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이야기
- 태천 안경수 -
매앰 매앰 매애애... 퓨루루웅 터어억.
어느 무덥던 여름날 따가운 햇빛을 만끽하며 이 그늘 저 그늘을 찾아 소리 높여 노래하던 한 마리의 매미가 땅거미가 질 무렵 목을 축이려고 이슬을 찾아
풀잎에 내려앉았다.
그런데 우연히 땅거죽의 미세한 움직임이 매미의 눈에 포착 되었다.
‘어- 이상하네.’
무엇엔가 이끌려 무심코 지켜보고 있던 매미의 눈에는 희뿌연 무엇이 흙을
헤집고 머리를 내미는 것이 아닌가!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굼벵이라고 합니다’
‘당신은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여기가 나의 집인걸요. 우리 집에서 살고 있었지요’
‘그곳에서 얼마나 살았습니까?’
‘칠년간이요’
‘아니 이렇게 따끈따끈하고 드넓은 세상을 두고 답답하고 깜깜한 땅속에서
칠년씩이나 살다니, 미련 맞기 짝이 없는 친구로군.’
매미는 굼벵이를 마음껏 비웃어 주며 먼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다음날도 매미는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노래 소리에 반하여 어떤 어여쁜 신부 매미가 찾아 왔다.
둘이는 결혼을 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마음껏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 일 후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천둥소리와 함께 소낙비가 퍼
붓던 날 매미는 거세게 내려치는 빗줄기를 이기지 못하고 힘없이 땅에 떨어져 튕기는 흙탕물을 온 몸에 듬뿍 뒤집어 쓴 채 더 이상 미동도 하지 못하였다.
자신의 모두를 바쳐 사랑했던 신부가 몇 일 전 자신이 조롱하며 마음껏 비웃어 준 그 굼벵이가 우화(羽化)한 변신임은 까맣게 모른 채,
무더운 여름과 함께 한 마리의 매미는 또 그렇게 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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