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학/단학

日月之書 17) 하동인의 조식법 (5)

검은바람현풍 2012. 1. 24. 12:18

 

제 3 과 - 단전에 기 모으기

 

유기(留氣)

단전에 기를 모으는 일을 옛 부터 폐기(閉氣), 복기(伏氣), 누기(累氣) 또는 축기(蓄氣) 등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는 한 자리에 고정하여 있는 것이 아니고, 상황 따라, 돌아다니기도 하고 머물기도 한다. 기를 모아 머물게 하는 일을 유기(留氣)라 한다. 단전에 기를 모으는 과정에서 이 유기시키는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유기와 비슷한 음으로 류기(流氣)가 있는데, 이것은 기를 머물 게 하든지 가두지 못하여 흐르게 되는 기를 말한다. 그러니 병적인 기 또는 흘러가는 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 유기하고 폐기하는 조식동작을 통하여 단전에 기를 모으고, 더욱 잘 자라 커지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다음에 이런저런 예를 귀찮을 정도로 상세하게 그 방법을 설명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사항은 앞의 제 1과에 있음을 유념하여야 한다.

여태까지는 자연호흡에서 안정호흡으로 조금 씩 조금씩 조식동작으로 발전시켜 호흡량, 호흡의 길이와 시간이 늘도록 신체의 관계부위를 조련하여 왔다.

아직 미숙하겠지만 제대로 공부하였다면, 정중선 따라 정확한 자리를 찾아 연습하였으면 이제는 숫자로 나타낼 수 있을 만큼 진전이 있었을 것이다.

단전에 질 좋은 기를 많이 모으자면 가슴과 배 사이에 있는 횡경막을 자연스럽게 부드럽게 가능한 아래로 내려가게 하는 호흡을 하면서 단전에 기를 모아 복압을 증진하도록 할 일이다. 호흡 길이가 길어질수록 횡경막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게 되고, 거칠게 호흡이 되면 횡경막의 상하운동과 온몸의 신경의 상호관계를 순조롭게 하면 된다.

횡경막의 상하운동을 호흡에 맞추어 미미세세하게 하면, 호흡도 미미세세하게 된다. 여태까지는 횡경막의 동작을 순치시키는데 관심이 소홀했겠지만 이제부터는 호흡의 질과 함께 그것에 큰 관심을 가져 조식법을 발전시키도록 한다.

 

여태까지의 과정은 묵좌식상과 조식방법을 수련하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흉복식으로 호흡하는 것도 이 요령을 익히는 데는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자성하여 식상과 조식요령을 완전히 익혔다고 판단되면 조식과 심파에 유의하여 흉복식 호흡에서 복식호흡으로 전환하도록 한다.

식상과 조식은 호흡수련에서는 끝까지 소홀하게 해서는 안 되는 기술이며 호흡수련에 성공할 수 있는 여부도 이에 달려있다. 조식이 안 되면 호흡공부는 성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충대충 할 생각은 말고 착실하게 수련하여야 한다.

오래 수련해도 발전이 없는 것은 바로 조식이 제대로 안 되었거나 조식이 잘 된 것같이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의욕만 앞세워 빠른 시일 내에 목표를 달성하려는 욕심이 생기기 쉽다. 저항과 반동이 횡경막 윗부분에서 쉽게 일어나 심할 때는 부작용이 발생하여 아니함만 못할 때가 있게 되기도 한다.

◦ 그 원인을 살펴보면 심기가 흥분해 있을 때가 가장 많다. 그러므로 그러한 헛된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선결문제일 것이다. 이럴 때는 호흡수련을 하기 전에 기분전환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욕심 없는 마음가짐을 위해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근육에 힘을 넣지 말고, 조식을 더욱 세련된 조식으로 기운을 길 따라 서서히 조금 씩 조금씩 아래로 은은하게 밀어 내린다.

◦ 약간만 지나치게 기를 눌러도 저항과 반동이 함께 와서 늑간 근육과 복부근육이 딱딱해져 체한 상태같이 된다. 또 자기도 모르게 흥분하여 온 몸에 기운이 난다. 한번 체하게 되면 그 정도에 따라 풀릴 때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리게 된다.

