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인의 용호결 풀이
류도사
용호결
[용호결]은 '북창결(北窓訣)' 또는 '용호비결'로 알려져 전해내려 오고 있다. 이조 중종(中宗) 원년(1506) 음력 3월 갑신일에 태어난 정염 선생이 남기신 글이다. 이 어른은 1490년대 중엽이후 3대에 걸쳐 벼슬하던 집안에 태어났으며, 아버지 순붕(順朋)께서 중종, 인종, 명종, 세 임금을 섬겨 벼슬자리에 있었고, 어머니는 태종(太宗)의 장왕자 양녕대군의 증손녀였다.
선생은 어릴 적부터 마음을 가다듬어 신과 통할 줄 알았다고 전해온다.
어렸을 때 산사(山寺)에서 선가(禪家)의 육통법(六通法)을 시험하려고 3일 동안 마음을 가라앉혀 사물을 바라보아, 가까이는 동리 집안의 사소한 일에서부터, 멀리는 산 넘어 백리 밖의 일까지도 통달하였으며, 이런 일이 있은 뒤부터, 천문·지리·의약·복서·율려·산수·외국어를 두루 배워서 못하는 바가 없었다. 비록 천리 밖의 일이라도 마음을 고요하게 집중하면 곧 알아내었다.
선생은 유·불·선의 삼교에 관통하였으나, 근본을 성학(星學)에 돌려 그의 유혼에도 효제(孝悌)를 오로지 힘쓰게 하고, '소학' '근사록'을 초학자의 지름길로 삼았다.
일찍이 선생께서는 “성학은 인륜을 중시한다. 그러므로 긴요하고 오묘한 곳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불(仙佛)은 오로지 마음을 닦고 본성을 깨닫는 것을 근본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상달(上達)한 곳은 많고, 낮고 쉬운 것을 배움은 전혀 없다. 이것이 삼교가 제각기 목적하는 바가 다른 까닭이고 선불은 대동소이하다”라고 하였다.
선생은 늘 탄식하시기를 “말하여도 믿어주지 않고, 행하여도 알아주지 않는다”하고는 마음껏 노래 부르며 스스로 희롱하며 방랑의 행각에 낙을 붙였다. 그러면서도 남과 더불어 말할 적에는 단 한 마디도 공자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 깨달음은 부처와 같고, 그 행동은 노자와 같았으며, 사람을 가르치는 데는 한결같이 성인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전기로 전해 온다.
◀ 원문에 관하여 ▶
단학에 관한 문헌으로 이 [용호결]보다 뛰어남이 없다고 믿어, 오늘 날까지 전해오는 여러 책들을 모아 한자 한자 검토하여 본문과 같이 정리해보았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 규장각, 연세대 도서관 등에 소장되어 있는 것과 민간에 유포된 몇 종을 저자가 대조해 본 결과 문맥에는 큰 차가 없으나, 글자의 사용에 있어서 아래와 같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1) 主와 住 (2) 相과 常 (3) 氣와 그 옛글자 旡
그래서, (1)은 住로 통일, (2)는 구별, (3)은 氣로 통일하였습니다.
원문에 주문과 주해가 구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주문은 큰 글자로 주해는 작은 글자로 하고 글체를 달리 하였습니다. 현대문도 주문과 주해의 글자 크기를 달리하여 원문의 뜻을 살렸고, 그 다음에 < 한방울의 글 >이라는 이름으로 저자의 소견을 피력해 보았습니다.
