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학/민족학

開 天 綠 (12)

검은바람현풍 2012. 3. 3. 08:47

♣ 開 天 綠 (12) ♣

 

 

초기에 천계의 환인과 각 연방의 단군들이 모두 선인들이어서 서로 신법( 神法)으로 교통(交通)하고 서로 뜻을 전하여 수만리를 격하고도 서로의 존재를 알고 환인의 령(令)과 훈(訓)이 전하여져 왔지만 이제 사람들이 육식으로 다른 생명의 피와 살을 먹으므로써 그 피가 탁해지고 살생의 업이 쌓여 그 영력(靈力)이 쇠미해지므로 천부경이 말하는 바의 하늘의 기가 그대로 화하여 된 개벽 이후 첫 인간들의 신성과 청정한 심력이 퇴화되어 몇리만 떨어져도 의사를 전하지 못하고 일년을 걸어도 국(國)의 경계를 벗어나 지 못하며 더구나 하늘과 사람사이의 교감(交感)은 막히어 환국말기에는 오히려 지평선 저 너머에 다른 연방들이 있음조차 잊혀지더니 지위리 환인 대에는 12연방이며 옛 선인들의 이야기가 구전되어오는 전설처럼 변해버렸다. 그리하여 서로 만리를 격해있는 연방들은 서로를 잊고 희미한 옛기억을 신화로 간직한 채 서로 독자적으로 문명의 여명을 열어가게 되었다.

 

지위리께서 천계를 봉하실 무렵에 메소포타미아의 수밀이국은 그 전성기를 열고 있었고 이집트에는 나일강유역에 훗날 대제국을 건설하게 되는 태양신의 아들들이 서쪽으로부터 이동해오고 있었어요. 독로국에 패하여 금산의 아래로 이동해온 직구다국은 히말라야와 티벳고원의 사이에서 수많은 소왕국으로 분열되었는데 환국의 신교(삼신교)를 계승하여 많은 선인들이 도를 닦고 덕을 쌓으니, 여러 연방 중에서 가장 환국의 신교를 굳건히 유지하여 훗날 치우천황 대에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로 불리는 묘선공주 자매가 태어났으며 그 천년이후에는 인류사상 가장 큰 정각을 이룬 석가모니불이 탄생하기에 이른다.

 

양자강 이남은 그때까지도 유인원의 세계였으며 황하유역은 천계에서 흥안령산맥을 넘어온 소수의 사람들이 황토 속에서 미개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세계각지의 사람들 간에 교통은 끊어지고 소식은 두절되어 서로 간에 그 존재 조차를 모르게 되어버렸다. 삼청궁은 동으로 천해에 닿아 있어 취선루에 올라서면 푸르고 맑은 천해가 한눈에 보였는데 아침에 해가 뜰때는 수면 가득한 안개 위로 햇살이 퍼지면서 오색영롱한 서기가 삼청궁을 감싸듯 피어올랐다. 서쪽으로는 자정전을 지나 자하루로 이어졌고 북쪽으로는 소선정이 울창한 숲속에 자리잡 고 있었다. 남쪽으로는 삼청궁의 정문인 태정문이 있었고 그 안과 밖은 커다란 뜨락이었는데 바닥에는 모두 청석이 깔려있어 비오는 날에도 흙을 묻 히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고 전한다. 그 태정문을 마주보면서 나트막한 언덕 위에 소도가 서 있었고 그 주위 십리에 걸쳐 천호에 달하는 인가들이 있었다.

 

흙으로 벽을 바른 나트막한 집들과 나무기둥을 세우고 짐승의 가죽으로 둘러친 움막과 같은 집들 있었고 천계를 조금 벗어난 지역에는 동굴을 이용해 거주로 삼은 마을들이 넓게 퍼져 있었다. 천계 주위의 넓은 들판에는 양과 소가 무리지어 다녔고 사슴들이 뛰어다녔으며 가끔씩 수만마리가 넘는 소떼들이 지나 가고는 했다. 한번씩 천계의 장정들이 이런 소떼나 양떼를 몰러나갈 때는 온 천계가 떠들썩할 정도였다.

 

운사와 우사가 사냥에 앞서 환인께 고하고 소도에 올라 엄숙하고 경건하게 하늘에 제를 올렸다. 그들은 여름 사냥을 나가면 달이 한번 차고 기우는 시간이 지나야 돌아 오기도 했는데 소나 양떼를 쫓아 수백리 밖까지 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수백마리가 넘는 소나 양을 몰 고 돌아오는 모습이 보이면 여자들과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맞이하였다.

 

평화스러운 천계였지만 늘 그렇게 안온하지 만은 않아서 때때로 사나운 부족들과 싸우는 때도 있었다. 일정한 정착생활을 배우지 못한 종족들이 사냥감을 찾아 광활한 대륙을 옮겨다녔는데 그들이 천계 주위에 나타나면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던 것이다. 사냥을 나갔던 천계사람이 그들에게 죽거나 부상당해 돌아오기도 하고 여자와 아이들이 끌려가기도 했다. 천계에는 이미 남자들이 그러한 외부종족을 쫓아낼 힘이 있었고 그것을 위해 남자들은 언제나 나설 준비가 되어있었다.

 

천계의 직할지 내에서만 삼백명이 넘는 장정들이 한시각내에 모일 수 있었고 간혹 큰무리의 종족이 천계의 접경을 침범해 올때는 천계 주위 오백리에 산재한 부락마다 환인의 파발이 달려 각 부락에서 수천명의 전사들이 모였다. 천계를 침범하사들을 보면 기겁을 하고 도주했던 것이다. 이미 천계의 장정들은 끝에 청동으로 만든 촉을 단 창을 쓰고 있었고 전사들의 우 두머리들은 청동검을 휘둘렀다. 돌도끼나 돌창, 또는 돌칼을 들고 덤빈 원시종족들은 천계의 전사들을 이길 수가 없었다. 싸움에 져서 달아나거나 아니면 무리져서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가끔씩 수백명이 넘는 유랑족들이 잡혀서 천계로 끌려오기도 했는데 환인께서 이들을 타일러 천계 내에 살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지위리 환인대에 가장 커다란 세력으로 천계를 침범해 왓던 무리가 바로 반고가한의 종족이었는데, 이들은 천해의 남쪽에서 짐승의 떼를 쫓아 북으로 올라왔던 시림들이었다. 그런데 그 종족의 우두머리인 반고란 자는 머리가 영리하고 힘이 장사였으며, 또한 어디서 배웠는지 신선의 술을 익혀 여러가지 호풍환우하는 재주를 부렸다. 맨 처음 천삼백리 남쪽에 있던 선비부락에서 연락이 왔을 때 환인께서는 의례히 있어왔던 조그만 사건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다급한 사자들이 남쪽의 각 부락에서 달려왔으며 여러번의 싸움에서 천계의 장정들이 다치고 죽었으며 수많은 가축을 빼앗겼다는 소식을 가져왔다. 해서, 환인의 명을 받고 운사가 천계의 전사들을 인솔하고 남쪽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운사의 큰 아들인 혁덕도 이때에 처음으로 아비를 따라 싸움터로 떠났다. (구름 주:이 혁덕이 전생에 내가 운사와의 사이에 낳은 첫 아들임, 믿거나 말거나) 그때 혁덕의 나이가 열여섯이었고 그 아래로 다섯의 아우가 있었는데 제일 늦게 태어난 애만이 딸이었다. 반고와의 싸움이 있던 해 애만은 다섯 살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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