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학/단학

日月之書 17) 하동인의 조식법 (4)

검은바람현풍 2012. 1. 24. 12:17

 

1-2. 묵좌식상, 상유일촌여기, 유기, 편향증험

 

 

제 1 과 - 호흡 들여다보기

 

묵좌식상(默坐息想)

우리 겨레에 전해 내려오는 정통 조식법은 코로만 쉰다. 입은 말과 음식을 위해서 쓰는 것이다. 입을 곁들이는 호흡은 우리의 정통 호흡법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호흡은 자연스럽게 습관화 되어서 의식 없이 하고 있지만, 조식을 위한 호흡은 양과 시간압력의 세 요소를 적절하게 조절하여 초기에는 의식을 가미하여 발전시켜 가야하는 호흡이다. 이러한 조식법을 공부하자면 맨 먼저 습관화된 현 호흡 상태를 알아보아야 한다.

 

▪ 고요한 곳에 편안하게 단정하게 앉아서,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혀 안정호흡 상태에 들어가도록 한다. 수련에 들어가기 전에는 언제나 심파(心波)를 가라앉혀야 한다. 안정호흡 상태에 들어가자면, 자기가 하고 있는 호흡, 즉 내쉬고 들이쉬고 있는 숨의 흐름을 아무 생각을 하지 말고, 오로지 드나드는 자신의 숨결에 온 정신을 집중하여 천천히 함께 따라 다니도록 한다. 쉽게 이렇게 되지 아니할 때는 심리적 안정을 이루기 위하여 천천히 조용하게 큰 심호흡을 서너 번 하여 몸에서 힘을 빼고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한다. 그리고 다시 시작해 본다. 평상시에는 별 생각 없이 지냈지만 호흡 공부를 해본다고 조용히 앉아 있어보면 온갖 망상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서 집중을 방해한다. 이 방해하는 것을 먼저 없애야 한다. 이 방해하는 것을 없애지 않고서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할 수가 없다.

▪ 공부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요소가 바로 이것이다. 호흡법의 걸음마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이 방해하는 버릇을 없애는 데 약 일주일 정도 노력해 보자. 그래서 망상이 어떻게 일어나며 얼마나 줄어들게 할 수 있는가를 실지 경험해보라는 것이다. 이런 망상을 없애고 숨 쉬는 데에만 완전히 빠져들면 잡념이 자연 없어진다. 묵좌식상의 '식상(息想)'이 바로 이 뜻이다. 호흡법에 조금 익숙해지면 식상의 뜻도 더 깊어져야 한다.

▪ 숨의 흐름에 조용하게 따라다닐 수 있게 되면, 가만히 마음으로 숨의 드나듬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들여다본다고 눈에 보이지는 않음은 물론이다.

 

앞서 간 분의 도움말

 

▶ 바로 이렇게 하는 일이 옛 성현이 말씀하신 "너 자신을 알라"하는 첫 실천이 됩니다. 숨을 쉬므로 써 내가 살아가고 있는데 살고 있는 것을 알자면 숨 쉬고 있는 그 자체를 알아야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여태까지 아무런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쉽게 하고 있는 호흡을 새삼스레 들여다보고 있으면 별별 생각이 일어납니다. 이상하게도 일관성이 없는 토막생각이 연이어 일어나면서도 호흡은 여전하게 하고 있습니다.

별별 토막생각이 일어나는 것은 호흡에너지의 파동이 뇌를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즉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이 마음이 움직이지 아니하도록 하려는 생각이 나면 또 마음을 움직이는 계기의 원인이 되어 또 새로운 토막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조식공부의 초기에는 이 일이 없도록 호흡하는 일에만 정신을 집중하여 숨의 흐름을 따라다니도록 하는 일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여 안정의 경지에 익숙해지면 숨의 흐름을 들여다보도록 합니다. 이 일을 옛 분들은 내관법의 초보라고 하셨습니다.