◦ 초심자들은 이렇게 기를 누르면 쉽게 길이 트일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나게 되는데 이런 생각은 착각이다. 초심자에게는 체하기 직전의 상태가 마치 몸 전체에 기운이 찬 듯하고, 이제까지의 호흡수련으로 몸이 건강해진 듯 착각하기 쉽다.

◦ 특히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은 이 시기에 더욱 호흡수련에 빠져서 열광적으로 매달리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하도록 한다.

◦ 순조롭게, 정상적으로 원래 트여 있는 기의 통로를 따라 개착되고 있는 중이라면 가슴에서 배로 은은하게 기운이 차서 배가 팽팽해져 간다.

◦ 이때 자기 호흡을 한번 고찰해 보라. 새로 호흡 공부를 시작하는 기분으로 호흡을 부드럽고 가늘게, 서서히, 깊숙이 고르게 하고 있는지... 기의 통로를 개착하자면 가늘게 깊숙이 파고들어가는 것이 넓게 파 들어가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 단전까지는 숨의 길이 가늘게나마 이미 나 있다. 그 있는 길을 따라 찾아 들어가는 것이지 전혀 없는 곳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그러니 깊숙한 곳에 언제나 딱딱하게 파고 들어가는 기운이 모여 있어야 하는 것이다. 송곳 끝이나 착암기 끝부분에는 다이아몬드가 있듯이.

◦ 호흡을 해보면 코끝에서 호흡동작을 느끼지만 숨 쉰 맨 처음, 숨의 첨단과 후미가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 들이쉴 때는 첨단이. 내쉴 때는 끝이 어디에 있느냐를 알고 있으면 제대로 호흡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이런 경지에 자신이 스스로 있지 못하다고 생각되면 심기일전하여 새롭게 호흡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 잘못 든 길을 뚫고 있으면 헛수고만 하게 된다.

◦ 코에서 단전까지는 몸 중심부로 길이 나 있으니 그 길을 호흡으로 뚫고 가는 첨단 즉 맨 앞에 숨의 전환점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 언제나 숨의 전환점 부분에 기가 모여 있도록 하면 된다. 조식이 잘 되고 있는 상태에서 순일하게 기가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무리하게 근육의 힘으로 기를 내리면 항문에 충혈이 오는 등 갖가지 부작용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아마 초습자에게는 이때가 첫 번째 난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유기의 요령

 

유기의 개념을 계수를 빌어 이해하자면, 호흡의 양과 시간과 몸 안팎의 압력 차의 세 요소를 함께 고찰해야 한다.

숨이 몸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은 몸 안의 기압이 대기의 압력보다 낮은 음압 상태가 계속되기 때문이며, 내쉴 때는 이와 반대로, 몸 안의 기압이 대기의 그것보다 높은 양압 상태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굳이 양압과 음압의 표현을 쓰는 것은 음양의 속성이 양에서 음, 음에서 양으로, 극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법칙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1분간의 호흡의 양상과 폐활량을 아래와 같이 곡선으로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사람은 안정호흡 상태에서 한 호흡이 6.6초에 620cc의 호흡량이고, 폐활량은 3,400cc이며, 1,500cc가 몸 안에 들어 있어야 몸 안팎의 기압 차가 없는 상태가 된다.

▪ 그동안 마음을 안정시켜 호흡을 관조하여 체감시간을 경험하는 조식을 하여, 한 호흡 20초에 1,000cc의 호흡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이때 유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한다.

◦ 이 사람은 폐활량이 늘어났을 것이나 편의상 3,400cc로 하고 전환점에 이르는 곡선도 무시하여 단순하게 정리하면 아래 그림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 유기하기 위하여 1,000cc의 2/3를 호흡하고, 1/3의 여유를 두기로 하면 수치의 편의상 700cc의 호흡량을 나타내고 300cc는 실선과 점선 사이가 된다. 제1의 호부터 유기를 시작하면, 양압 상태에서 점친 부분 300cc가 몸 안에 남게 되고, 제2의 흡으로 전환하면 제1의 호에서 남은 300cc와 들어오는 700cc가 몸 안의 음압으로 전환하여 여유호흡량 영역에 압력을 가하게 된다.

