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학/민족학

開 天 綠 (13)

검은바람현풍 2012. 3. 3. 08:49

♣ 開 天 綠 (13) ♣

 

 

운사가 지휘하는 천계의 전사들과 남방의 반고족과의 싸움은 여러달을 끌었다. 반고는 기술을 부려 돌멩이를 날리고 구름과 안개를 불러 싸움터를 가리기도 했으며,때때로 숲에 불을 일으켜 천계의 전사들을 크게 괴롭혔다. 게다가 짐승들을 다스리는 재주가 있어 수백마리의 호랑이와 곰을 앞세워 쳐들어오기도 하고 소떼들을 우리 전사들을 향해 몰아대기도 하여 크게 고전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운사가 주문을 외어 바람과 비를 잠재우고 성난 맹수들도 운사의 발앞에 얌전히 엎드리며 공중을 나르던 돌들도 먼지로 변해 힘을 못쓰게 만드는 것을 보자, 흉폭한 반고의 무리들도 더이상 저항치 못하고 항복하게 되었다. 남쪽으로 떠난 뒤 여러달이 지난 후 운사는 항복한 반고의 무리들을 데리고 천계로 개선했다. 환인께서 마당에 꿇어엎드린 반고를 보시고 그 재주가 범상치 않음을 아깝게 여기셔서 살려주시고 천계에 따로 구역을 주어 자기 종족들을 데리고 살게 하셨다.

 

 반고는 그후에 환인께 여러가지 선법과 비결을 배웠는데 원래의 바탕이 비뚤어진 자라 자꾸 사술과 기행에 빠져나오지 못했다. 여러 잡신과 통교하고 난학(亂學)에 몰두하여 나름대로 사파(邪派)로 일가를 이루게 되는데 원래 천계의 백성들 중에도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더러 생겼다. 환인께서 그 소식을 들으시고 아주 못 마땅히 여기셨다. 하지만 재주가 있으니 잘 가르치면 언젠가 큰 인물이 되리라 여기시고 크게 나무라시지 않았다.

 

지위리께서 천계를 다스리신지 150년이 되던 해 환인께서는 이사 이백과 여러 부족의 삼사와 오가를 삼청궁으로 부르시고 천지의 기운이 한번 순환하여 이제 그 끝에 왔으므로 지금부터 옛 안파견으로부터 삼천년동안 계속되어온 천지공사를 마무리하리라 하시고 십년간 자정전에 드시어 하늘의 뜻을 헤아려 결정하겠노라 하셨다. 그 십년간 누구도 자정전에 출입치 말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환인께 고하지 말라 하시고 자정전에 들어가시니 10년간 아무도 환인을 뵐 수가 없었어요.

 

이 환인묵거 십년간에 천계에는 많은 이변이 있었다. 태양이 사라져 사람들이 심히 놀랐으며(일식현상이었을 것이다), 사흘 밤낮 동안 해를 볼수 없었으며 (대규모의 황사바람이 북국을 휘몰아 덮어 왔음 ), 일주야 동안 하늘이 붉은빛이었고 (천계의 서북쪽에 엄청난 산불이 났는데 그 불빛이 일주일 동안 하늘을 붉게 만들었다), 갑자기 짐승들의 떼가 땅에서 사라졌으며, 천해의 바다에서 고기가 잡히지 않았고, 지진과 홍수가 잇달아 일어났다.

 

지위리께서 묵거에 들어가신지 8년째 되는 해 여름, 천해가 바닥을 드러낼 만큼 극심한 가뭄이 있어 물을 찾으러 사람들이 말라버린 들판을 헤매고 다녔다. 겨울에 소나기가 내렸으며 여름에 우박이 떨어져 사람들을 심히 놀라게 만들었다. 9년째 되는 봄에는 지진이 있어 을루족 마을이 땅속에 함몰되어 살아남은 사람들이 피난처를 구해 천계로 몰려왔다. 드디어 환인께서 말씀하신 10년 묵거의 마지막 해에 천해에서 거북이 한마리가 뭍으로 올라왔는데, 그 크기가 어른 키의 두배만 하고 입가에 기다란 흰수염이 나 길때 땅바닥에 길게 끌릴 정도였다고 한다. 천해에서 뭍으로 올라 온 거북은 엉금엉금 기어 삼청궁을 향해 갔는데 사람들이 너무 놀라고 두려워 아무도 거북을 막지 못했어요. 마침내 삼청궁에 다달은 거북은 자정전 앞마당에 와 기진했는지 땅바닥에 엎디어 꼼짝을 안했다.

 

환인께서 자정전의 문을 열고 십년 만에 모습을 보인 것이 바로 그때였다. 우리들은 깜짝 놀라 땅에 엎디어 배례하고 그 모습을 우르렀더니. 환인께서 입으신 옷은 앉은 채로 낡아 다 떨어졌고 하얀 수염이 성성하게 가슴 아래까지 휘늘어졌는데 두눈에 광채가 빛나 감히 쳐다보지를 못하였다. "네 오기를 여태 기다렸도다." 하고 환인께서 거북에게 말씀하셨는데, 이미 거북은 엎드린 채 숨을 거둔 후였다. 환인께서는 소도에 온 천계의 백성들을 다 모이게 하시고, 커다란 단을 쌓고 나무를 모아 올린후 신귀(神龜) 의 등껍질을 불에 굽기 시작했다.

 

북두칠성이 도는 것을 따라 하늘이 도는 대로 거북의 등껍질이 절로 돌더니 새벽 여명에 잔월이 빛을 잃을 무렵 이 되자 커다란 소리와 함께 거북의 등껍질이 부풀어 쪼개졌다. 육각형의 무늬마다 가늘게 금이 가 오묘한 형상들을 나타내었는데 환인께서 단 앞에 등껍질을 올리고 칠 주야의 제를 올리셨다. 환인께서 그 거북의 등껍질과 선천시대부터 전하여 오던 용경을 서자부에 보내어 거북의 등껍질에 나타난 무늬의 뜻과 용경의 뒷면에 새겨진 옛글의 뜻을 아는 자를 데려오라 하셨다.

 

서자부의 수백명 도인들이다 그뜻을 풀지 못하더니 한 사람이 있어 한손에 용경을 높이 들고 귀갑을 밟고 서서 일곱번을 돌며 춤추면서 계송을 하니 옛 환인께서 가르치신 바라, 백교의 으뜸이요 천학의 수자리요, 만법의 중앙이니, 바로 밝닥족의 신교의 가르침이라 천부경의 양광정명을 외치는 소리였다. 또한 하늘이 거북을 보내어 하늘의 뜻을 전한 것이니, 선천시절 하늘의 약속을 이룰 때가 왔음을 널리 알리는 소리였다. 이가 바로 서자부의 제일선인(弟一仙人) 환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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