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 그 밝음을 위하여 (3)
한국 선도의 역사
한국의 선도 역사에 대한 문헌적 기록은 그리 많지 않지만 대표적인 세 가지 도교역사서가 있다. 그것을 소개하면 한무외(韓無畏; 1517- 1610)가 광해군 2년에 지은 해동전도록(海東傳道錄)과 홍만종(洪萬宗; 1645-1725)이 지은 해동이적(海東異蹟), 그리고 조여적(趙汝籍)의 청학집(靑鶴集)이다. 해동전도록은 현존하는 최초의 한국 선도의 계보(系譜)를 서술한 책이다. 이 책은 지은이가 한무외지만 이 책을 세상에 전파한 사람은 이식(李植; 1584-1647)이다. 이 책의 내용은 김가기(金可紀), 최승우(崔承祐), 자혜(慈惠; 義相대사)의 일화, 그리고 도교가 전파된 경로, 각각의 수련기 등이 적혀있으며 각종 도법, 비결, 도장경의 전래와 함께 최치원을 동방 선파의 비조로 삼아 기술하였다. 해동이적은 홍만종이 기술한 책으로서 한국 선도의 특성을 잘 보여준 책이데 한국의 선도 역사에서 크게 이적을 남긴 20인 중에 9명을 뽑았는데 그 이름을 나열하면 권진인(權眞人), 남궁두(南宮斗), 김시습(金時習), 홍유손(洪裕孫), 남주(南珠), 정렴(鄭?), 전우치(田禹治), 권극중(權克中) 등이다. 이 책은 조선의 고유한 선도적 입장에서 조선 선인들의 전기를 집대성한 전기류인데 특히 선도수련의 경전을 수록해놓았다. 그 목록은 다음과 같다.∙ 음부경(陰符經) ∙ 용호경(龍虎經) ∙ 참동계(參同契) ∙ 황정경(黃庭經) ∙ 최공입약경(崔公入藥經) ∙ 동고경(洞古經) ∙ 정관경(定觀經) ∙ 대통경(大通經) ∙ 청정경(淸靜經) 끝으로 조여적의 청학집은 은둔생활을 하던 선인들의 행적을 모아놓은 것인데 도참사상이나 민간설화를 신봉하고 명청의 교체를 예언했으며 조선왕조의 몰락을 내다보았다. 그 이외에 선도와 관련하여 각종 비기(秘記), 참서(讖書)등이 유행했는데 정감록(鄭鑑錄)과 토정비결(土亭秘訣)이 대표적인 것이다. 또한 홍길동전(洪吉童傳)이나 전우치전(田禹治傳), 구운몽(九雲夢), 박씨전(朴氏傳)등의 소설은 민간에 유포된 선도사상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한편 이능화의 조선 도교사는 우리나라의 도교사 전반에 관한 자료들을 모두 수집해놓았으므로 우리의 선도역사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그 공헌도는 절대적이라고 할 만큼 매우 크다. 본래는 한문으로 서술되었으나 이종은(李鍾殷)이 우리말로 번역해놓았기 때문에 일반인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조선의 선도역사에서 최치원이 해동선도의 비조라고 불린다면 김시습은 해동선도 최전성기의 중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김시습은 유불선을 자유로이 넘나들 만큼 유불선 모두에 달통해 있었고 유생에서 시작하여 다음은 불교 그리고 말년에 가서는 선도에 깊은 통달을 보여주었다. 김시습처럼 유불선을 자유로이 넘나든 사람으로서 서산대사가 있다. 서산대사의 제자인 사명당 역시 그의 일본에서의 행적을 보아도 역시 선도를 수련한 흔적이 역력하게 보인다. 특히 김시습은 그의 저서 매월당집(梅月堂集)에서 심호흡에 의한 다양한 자세와 정신통일 방법, 신체단련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문장들은 당시에 일반인들이 도무지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그 후에 북창 정렴(1506~1549)만이 제대로 이해하였다. 그는 선도에 대한 연구가 깊었으며 그의 행적이 모두 이적(異蹟)투성이어서 이미 살아있을 당시에도 이인(異人)으로 여겨졌다. 그는 김시습의 용호론(龍虎論)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정리하여 용호비결(龍虎秘訣)이라는 선도수련의 지침서를 저술했는데 그 수련방법이 자세하고 쉽게 풀어졌기에 일반인들도 읽고서 수행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북창(北窓) 정렴 이후로 신선사상을 이론적으로 정비하려는 지식인들의 운동이 있었는데 그 인물들과 저서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정렴(1506-1549) : 용호비결(龍虎秘訣)∙ 한 무외(1517-1610) : 해동전도록(海東傳道錄)∙ 곽재우(1552-1617) : 양심요결(養心要訣)∙ 조여적(1520-1611) : 청학집(靑鶴集)
∙ 권극중(1585-1659) : 참동계증해(參同契證解)
