받게 되었다. 그 후 세민임금은 완전한 적선의 도를 펴고자 일심으로 노력하였다고 한다.

                                                          《세민황제 본풀이》


----------------------------------

9) 제주도에서 굿을 할 때 부르는 노래. 이 신화의 원문은《朝鮮巫俗の 硏究》上권에 수록되어 있다.


 설화에 나온 저승이나 실제 체험하였다는 사람들이 묘사한 저승의 모습에는 공통점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물을 경계로 삼는다는 것이다. 물론 물질적인 물은 아니지만 이러한 물줄기를 기준으로 이 곳을 완전히 넘으면 저승인 것이다. 물은 수기(水氣)의 화현으로 정(精)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氣와 氣를 가르는 경계의 역할을 한다. 산황대신이 물을 경계로 구역을 나누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가령, 한강 이북은 삼각산 산신이 주재하고 이남은 관악산 산신이 주장한다. 이렇게 물이 지닌 특수성에 의하여 저승과 이승의 경계로서 등장한 것이다. 저승으로 가는 물줄기를 철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영육경계선(靈肉境界線)’이라 할 수 있다. 이 곳을 넘지 않고 배회하는 데서 제반의 귀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영육경계선을 넘어 저승에 안착한 영혼은 정기(精氣)가 흩어지기 전에 또다른 생을 찾아 윤회한다. 이 때 대개 50%는 전생에 살던 나라로 가고, 40%는 주변의 나라로, 10%는 먼 나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간혹가다 100만분의 1 확률로 외계의 문명으로 가기도 한다.

 윤회를 하는 원동력은 자신의 판단이 아니다. 대다수의 영혼들은 어떤 흐름에 휘말려 따라가게 된다. 그 흐름은 바로 첫째 자신의 영적 차원에 맞아야 하며, 둘째 영혼의 발전에 필요한 곳이어야 하며, 세째 제가 저지른 업보에 의한 인과대로 윤회하게 된다. 3~4천의 중생들은 이 세 가지 요소에 의해 자신의 윤회가 결정된다. 5천 이상의 영력을 지닌 소수만이 자신의 발전에 필요한 곳을 판단하여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수 그룹에 들어가는 것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바로 운명의 주체가 되느냐 아니면 객체가 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격암유록]과 같은 예언에서는 한결같이 앞으로 한국에서 영적 혁명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영적 혁명이란 것이 갑자기 재림예수가 구름타고 와서 이루는 것도 아니며, 미륵이 갱생하여 중생을 구제하면서 이루는 것도 아니다. 바로 제 정신을 바로하여 운명의 주체가 되는 사람이 눈에 띠게 많아지는 것이 영적 혁명이다.     


출처 : 태극선법 (玄同仙院)
글쓴이 : 玄同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