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기초 생리 (난과생활 08년2월호 송세근님기고문)
기고 1편 광도와 작물생육
들어 가면서...
현재 지구상에는 약 60만종의 식물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중 난이라 불리우는 식물은 분류학상 단자엽식물에 속하는 난과 무리로 600~800속에 15,000~35,000여종이나 되며 단일과로서는 제일 큰 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현재도 계속해서 새로운 종이 발견되고 또 교배종이 탄생되고, 그래서 정확한 종수를 파악하기가 곤란한 실정입니다.
난은 단자엽식물 중에 진화가 가장 잘 되었다는 충매화로 자연계의 환경(빛, 온도, 우량, 습도, 지질 등)조건에 잘 적응하여 왔고, 꽃가루 받이를 하는 곤충이나 조류 등의 형태나 행동양식에 따라 생식기관인 꽃의 구조(자웅동술)가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 알맞게 변천되어 형태적 또는 생태적으로 잘 적응되어 온 식물로 남, 북극을 제외한 지구 전역에 분포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식물의 생리, 춘란의 생리를 공부 한다는게 어떻게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상 규모의 배양장이나 시설이 되어 있지 않고 보통의 애란인이 즐기고 있는, 예를 들어 아파트에서 많게는 기 백분 정도 관리한다던지 하는 데는, 그다지 필요가 없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광이 어떻고 작물 생육이 어떻느니, 또는 비료가 어떤 과정으로 흡수가 된다느니.....
그러나 난을 잘 키우고 싶은 열망은 난을 한다는 분들의 모든 공통된 생각이고 저 역시도 우스운 이야기지만 산반 몇 개 베란다에 키우면서도 더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자 이런 공부도 하는 것이겠지요. 더 나아가 지금처럼 우후죽순처럼 났다가 없어지는 소규모 난원 위주의 판매나 구입이 아니라 자기에게 없는 종자끼리 교환하는 식의 애란생활이 된다고 하면 지금부터라도 각 개인의 난실에 있는 난이 가진 최대한의 본성을 발휘할 수 있게 배양할 수 있는 식물의 기초지식 정도는 알고 있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앞집 영감님은 언덕 뒤쪽 자기 자갈밭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무. 배추 농사를 정말 잘 짓는데, 올해 소작 얻어 지은 옆집 할머니의 배추밭은 죽을 쑤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토질이 다르고, 물빠짐도 다르고, 해가 들어와 지는 방향이 달랐습니다. 광, 수분, 토양! 물론 몇 십년 농사만 지으신 분이라 나름대로의 노하우는 계시겠지만 식물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이것들을 이해 하셨으면 조금 더 잘 키우질 않았을까요?
춘란 배양도 마찬가집니다. 종일 볕이 잘 드는 전면이 확 트인 남향 아파트에 살면서 차광에 골머리를 앓으며 재배를 했는데, 어느 날 이사 간 아파트가 앞이 꽉 막힌 동향에 오전 빛만 10시까지 들어오는 난감한 집이라면 춘란 관리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풀어 쓸 글들은 원예나 식물생리이라는 큰 틀에서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난을 키운다는 것은 원예의 아주 작은 한 부분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식물의 기본적인 생리를 알면 난초 뿐 만 아니라 다른 식물들도 잘 키울 수 있다 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식물생리학에 정통하신 많은 분들도 계십니다만 최대한 쉽게 쓰고자 합니다. 가장 기초가 되는 식물의 생리는 중.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조금씩은 배우셨을 것입니다. 가물가물한 그 시절의 기억을 조금씩 끄집어 내 보겠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중요한 용어는 대략의 설명을 곁들이겠으나 인터넷 각 포털사이트의 검색란에서 검색해 보시면 더 자세한 내용을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직접 찾아 보는 것도 공부의 또 다른 한 방법이고, 나름대로 재미도 있을 것입니다.
[광도(조도)와 작물생육]
<춘란과 광도>
식물이 받는 빛의 강도를 우리는 광도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일정한 지역에서는 일자, 계절 및 적도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조도가 달라집니다. 하루 중에서도 일출부터 정오까지는 조도가 증가하나 그 후 차차 감소하고 여름에는 높고 봄, 가을에는 보통이며 겨울에는 낮습니다.
적도에서 조도가 가장 높고 남북극으로 갈수록 점차 감소합니다. 또 공기 중의 먼지나 수증기 입자 때문에 광도가 변하기도 하며 토양의 경사와 고도의 차에 따라서도 변하게 됩니다.
작물은 광도가 강할 수 록 탄수화물의 생성량이 많아지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계 이상으로 광도가 강해지면 광합성은 그 이상 증가되지 않게 됩니다.
호흡량이 같을 때의 빛의 세기, 다시 말해서 기공을 통한 CO2의 출입이 일어나지 않을 때의 빛의 세기를 광보상점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광합성량과 호흡량이 같을 때의 빛의 세기, 즉 광합성을 위해 흡수하는 CO2의 양과 호흡을 통해 밖으로 내보내지는 CO2의 양이 같아져서 외견상 CO₂양이 수입과 지출이 똑같아져서 본전이 되는 이때의 광도를 광의 보상점이라고 합니다.
