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음성
전설의 고향을 비롯하여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보면 귀신의 음성이 사람의 음성과 동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한 실제로 접신이 되었거나 신통이 된 사람들의 말을 들어 봐도 인간의 음성과 동일하다고 한다. 다음은 귀신이 사람에게 말을 건넸다는 설화이다.
신라 37대 혜공왕(779년 4월) 때의 일이다. 갑자기 김유신 장군의 무덤에서 회오리 바람이 일어나더니 준마를 탄 김유신 장군과 그를 따르는 40명 가량의 군사가 무덤에서 솟아 나와 미추왕릉(죽현릉)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능 속에서 다시 진동이 일어나고 우는 듯한 소리와 하소연 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이,
“신(김유신)이 평생동안 신명을 다받쳐 난국을 헤치고 삼국을 통일한 공이 있으며, 죽어서도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잠시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경술년에 무고한 저의 자손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으니 이는 임금님이나 신하들이 저의 공과 충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은 차라리 먼 곳으로 가서 다시는 나라를 위해 힘을 쓰지 않을까 합니다.”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미추왕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공이 나라를 지키지 않는다면 저 백성들을 누가 돌본다 말이오? 공은 전과 같이 힘쓰도록 하시오.”
미추왕이 세 번을 청해도 김유신은 세 번 다 듣지 않고 다시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는 자신의 무덤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런 괴변이 계속되자 결국 혜공왕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혜공왕은 황급히 대신 김경신을 김유신의 무덤에 보내어 잘못을 사과하고 공을 위해 공덕보전(功德寶田) 30결을 취선사에 내려서 명복을 빌게 하였다. 《삼국유사》
신라 진평왕이 정사는 돌보지 않고 사냥만 다니므로 이찬 김후직(金后稙)이 왕께 여러 번 간(諫)했으나 왕은 듣지 않았다. 몇 해가 지나 김후직은 늙고 병들어 자리에 눕게 되었다. 그는 자식들에게 유언하기를, “신하의 도리를 못하고 죽게 되니 마음이 편치 않구나. 내가 죽은 뒤에 반드시 임금께서 사냥다니시는 길가에 묻도록 하여라.” 하였다. 그의 자식들의 부친의 유언대로 진평왕이 사냥 다니는 길 가에다 묘를 썼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진평왕은 으례이 그렇듯 그날도 사냥을 나갔다. 그런데 김후직의 무덤 옆을 지날 때 갑자기 탄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왕께서는 사냥을 가시지 마옵고 정사를 돌보소서,” 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왕은 괴이하게 여겨 주위를 둘러봤으나 보이는 것은 무덤밖에 없었다. 그 때 동행한 신하가 이 묘는 김후직의 묘이며 그가 유언한 이야기를 아뢰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말에서 내려, “후직은 과연 충성이 지극한 신하로다! 살아서와 마찬가지로 죽어서도 뜻을 잊지 않았으니 내 어찌 이찬의 말을 좇지 않으리오” 하고는 발길을 대궐로 돌렸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왕은 다시는 사냥을 나가지 않고 오로지 정사에만 힘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김후직의 묘를 죽어서도 뜻을 간(諫)하는 신하라 하여 ‘간신묘(諫臣墓)’라 불렀다.《한국민간전설집》
그런데 실제 귀신의 음성은 인간의 음성과 동일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신의 소리를 듣는 데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신이 인간의 의식에 빙의나 접신이 되어 소통하는 경우이고, 둘째는 인간이 자신의 의식을 영계의 파장대에 맞추어 신과 소통하는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는 신의 소리가 인간의 음성과 같게 들린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높은 음계에서 나오는 신의 음성을 듣게 된다. 마치 바이올린의 높은 음이나, 피리의 높은 음에서 울려나오듯 신의 음성이 고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는 신의 진동이 대단히 빠르기 때문으로, 신을 부르는데 요령을 사용하거나 장단을 빠르게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무당이 굿을 할 때 처음에는 천천히 뛰다가 신이 실리게 되면 빠른 동작으로 펄쩍펄쩍 뛰게 되는 것도 바로 신의 진동수에 맞추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회에서 기도할 때 방언이 터져나오는 원리도 마찬가지이다. 기도 시에 점점 흥분되어 뇌파가 격렬하게 되면 신의 고주파와 간섭현상이 일어나고, 이때 신의 음성이 뇌파를 타고 들어와 사람의 언어를 교란하게 된다. 그러면 말이 뒤틀어져 해괴한 소리를 질러대게 되는 것이다.
여하튼 실제 신의 음성은 인간의 음성과는 높낮이가 다른 고음에서 나오는 소리인 것으로, 신과의 소통 시에 이 점을 염두에 두면 현재 어떤 상태에서 신통이 이루어지는 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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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주체가 되어 신파(神波)를 자신의 의식에 끌어 소통하는 경우도 신의 음성이 인간의 음성과 동일하게 들린다. 그러므로 신의 음성이 고음이 아니라 하여 무조건 접신이나 빙의로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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