무념무상, 무타념무타상으로 설명하려고도 하셨습니다. 청소년 시절에 조식법을 배우는 것이 세파에 시달려 찌들어진 나이 많은 사람보다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은 이렇게 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 위의 공부를 해보면, 잡념 망상을 없애지는 못하여도, 줄어드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더욱 정진하여 숨의 흐름을 관찰하고 음미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집중력이 생기면, 일상생활에서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 잡념 망상이 안 일어나는구나 하고 느낄 때는 자기도 모르게 깜빡 졸고 있는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눈을 반개반폐 하라는 것입니다. 눈을 뜨고도 정신을 졸고 있는 것은 몸 안의 신진대사가 고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캄캄한 밤중에 공부하기가 쉬운 것은 눈을 뜨고도 쉽게 지감조식을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공부를 하고 있을 때, 다리가 아프다든지, 몸에 개미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이 간혹 있습니다. 이런 때는 다리가 아프면 바꾸어 앉고, 수련을 시작하기 전에 손바닥으로 눈, 낯 등 몸의 그런 데를 미리 문질러 주면 좀 더디게 일어납니다.

이것은 혈맥이 여태까지 보다는 잘 관통하게 되었다는 증거로 좋은 일이며, 수련 중에는 긁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수련이 끝나면 천천히 손바닥으로 문지르고 가볍게 팔다리와 몸을 흔들어 풀도록 하십시오.

 

▶ 초습자는 대개 이때의 한 호흡이 3초에서 5초 사이가 보통입니다. 좀 긴 사람은 10초도 있지만 제 1과는 자기 호흡의 상황과 잡념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조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호흡 길이나 시간에는 크게 마음을 기울이지 마십시오.

 

무의식으로 여태까지 하던 호흡의 세밀한 상황을 더 깊게 알게 되어, 정신 집중하는 가운데서 망상의 토막이 적어지고 단순해져서, 조식을 할 때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안정될 수 있는 실력이 되고 버릇이 되도록 노력하자. 그렇게 할 수 있게 되어도 다음 과정을 서둘지 말고 계속 더 공부하여 정신을 순식간에 집중할 수 있게 하여 더 평온한 마음자리를 잡아 더욱 느린 호흡의 파동을 발견할 수 있게 노력 하고, 그 파동에 몰입할 수 있게 하자.

 

이 같은 호흡의 실마리를 꼭 잡아 느린 숨을 쉬면서 거의 숨을 쉬지 아니하는 무호흡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 상위권에 들어가는 양질의 조식이다.

무호흡에 가까운 느린 호흡의 파동을 타자면 각자의 실력에 따라 그렇게 하려는 노력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머리 속을 비워야 한다는 뜻으로 무타념무타상, 무념무상, 더 나아가서 무무념 무무상하라고 옛 분들은 충고하였다.

느린 호흡의 파동을 타게 되어, 거의 숨을 쉬지 않는 경지에 이른 호흡을 하고 있으면, 합리적이고도 정밀한 과학으로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힘을 얻게 된다.

그렇게 되는 까닭은 육신은 호흡동작을 통하여 영혼으로부터 나오는 생명의 파동을 받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우주에너지로부터 생명에너지를 받은 육신의 세포는 한 뭉치의 세포조직에 따라 담당하는 독특한 여러 작용이 있어 행동하는 힘의 움직임으로 바꾸어져 또 다른 표현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조식법은 우둔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기 정신을 통제시키기 위한 완벽하고도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육체와 정신을 결합시켜 더 이상 의문의 여지가 없는 하나의 융합된 단일성을 이루게 한다.

호흡의 파동을 통해 우주에너지의 파동에 융합시켜 단일성을 이루게 하면 의식을 초월한 완전한 능력인 직관력을 얻게 된다.

