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모습
영혼의 모습에 대하여 나라마다 민족마다 조금씩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가령, 벵갈만에 있는 네그리토족은 영혼을 그림자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였다. 산탈족은 영혼이 도마뱀과 유사하게 생겼다고 믿었고, 말레이시아와 보르네오 사람들은 영혼이 새와 같은 존재라고 믿었다. 그리고 콜롬비아의 노트카족, 인도인, 에스키모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육체는 썩어 없어지나 인간 형상의 주먹만한 크기의 영혼은 살아서 떠돈다고 믿었다. 이렇게 지역과 민족에 따라 각기 다른 영혼관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장구한 세월이 흐르면서 영혼에 대한 인류의 체험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고, 결국 영혼의 모습이 인간과 흡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2차대전경 만주 하이자루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던 기호라는 청년이 겪은 이야기이다. 당시 ‘니야마’라고 창씨 개명한 조선 청년이 있었는데, 어느날 그가 기호에게 자신이 죽으면 고향에 소식좀 전해주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기호는 속으로 멀쩡한 녀석이 별 부탁을 다한다고 싱겁게 생각하고 넘겼다. 그리고 며칠 후 소련군으로부터 무차별 폭탄세례를 받았다. 그날밤 10시경 기호는 파수를 서게 되었는데 전방 10미터 거리에서 니야마가 성큼성큼 걸어서 자기쪽으로 오는 것을 보았다. 니야마는 전투모를 쓰고도 흰두건을 항상 늘어뜨리고 다니는 특징이 있어서 한눈에 니야마인 줄을 알아보았다. 그래도 기호는 군령에 따라 “누구야 정지”하고 소리를 쳤다. 그런데도 그는 아무 대답도 없이 마구 오더니 2미터 전방에서 방향을 바꾸어 진지 꼭대기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기호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이튿날 날이 밝는대로 니야마가 넘어 갔던 방향으로 가보았다. 그랬더니 그 바로 밑의 참호에 폭격으로 산산이 찢어진 니야마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그때서야 기호는 전날 밤에 나타난 니야마가 유령임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니야마는 자기의 주검을 기호에게 확인시키고 예전에 부탁했던대로 고향에 알려주기를 바래서 유령으로 나타난 것이었나 보다. [혼정설화]
수도자나 신인(神人), 무속인(巫俗人) 등은 종종 신의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자태가 곱고 밝은 신을 보고 황홀해 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흉측하고 무서운 신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한다. 그렇다면 귀신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귀신은 그 형상도 가지각색이다. 앞의 설화에 나오는 니야마와 같이 생전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가령, 굶어 죽어 배를 웅켜쥐고 있는 귀신, 교수형을 당해 목을 흐느적거리는 귀신, 객사하여 거지같은 몰골을 하고 다니는 귀신, 머리를 풀어 헤치고 얼굴은 백지장 같은 처녀 귀신(손각시), 늙어 꼬부라져 죽은 할매귀신, 상사병에 걸려 비쩍 말라 죽은 총각 귀신(몽달귀), 불에 타서 시커멓게 그을려 죽은 귀신, 물에 빠져 퉁퉁 불어터져 죽은 귀신, 태아로 죽어 올챙이 같이 가분수로 생겨먹은 귀신, 독약 먹고 죽어 입가에 피를 질질 흘리는 귀신… 등등 그 죽은 바에 따라 천차만별의 형상이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육체상의 가해에 의하여 죽은 경우, 귀신의 모습은 어떻게 변하며, 또한 어떤 성질이 남아 있게 되는가?
일반적으로 늙어 죽는 경우, 가령 70세의 노인이 죽는다면 그 영혼의 모습이 대체로 50대의 모습으로 보인다. 이는 육체의 모습과 영혼의 모습이 일치하기는 하지만 얼굴에 쭈글쭈글한 주름과 곰버섯이 핀 노인의 모습까지 그대로 영혼의 모습으로 옮겨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할아버지 귀신들을 보면 백발이 성성하고 수염이 휘날려 언듯 보기에는 70, 80 먹은 노인으로 보이나, 자세히 보면 주름이 그렇게 심하지 않은 피부를 지니고 있어 50대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생전의 모습은 육체에 의해 100% 결정되지만, 죽으면서는 육체라는 껍질에서 탈피되어 적정 상태의 모습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바로 물질과 비물질의 차이에 의해 영혼이 생전의 모습과 약간의 구별이 생기는 것이다.
