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과 - 황홀한 새참
○ 편향증험(片餉證驗)
참고 견디면서 생활을 청결하게 하고, 묵좌식상 과정에서 조식에 전력하면 단전까지 기의 통로가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이때 원기가 좋은 사람은 진도도 빠르다. 앞에서 설명한 요령으로 기를 모으고 있으면 기의 양이 질을 변화시키는 단계가 드디어 온다.
어느 날 갑자기 뱃속에 큰 공동이 생기는 듯 한 순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때가 조식공부를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새로 탄생되는 순간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서 몇 차례 헐딱 거리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바로 그런 순간이다. 초보 딱지를 떼고 공부를 하는 학생이 되는 순간인 것이다.
이 공동으로 공기가 흘러들어가는 것을 호흡수련 묵좌식상 과정에서는 물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느끼게 된다. 이럴 때 호흡공부를 정해진 시간이 다 되었다고 중단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왜냐하면 이때가 수련하는 사람에게 가장 기쁠 때, 가장 즐거워해야 할 순간이며, 한평생 기억에 남을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때의 기쁨을 잊지 못하여 다음 공부 과정에서 큰 난관에 부딪힐 때도 새삼스레 호흡공부를 더욱 열심히 하려는 재 결심을 하게 되는 일도 있다.
기의 통로가 단전까지 크게 개착된 직후는 뱃속으로 들어가는 바람소리가 옆에 앉아있는 사람에게도 들릴 정도다.
그런 얼마 후에는 통로에 저항이 없어져 소리가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여태까지 팽창하여 체한 듯 하던 배와 당기던 늑골 사이의 근육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없어지고 만다.
그리고 여러 가지 부대끼던 시련과정에서 풀려 편안해지며 표현하기 힘든 황홀한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유 없이 그저 기쁘기만 하다. 한량없이 기쁘다. 이 상태는, 바로 이 순간은 호흡을 중단하고 눈을 완전히 뜨고 있는 상태에서도 느낄 수 있으며, 계속 호흡에 정진하고 있는 상태 즉 묵좌식상의 상태라면 몸에서 땀이 주르르 흐르며 눈앞에 흰 눈이 내리는 듯 자꾸 밑으로 무엇인가 내려가는 것이 황홀하기 비할 데가 없다.
이 순간을 계속 즐기려면 묵좌식상 하여 심파를 더욱 가라앉히도록 하여 숨에 빠져 들어가는 것이 좋다. 여태까지의 과정에서는 느끼지 못한, 전혀 다른 화창한 심기와 황홀한 경지에 이를 것이다.
이것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일이고, 경험자들만이 서로 말을 하면 통하는 그 무엇이 있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 경지가 바로 진짜 길을 가고 있는 증좌이다.
옛 어른께서는 이 경험을 편향증험(片餉證驗)이라고 하셨다.
아직 공부의 길은 멀게 남아 있으니, 새참을 들어 즐거운 맛을 좀 경험해 보라는 뜻 같다. 이 경험을 하고 난 사람에게는 수련하기 전 가끔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배앓이를 하던 그런 일들이 씻은 듯이 없어진다.
그러나 초보자 중에는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호흡 수련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이 생긴다. 그것도 무리한 이야기는 아니나, 그 이유를 고찰해보면 간단하다.
흉복식 호흡에서 복식호흡을 전환한 뒤 조식을 소홀히 하여 단전까지 이미 있는 길 따라 깊이, 가늘게, 서서히 부드럽게 호흡하지 않고, 얕고 거칠 게 호흡하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배와 가슴에 기운이 꽉 차다보니 주위의 근육이 저항을 일으켜 부딪치기만 하고, 아무런 진전이 없이 체한 듯 한 상태만 오래 지속되다 보니 그만 호흡공부에 흥미를 잃고 마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 좀 지견 있는 사람이나 선배가 곁에 있어 약간만 지도해 주면 편향증험까지는 쉽게 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편향증험까지 왔으면 이제 제 길을 제대로 찾아든 것이다. 호흡 수련을 시작했을 때의 3초 호흡에서 이제 얼마나 길어졌는지 한번 비교해보면 아마 놀랄 만큼 길어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호흡수련에 있어 호흡 길이가 길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호흡을 고르게 하여 심파를 가라앉히는 일이다.
심파가 가라앉아야만 영안이 트인다.
호흡의 길이가 길면 길수록 영안 트인 시간이 길 게 지속되게 된다.
이제부터는 코에서 단전까지 탁 트인 통로가 생겼으니 단전에서 본격적으로 호흡 수련을 할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제 겨우 수련을 할 수 있는 문을 연 것이다.
이제 아무도 여러분이 연 그 문을 닫을 자가 없다. 이제까지 자득한 기초기술을 더욱 갈고 닦아 고도의 빛을 낼 수 있도록 심파를 가라앉히도록 한층 매진해야 할 것이며 한편으로는 기를 단전에 가두어 두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태까지는 의식하지 못한 호흡으로 습관적으로 살고 있었으나, 이제부터는 의식한 호흡으로 살 수 있는 문을 열었다.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아니라, 선택받은 자들이 의지와 정성을 겸비했을 때 열 수 있는 좁은 문, 바로 그 '좁은 문'을 열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정성을 들이면 혼자서 올 수 있는 길이다.
단전까지 길이 열리고 순일한 호흡이 되어 편향증험까지 경험하게 된 사람들은 이제 어진 스승을 만나 다음 공부를 위한 지도를 받는 것이 좋다.
본인이 그럴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스승은 이미 앞선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연이 닿지 않음을 염려할 일이 아니다.
이 글을 쓰신 님께
저는 96년도부터 수도생활을 해본다고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몇 년 전 정신없이 이것저것 자료를 구해 보던 중 인터넷을 통하여 님께서 쓰신 글을 보고 소중하게 간직하여 오다가 저의 브로그를 정리하며 귀한 자료라 사료되어 이곳에 올려놓았습니다. 수시로 탐독하며 공부해 나가는데 마음을 다스르며, 차후에라도 인연이 있는 분들이 게시면 수행에 참고하실 수 있게 하고 싶은 욕심에서입니다. 귀중한 글을 담아오며 아무런 양해의 말씀도 드리지 못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곳을 통하여 사죄의 말씀을 드리오며 이곳에 이 글을 올려둘 수 있도록 선처하여 주시기를 간청 올립니다. 만약 저작권 관계로 불허하신다면 글을 남겨주십시오.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재삼 너그러우신 아량으로 용서하여 주시기를 간청 올림니다. 현풍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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