 

 

제 2 과 - 한걸음 나아가기

 

입식면면(入息綿綿),출식미미(出息微微),상유일촌여기(常有一寸餘氣)

 

앞에서 안정호흡 상태에서 호흡의 흐름에 몰입하는 방법을 소개하였다. 선천적으로 집중력이 강한 사람이나,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는 쉽게 이렇게 되지만, 산만하든지 탁하게 태어난 사람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같은 마음자리가 잡히면 심장의 고동도 쉽게 규칙적으로 느끼게 되고, 숨의 드나듬이 자기 귀로는 들리지 아니하지만 느낄 수 있는 매우 부드럽고 가는 호흡이 된다. 이와 같이 마음을 가라앉히는 일을 옛 분들은 잠심(潛心)이라고 하였다.

이 경지를 충분히 맛 본 다음에 비로소 조금만 더 느리게, 더 가늘게, 더 천천히, 더 평화감을 수반한 호흡을 하도록 한다.

이때 호흡의 길이를 시간으로 재면 20초 정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체감시간은 훨씬 길어야 한다. 이 대목을 어느 조식 지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이 마음이 가라앉으면, 여태까지 호흡하던 것보다 조금만 덜 호흡하여 더 긴 시간 호흡할 수 있게 하십시오. 이제는 마음을 호흡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법을 터득하셨으니 더 길게 느리게 호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식 공부를 하면 같은 시간을 사는 데도, 적은 횟수의 호흡과 적은 양의 공기로 살 수 있게 되는 것을 쉽게 체득할 수 있다. 위의 조식 지도자는 전진을 위한 후퇴와 비축의 묘미를 강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식 공부에서 잘되지 않을 때는 언제나 조금 후퇴한 자리에서, 즉 잘되지 아니한 상태에 이르기 전의, 잘되던 자리로 되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는 일을 잊지 말도록 하자.

옛글에는 조식 요령의 하나로, 세세면면(細細綿綿)이라는 말을 즐겨 썼다. 따지고 보면 숨을 토해내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들이쉬는 데는 그 한계가 없다.

더 들이 쉴 수 있는 것이 우주에는 얼마든지 있는데 자기가 못 들이 쉴 뿐이다. 호는 흡 다음에 오는 동작이고 보면 흡 하는 능력은 무한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셈이다.

단전에 기가 모이기 시작한 후부터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질이 더 중요하다. 말로는 부드럽게 하려고 표현하지만, 실상은 금속판이나 질 좋은 나무판자의 표면을 거울과 같이 비치게 처리하려는 것과 비슷하다.

나무의 광택과 금속의 광택은 질이 다르다. 호흡공부를 제대로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금속광택이 나는 치밀한 호흡 면을 가지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앞서 간 분의 도움말

 

▶ 이 대목에서 옛 어른께서는 들이쉴 때는 입식면면(入息綿綿), 내쉴 때는 출식미미(出息微微)라고 간단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에는 조식에 필요한 요소가 다 들어 있습니다. 차분하게 조식이 된 지경에 이르면 심파가 가라앉게 되어 숨도 자연 더욱 고르고 길게 또는 깊게 되기 마련입니다.

들이쉰 다음 내쉴 때나, 내쉰 다음 들이쉴 때, 즉 전환 시기에 이르기 전 얼마간의 여유, 즉 호흡의 양과 시간을 언제나 같은 정도로 남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바로 이것을 '상유일촌여기(常有一寸餘氣)'라고 표현하였습니다.

 

▶ 한마디로 조식의 핵심은 입식면면, 출식미미, 상유일촌여기, 이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조식의 버릇이 들기 시작하여 장차의 성공을 가름하게 되는 기반이 결정됩니다.

그 때문에 질 좋은 호흡을 하기 위하여 호흡의 길이를 늘려가는 것이지 길이를 위하여 늘이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 심장은 호흡상태를 바로 나타내 준다. 심장이 빨라지면 호흡의 전환점을 지났다는 신호이다. 초습자는 호흡이 안정되어 있지 아니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구별이 잘되지 않으니 더욱 조심할 일이다. 자기 호흡의 전환점을 정확하게 미리 알게 되면 초습자에서 초보자가 되는 것이다.

