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開 天 綠 (15) ♣
환인께서 천계에 오신지 벌써 백오십년이 넘어 환인의 흰머리와 수염이 온몸을 덮고 있었고 자애하신 표정과 지혜에 밝은 눈만이 여전하였다. 환인께서는 풍백에 명하여 삼청궁의 모든 보화를 건네주셨는데 그중에 약간을 따로 남기시면서 이것은 나중에 달라하는 자가 있을 것이라 하셨다. 또한 삼청궁의 창고를 열어 저장되어 있던 모든 양곡을 내어주었다. 마침내 환인께서 주렴을 내리시고 돌아앉으시매 모든 사람들이 땅에 엎디어 눈물을 흘리며 떠남을 슬퍼했다.
환웅께서 커다란 녹각장을 높이 들어 출발을 명하자 이백개의 북이 큰소리로 울리고 각 부족의 표식을 따라 사람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환국의 각 나라에서 모인 기마천령이 5십인씩 열두대로 나뉘어 각 부족의 선두에서 향도하였고,사람들은 자기 부족의 표식을 따라 열지어 움직였다. 천계 주위에는 사람과 짐승들이 일으킨 먼지가 하늘을 가렸고, 소떼들의 울음소리, 달리는 말들의 발굽소리, 천령들의 고함소리, 아이들의 울음소리들이 뒤섞여 와글거렸고 사람들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백호의 땅을 그리며 희망과 불안이 엇갈리며 머나먼 여정의 첫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첫번째 사람들의 모습이 아랑고개 너머로 사라진지 닷새째 되는 날, 모든 사람들이 떠나버린 천계는 휑하니 비어 이제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을 집들이 늘어선 거리에 먼지바람만 소리 내어 지나갔으며, 더 이상 아이들의 소리도, 아침이면 들리던 닭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삼청궁에서 환인을 모시고 살았던 이사, 이백의 가족들은 가장 나중에 출발했는데 그 때는 이미 환인께서는 삼청궁을 폐하고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다.
모두 다 떠나고 텅빈 삼청궁의 마당에 몰려온 사람들의 무리가 있었으니 그들이 반고와 그가 데리고 온 종족들이었다. 반고도 환인께 나아가 자정 전 마당에 엎드려 하직을 고하고 저들 무리를 데리고 남쪽으로 가겠다고 주청하였다. 환인께서는 그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고 목소리만 들려나왔는데, 환인은 그가 환웅을 따라 같이 가지 않을 것을 알고 계셨다. 따로이 남겨둔 재보들을 가지고 떠나라 하시고, 앞으로 5천년 간 너의 자손들이 천계의 자손들을 위한 벽이 되리라 하셨다.
반고가 감읍하여 일곱번을 절하고 환인께서 주신 재보들을 거두어 남쪽으로 떠났다. 훗날 반고는 무리와 함께 황화유역에 도착하여 스스로 반고가 한이라 칭하고 황토인의 나라를 세웠는데, 중국이 자기들의 시조라고 말하는 반고가 바로 이사람이다. 반고가 황토인의 나라를 세운 후 이천년 동안 환웅이 연 신시의 속방으로 남게 되며, 신시의 환족 중에서 사람을 가려 그 땅을 통치하러 보내게 된다. 이렇게 환웅의 명을 받들어 속방인 황토를 다스렸던 사람들이 삼황(三皇)과 오제(五帝)이다.
천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황토인들은 신시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 전쟁을 일으키게 되는데 상고의 역사 중 가장 대규모였던 이쳄 역사서인 "신지(神誌)"에 "황제(簧帝)의 반란"으로 기록되어 남는다. 미개했던 황토인을 이끌고 신시배달국의 치우천황과 아홉번의 싸움 끝에 독립하게 되는 역사상 첫 한족(漢族)의 지도자가 이 황제이다. 대륙의 남과 북을 무대로 장대한 서사시와 같았던 두 영웅의 전쟁은 나중에 신시의 역사에서 상세히 다루게 될 것이다.
치우천황에게 여덟번 패하여 여덟번이나 죽을뻔 했던 황제를 도와서 아홉번째에 이기도록 해준 것이 훗날 석가세존의 대에 관세음보살이라고 불리웠던 서왕모(지장보살인 지선공주의 언니로 묘선공주라고도 불린다)였다. 왜 서왕모(西王母)가 황제를 도와 지나를 독립시켰는지, 거기에는 미래세를 내다보는 관세음보살의 숨은 배려가 있었다. 그 의미를 오늘날 우리는 모르고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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