제2의 호로 전환하면 몸 안은 양압으로 전환하여 여유호흡량 속에 남아 있는 분자에 또 압력을 가하게 된다. 이때 제1의 호때 남은 분자의 얼마쯤인가는 몸 밖으로 나가겠지만 제 3의 흡으로 전환하면 여유호흡량 안에서 또 압력을 받게 되어 질의 차원이 달라진 분자가 되어 남게 된다.

◦ 호흡할 때 바로 이 질이 달라진 분자가 몸 밖으로 나가지 아니하도록 가늘고, 부드럽고 긴 조식을 하는 것이다.

 

음 양압을 많이 받는 질이 달라진 분자가 몸 안에 많을수록 유기의 효과가 몸에 나타나게 되고, 그것이 바로 폐기이다. 위에서 설명한 과정이 단전에서 이루어지도록 신기합일(神氣合一)하는 일을 명심하기 바란다.

 

앞서간 분의 도움말

 

▶ 그 동안의 조식으로 많은 것을 제 나름대로 체험하였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가슴이 꼭 차고 때로는 배속에서 꾸르륵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무엇인가 아래로 내려가기도 하고, 별다른 이유 없이 계속 설사를 하기도 하며, 설사약을 먹었지만 별 효과도 없는 일이 있었으리라고 믿습니다.

어떤 이는 가슴의 명치에 체한 듯이 속이 거북하고, 가슴과 뱃속이 찌르는 듯이 아픈 일이 가끔 한두 번 있었을 줄로 압니다. 이런 일들은 성공한 옛 어른들깨도 초기에 가끔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 사람과 시대는 달라도 조식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하나이며 제대로 공부가 되어가고 있는 증거로 나타나는 것이니 조금도 두려워 할 일이 아닙니다.

▶ 위와 같은 일이 없이 밥맛이 좋아졌고, 이런 일 저런 일들로 잠자는 시간이 짧아졌는데도 이튿날 피곤함을 전과 같이 느끼지 않는다면 지난날의 노력의 대가가 나타난 증거로 보아도 좋습니다.

▶ 단전에서 조식을 하면 시간이 늘어나서 몸 안의 기운이 신체의 상부에서 하부로 내려와 단전을 중심으로 따뜻한 기운이 모여 듭니다. 지속적으로 조식을 계속하면 차츰 팽만해져 정도가 심해지면 수련하기가 곤란해져 갑니다. 이때 주의할 일은 힘을 넣지 말고, 앞에서 설명한 호흡곡선의 여유호흡량 개념을 적절히 이용하여, 기가 단전에 모여 극도로 팽만해져서 기가 밀려 나가는 듯 한 기분을 느끼게 될 때까지 수련하는 것이 제 3과의 목표입니다.

▶ 조식을 제대로 하면 건강해져 생활이 재미나고, 머리가 맑아집니다. 머리가 맑아지는 데는 건강보다 더 시간을 요합니다. 이렇게 되지 아니하면 틀림없이 조식을 잘못하고 있든지 아직 성의가 부족한 증거입니다. 선배 에게 상의해 볼 일입니다.

 

 

 

이 글을 쓰신 님께

 

저는 96년도부터 수도생활을 해본다고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몇 년 전 정신없이 이것저것 자료를 구해 보던 중 인터넷을 통하여 님께서 쓰신 글을 보고 소중하게 간직하여 오다가 저의 브로그를 정리하며 귀한 자료라 사료되어 이곳에 올려놓았습니다. 수시로 탐독하며 공부해 나가는데 마음을 다스르며, 차후에라도 인연이 있는 분들이 게시면 수행에 참고하실 수 있게 하고 싶은 욕심에서입니다. 귀중한 글을 담아오며 아무런 양해의 말씀도 드리지 못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곳을 통하여 사죄의 말씀을 드리오며 이곳에 이 글을 올려둘 수 있도록 선처하여 주시기를 간청 올립니다. 만약 저작권 관계로 불허하신다면 글을 남겨주십시오.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재삼 너그러우신 아량으로 용서하여 주시기를 간청 올림니다. 현풍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