◦ 주의력을 최대로 집중시킨 상태의 호흡은 자동적으로 매우 느려진다. 예를 들어 매우 정교한 일에 몰두하든지, 매우 힘든 육체적 묘기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호흡이 느려지고 또 섬세해진다.

◦ 이와 반대로 빠르든지 고르지 못한 호흡은 불안전한 정서 상태를 수반하게 된다. 흥분, 분노, 공포와 같은 상태에 있는 동물의 호흡운동 상태를 관찰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조식법의 무타념무타상은 이 주의력을 최대로 집중시킨 호흡상태 임을 명심하자.

◦ 호흡을 늘이려고 안정상태를 벗어나면 심장 고동의 급변과 불안감이 급습한다. 전환시점의 정확한 포착이 필요하다. 전환시점에서 압력이 최고 또는 최저로 되기 때문에 이 시점에 이르는 과정을 부드럽고 둥글고 크게 넘겨야 한다.

◦ 호흡량을 경과시간에 따라 조절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 이 점을 예의 주시하여 대처하면 자연 호흡시간이 길어지고 늘어난다.

◦ 자신이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호흡의 앞뒤에 항상 여유를 가지고 호흡을 하되, 기의 첨단이 단전에 머물러 있게 마음먹고 흡으로 생긴 기를 자연스럽게 모으도록 가볍게 지그시 은은하게 흡입한다. 전환시점에 오면 흡의 반대요령으로 단전에 기를 남긴 채 숨을 토해내도록 한다.

◦ 소변을 보는 기회에 안정호흡 상태에서 오줌이 나올 때 배에 가해지고 있는 가장 약한 힘이 어떤 것인가를 관찰해 두었다가 조식할 때, 들이쉬는 숨에 그것을 이용해 보면 쉽게 단전에 기가 모이는, 또는 내려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절대 무리하게 힘을 주어서는 안 된다. 오줌이 나올 때의 가장 약한 힘을 한계 기준으로 삼는다.

◦ 조식은 힘들이지 아니하고 아무 부담감 없이 안정된 화평한 마음으로 아주 부드럽게 숨이 쉬어져야 한다. 좀 느리게 호흡하였다고 껄끄럽고 힘이 들면, 무리한 증거이다. 그럴 때는 지난 호흡보다 조금만 시간과 호흡량을 적게 하여 호흡을 한다. 숨이 가쁘든지 심장이 급하게 뛸 때는 호흡의 전환시점을 놓친 신호이다.

◦ 몸 안에 드나드는 호흡량을 순간순간 조절하는 일이 가장 어렵고 중요하다. 그 감을 잡기 위해서 앞에서 잠심을 강조한 것이다. 잠심된 상태에서는 호흡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이 글을 쓰신 님께

 

저는 96년도부터 수도생활을 해본다고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몇 년 전 정신없이 이것저것 자료를 구해 보던 중 인터넷을 통하여 님께서 쓰신 글을 보고 소중하게 간직하여 오다가 저의 브로그를 정리하며 귀한 자료라 사료되어 이곳에 올려놓았습니다. 수시로 탐독하며 공부해 나가는데 마음을 다스르며, 차후에라도 인연이 있는 분들이 게시면 수행에 참고하실 수 있게 하고 싶은 욕심에서입니다. 귀중한 글을 담아오며 아무런 양해의 말씀도 드리지 못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곳을 통하여 사죄의 말씀을 드리오며 이곳에 이 글을 올려둘 수 있도록 선처하여 주시기를 간청 올립니다. 만약 저작권 관계로 불허하신다면 글을 남겨주십시오.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재삼 너그러우신 아량으로 용서하여 주시기를 간청 올림니다. 현풍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