∙ 홍만종(1645-1725) : 해동이적(海東異蹟)∙ 순양자(純陽子; 선조) : 중보 해동이적∙ 서명응(1716-1787) : 도덕지귀론(道德之歸論)∙ 홍석주(1774-1842) : 정노(訂老)∙ 강현규(1797-1860) : 참동계연설(參同契演說)∙ 작자미상 : 직지경(直指鏡), 중묘문(衆妙門) 한편 해동의 주자(朱子)로까지 불리는 거유 이퇴계(1501~1570)는 중국의 주권(朱權)이 지은 도가류의 의학서인 활인심(活人心)을 상세히 복사하고 연구하여 그 중에 어려운 부분은 한글로 표기해 활인심방(活人心方)이란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여기에는 단전호흡의 여러 자세가 있고 또 도인법(導引法)이라는 체조의 방법들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도교에 배타적이었던 이퇴계가 유교에서 거부하는 수련도교를 스스로 실천하고 양생법을 강의하고 제자들에게 권했다는 것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사건인데 이는 그만큼 조선 중기의 지식인들에게 수련도교가 널리 퍼져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유학에서 퇴계와 쌍벽을 이루는 이율곡(1536~1584) 역시 도교의 양생론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순언(純言)이라는 글을 지어 제자들에게 선도수련을 권장하기도 했다. 한편 주기론(主氣論)을 주장한 서화담은 단순한 관심의 차원에서 벗어나 김시습으로부터 직접 선도를 배운 사실이 있다. 그는 그 때문에 일생을 은거하며 수련하여 선도의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그는 선도이론에 대한 책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수련에 대하여 시 한 수를 남겨 놓았다.“내 몸에는 연(鉛)과 홍(汞)의 약재가 있으니 수(水)와 화(火)를 조정하여 성태(成胎)를 맺는다. 혼돈하기에 앞서 도모(道母)를 만나고 혼연한 중에 영아(嬰兒)를 얻었네. 아홉 번 굽는 솥이 은근히 돌아가고 삼십육 동천이 차례로 열리네. 내가 바로 옥경의 진일자(眞一子)이니 아무도 이 도사가 여동빈임을 모르네.”이리하여 조선조 선도의 맥은 김시습을 필두로 이혜손(李惠孫)과 그의 제자 청학상인(靑鶴上人), 그리고 칠문(七門)에게 이어졌다. 칠문의 속명은 알려져 있지 않고 단지 도명만 알려져 있으니 그들의 이름을 열거해보면,
금선자(金蟬子), 채하자(彩霞子), 취굴자(翠窟子), 아예자(鵝蕊子), 계엽자(桂葉子), 화오자(花塢子), 벽락자(碧落子)들이다. 또한 이사연(李思淵), 이정운(李淨雲), 담월당(潭月堂), 한휴휴(韓休休), 이의백(李宜白), 이흥종(李興宗), 이유(李愈), 홍만종(洪萬宗), 서경덕(徐敬德), 이지함(李芝涵), 홍유손(洪裕孫), 박묘관(朴妙關), 정희량(鄭希良), 정렴(鄭?), 정작(鄭碏), 정초(鄭礎), 남궁두(南宮斗), 남사고(南師古), 장세민(張世民), 장도관(張道觀), 장휘량(張輝梁), 승대주(承大珠), 박지화(朴芝華), 윤준평(尹俊平), 관치혜(瓘治兮), 전우치(田禹治), 서기(徐起), 정두(鄭斗) 곽재우(郭在禹)등등 이 외에도 많은 분들이 있다.문헌에 나온 한 이 분들의 이름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선도의 맥을 이은 노고를 높이 받들며 후학인 우리가 그 뜻을 이어받고자 다짐하는 의미에서다. 조선 말 우리민족의 의식을 높이 치켜세운 가장 큰 일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동학인데 이 동학 역시 선도의 정신이 그 밑바탕이 되어 일어난 것이다. 그 후 일제 치하의 혹독한 탄압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선풍(仙風)은 더욱 사라져 갔으며 해방 이후 서양문물에 밀려서 그 자취조차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살아남아 맥을 이은 스승들이 있었으니 대표적인 사람은 천우(天宇), 봉우 권태훈, 무운(無雲), 청운(靑雲), 청산(靑山) 등이 있다.
이 글을 쓰신 님께
저는 96년도부터 수도생활을 해본다고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몇 년 전 정신없이 이것저것 자료를 구해 보던 중 인터넷을 통하여 님께서 쓰신 글을 보고 소중하게 간직하여 오다가 저의 브로그를 정리하며 귀한 자료라 사료되어 이곳에 올려놓았습니다. 수시로 탐독하며 공부해 나가는데 마음을 다스르며, 차후에라도 인연이 있는 분들이 게시면 수행에 참고하실 수 있게 하고 싶은 욕심에서입니다. 귀중한 글을 담아오며 아무런 양해의 말씀도 드리지 못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곳을 통하여 사죄의 말씀을 드리오며 이곳에 이 글을 올려둘 수 있도록 선처하여 주시기를 간청 올립니다. 만약 저작권 관계로 불허하신다면 글을 남겨주십시오.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재삼 너그러우신 아량으로 용서하여 주시기를 간청 올림니다. 현풍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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