만약, 보상점 이하의 빛이 계속된다면 호흡량이 광합성량보다 당연히 많아지게 됩니다. 즉 소비하는 에너지량이 생산되는 에너지량보다 많아지므로 이 식물은 차츰 생장이 느려져서 결국에는 죽게 되는 것이고, 보상점 이상의 빛이 계속된다면 이와는 반대로 이 식물은 잘 생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광합성량은 빛의 세기가 어느 한계까지는 강해질수록 증가하지만 어느 한계 이상의 빛의 세기에서는 광합성량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이 때의 빛의 세기를 광포화점이라고 합니다. 즉, 작물이 빛을 받아 탄수화물 생성량이 최대가 되는 한계점! 이 지점을 광포화점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수입과 지출이 같아지는 지점이 보상점이고, 수입이 지출보다 최대로 많아지는 지점이 포화점이라고 하는구나!” 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작물은 대개 엽면적 1Cm2에 6시간 동안에 252cal의 탄수화물 생성량이 최대이고 그 이상의 광도를 주면, 광포화점 이상의 광도를 주면 생성량은 감소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략적인 작물별 광포화점 광도를 보면 토마토 37Klux, 무 69Klux, 옥수수 25Klux입니다.
식물은 보상점 이상의 광을 받아야만 생육을 계속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보상점이 낮아서 그늘에도 적응하며 광을 받으면 도리어 해를 받는 식물을 음지식물이라 하고, 보상점이 높아서 그늘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조하에서만 자라는 식물을 양지식물이라고 합니다. 춘란은 흔히들 반음지 식물이라고 합니다. 이 말에 길들여져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반음지 식물을 거꾸로 뒤집어 생각하면 반양지 식물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춘란의 자생지를 조사, 관찰한 여러 자료에 의하면 연중 조도는 3,000lux로 거의 일정하다고 합니다. 이를 기준으로 여타 실험에서도 3,000lux를 기준으로 하고 있었습니다만 이 조도가 춘란의 광포화점은 아닐 것입니다. 아직까지 문헌상 확실하게 나와 있는 바를 찾지는 못했습니다만 제 나름대로 생각으로는 10,000~20,000lux 이상은 충분히 되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반입종, 즉 무늬종 춘란의 경우와 일반 민춘란의 광포화점은 또 다른 미묘한 차이점이 있을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보다 정밀한 조사가 따라야 될 것입니다.
비닐하우스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지금까지 과학적인 입증된 방법이 아닌, 일반적으로 알려진 방식대로 블라인드나 대발 등을 이용해 차광된 상태에서 들어오는 빛은 춘란의 광포화점 이상으로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어지고, 또한 광포화점은 온도와 CO₂의 농도에 따라 변화합니다. 생육적온까지 온도가 높아 질 수록 광합성 속도는 높아지나 광포화점은 낮아지고 또 CO₂포화점까지 공기 중의 CO₂ 농도가 높아질 수록 광합성 속도와 광포화점도 높아집니다.
여름, 최대 일사일 때 받는 전광의 최대 조도는 100~120Klux 정도인데, 이것을 100%로 하여 몇가지 식물의 보상점을 살펴보면, 음지에 견디는 성질(내음성)이 강한이 사탕단풍나무는 3.4%, 너도밤나무는 7.5%로 보상점이 낮고 내음성이 약한 소나무는 29~30%, 측백나무는 18.6%로 보상점이 높습니다.
내음성이 강한 작물은 과수원과 같은 나무 밑에서도 간작할 수 있고, 초류는 수림밑에서 키울 수 있어 초생재배에 이용할 수 있고, 수목인 경우에는 음지에서도 키울 수 있어 유리하다 할 수 있습니다. 단독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의 광포화점을 전광에 대한 비율로 보면 대개 양지식물은 30~60%의 범위에 있고 음지식물은 10%정도입니다.
벼 잎에서 CO₂농도와 광포화점과의 관계를 보면 0.01%일 때는 약 43Klux, 0.037%일때는 약 86Klux, 0.111%일 때에는 약 105Klux입니다. 따라서 공기중의 CO₂농도를 자연상태의 4배로 증가시킨다면 광포화점은 전광의 조도에 가까워지게 되는 것입니다. 자연상태의 대기중에는 N₂(질소)78%, O₂(산소)21%, Ar(아르곤)0.9%, CO₂는 0.03%정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CO₂를 늘려서 더 많은 광합성을 시키느냐 하는 문제는 고추나 딸기 등 재배농가에서 현재 쓰고 있는 CO₂시비로 풀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춘란에 적용되는 CO₂시비량은 애석하게도 밝혀진 농도가 없습니다.
예컨데, 작업 인부가 다섯명인 공장이 있다고 가정하면, 사람은 다섯이 있는데 재료가 없어서 세명만 일을 하는 것과 재료나 제반 여건이 충분하여 다섯명 전부 일을 하는 공장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여건은 충분한데 광이 약해서 광합성을 제대로 못하는 난과 충분한 광을 받아 광합성을 제대로 못하는 난은 후에 많은 차이가 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