불행하게 열달을 채우지 못하고 낙태가 된 경우를 보면, 각자의 근기에 따라 올챙이 모양의 낙태귀가 될 수도 있고 동자나 동녀신으로 환신할 수도 있다. 또한 어려서 죽은 아이 귀신의 경우, 가령 한 살 때 죽었어도 실제로 그 영혼을 만나 보면 3~5살은 되어 보인다. 이는 한 살에서 세 살까지는 아직도 전생의 성질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이 때 죽은 애기 귀신들은 전생의 여력을 받아 동자 동녀의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육신 상의 가해를 입고 죽은 영혼들이다. 몇 해 전에 평소 안면이 있던 중년의 한 남자가 중고차를 사고부터 늘상 배가 아프다며 찡그리고 다녔다. 몇군데 병원을 찾아가 보아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조사해 보니 글쎄 차의 우측 앞바퀴에 배가 터진 채 붙어 있는 귀신이 있는 것이 아닌가! 죽을 때에 배가 터져 끔찍하게 죽은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 귀신이 차의 주인에게 감응되자 원인 없이 배가 아프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바로 귀신은 이미 육신을 벗어났음인데 어째서 배가 터진 모습에 배가 아픈 표정을 그대로 짓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거두절미하면 귀신은 지적 작용이 감소되어 감정 위주로 반응하는 정혼(情魂)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영혼을 가리킬 때는 ‘정신(精神)’이라 하고 죽은 귀신을 통칭할 때는 ‘신(神)’이라 한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차이는 바로 글자그대로 ‘정(精)’이란 글자가 있고 없고에 있다. 정(精)이란 기(氣)를 써서 지적 판단을 하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죽으면서 정(精)이 대부분 이탈되어 정신(精神)이 아닌 신(神)이 되고, 이렇게 되면 지적(知的) 의식이 대폭 떨어지게 된다. 즉, 감정 위주로 반응하는 신(神)이 되는 것으로, 이 때의 성질을 감안하여 정혼(情魂)이라 부르는 것이다. 대개의 귀신은 이렇게 정혼이기 때문에 판단력이 미비하고, 따라서 사후에도 계속해서 자신의 배가 터져 있고, 그래서 아픈 것으로 믿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음식을 잘 차려 대접을 하면서 납득을 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이제는 영혼이 되어 배가 아프지 않을 텐데 무엇을 그리 고통스러워하느냐고 납득을 시켜 맺힌 감정과 배가 터졌다는 그릇된 믿음을 버리게 하면 원래의 모습으로 환원될 수도 있다. 그러나 생전에 영적 퇴락이 심하게 된 귀신은 지적 작용이 극소하여 그래도 풀어지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천도제를 지내 조상 신계에 귀속시키던지, 아니면 빨리 윤회하여 인도환생할 수 있게끔 해 주는 것도 절실하다.
이렇게 귀신은 정혼으로서의 성질에 의해 생전에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으면 죽어서도 이것을 그대로 믿게 되는 특징이 있다. 이것으로 인해 목이 잘린 귀신은 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머리를 밑으로 흐느적거리며 나타난다. 불에 타 죽은 귀신은 시커멓게 그을린 상태로 돌아다닌다. 이치 상으로는 영혼이 되면 육신의 형상과는 별개의 것이기 때문에 온전해야 할 것이지만, 이들 귀신들은 지적 작용의 미흡으로 인하여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관운장 같은 신은 목이 잘려 죽었지만 신체상의 하자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생전의 위엄보다 더 굳세고 기풍이 당당하여 천하의 귀신들을 호령하는 천상의 대장군으로 거듭나 있다. 이것은 생전의 영적 역량이 높아 죽어서도 살아서와 같은 지적 역량을 그대로 지니는 바, 육신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사람들의 정신은 죽으면서 정(精)을 잃으며 정혼(情魂)이 되지만, 영력이 높은 경우는 정(精)의 손실이 적어 생전의 정신을 그대로 보존하게 된다. 이렇게 생전의 정신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영혼을 일러 선신(仙神)이라 하며, 이 쯤은 되어야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온전한 모습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영적 차원이 낮은 귀신들은 육신의 영향을 그대로 받게 되어 죽을 때의 흉측한 모습을 그대로 지니게 된다. 이런 흉측한 귀신들을 원래의 모습대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잘 달래서 원한을 풀도록 한 후 이치적으로 설명해 주어 납득하게 하던지, 아니면 무조건 믿도록 유도해야 회복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치료 약이 곧 해원이며 믿음인 것이다. 그러나 수준 미달의 귀신들에게는 ‘무식한 도깨비는 진언도 모른다’는 말이 있듯 이 또한 잘 먹혀들지 않는다. 그래서 귀신 하면 무섭고 흉측하다는 관념을 세상에 심어 주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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