한글세대에 낯설게 느껴질 한문을 먼저 실은 것은 옛 원문의 뜻을 받드는 어른에 대한 예의로써 그렇게 하였습니다. - 본 코너는 하동인 선생이 엮은 "단학비전 조식법"에서 전문을 인용 하였습니다 -
龍 虎 秘 訣
修丹之道 至簡至易 而今其爲書 汗牛馬充棟宇 且其言語 太涉恍惚難了 故 古今學者 不知下手之方 欲得長生 反致夭折者多矣
수단지도 지간지이 이금기위서 한우마충동우 차기언어 태섭황홀난료 고 고금학자 부지하수지방 욕득장생 반치요절자다의
至於參同契一篇 實丹學之鼻祖 顧亦參天地 比卦爻 有非初學之所能蠡測 今述其切於入門 而易知者若干章 若能了悟則一言足矣 蓋下手之初 閉氣而已
지어참동계일편 실단학지비조 고역참천지 비괘효 유비초학지소능여측 금술기절어입문 이이지자약간장 약능료오즉일언족의 개하수지초 폐기이이
단을 닦는 일(修丹之道)은 지극히 간단하고 지극히 쉽다. 이제 이 도에 관한 책이 너무 많아서 서고에 가득 찰 지경이나, 말로는 나타내기가 너무 어렵고 황홀하여 읽는 사람이 알기가 어렵다. 그 때문에 옛날이나 지금이나 처음 배우려는 사람은 손댈 방법을 몰라서 불로장생 하려다가 오히려 도중에는 그만 두는, 즉 요절하는 자가 많았다.
<참동계>란 책은 실로 단학의 시조가 되는 책이나, 그 내용이 우주의 이치를 설명한 역의 표현 방법인 괘와 효를 빌어, 비유로 설명하였기 때문에 처음 배우는 사람으로는 도저히 짐작조차 못할 바가 많다. 그래서 이제 입문에 있어서 가장 적절한 사항을 알기 쉽게 약간의 장으로 나누어 설명하려 한다. 만약, 능히 깨달을 수 있으면, 한마디 말로 충분하다. 즉 공부 시초에는 폐기하는 일뿐이다.
☞ 한방울의 글
약 450년 전의 선비를 위하여 쓴 글로 당시로는 상식에 속한 글을 인용한 것이 오늘날에는 알기 어려운 글이 되었습니다. 단을 닦는 방법은 폐기 즉 기를 가두는 일이라는 것을 천명하셨습니다. 그 구체적인 방법을 다음에 주해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 此所謂一言之訣 至簡至易之道 古人皆秘此而不出 不欲便言 故人未知下手之方 不知修丹於氣息之中 而外求於金石 欲得長生 反致夭折哀哉 )
( 차소위일언지결 지간지이지도 고인개비차이불출 불욕편언 고인미지하수지방 부지수단어기식지중 이외구어금석 욕득장생 반치요절애재 )
바로 이것이 한 마디의 비결이다. 매우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나, 옛사람은 비밀로 하여 선선히 말로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배우려는 사람들이 쉽게 손댈 방법을 알지 못하였다. (자기자신의) 기식 속에서 단을 닦는 법이 있는 것을 모르고, 밖으로 금석에서 구하여 오래 살려다가 오히려 요절하였으니 참으로 애석하다.
☞ 한방울의 글
㉮ <참동계>는 한말의 도사 위백양(魏伯陽)이 선단의 제조법을 논한 책으로 주자(朱子)도 주석한 일이 있었고, 우리나라의 이퇴계(李退溪)도 <계몽전의>(啓蒙傳疑)에서 논한 바가 있습니다. <참동계>란 물과 불, 납과 수은으로 오래 사는 신선되는 약을 만드는 원리도 쓰여 져 있는 책인데 많은 사람들이 참 뜻을 잘 못 받아들여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행하여 졌던 듯합니다.
㉯ 자기의 숨 속에는 단을 닦는 법이 있는 줄 모르고 신선이 되겠다는 분에 넘친 욕심 때문에 금석지제 즉 쇠붙이를 먹음으로써 그렇게 될 줄 알고 본말이 뒤바뀌어진 수련을 한 사람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몸에 좋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먹는 일부 사람과 통하는 데가 있읍니다.
今欲閉氣者 先須靜心 疊足端坐 (佛書所謂金剛坐也) 垂簾下視 眼對鼻白 鼻對臍輪 (工夫精神 全在於此 當是時 夾脊如車輪) 入息綿綿 出息微微 常使神氣 相住於臍下一寸三分之中
금욕폐기자 선수정심 첩족단좌 (불서소위금강좌야) 수렴하시 안대비백 비대제륜 (공부정신 전재어차 당시시 협척여거륜) 입식면면 출식미미 상사신기 상주어제하일촌삼분지중
이제 폐기를 하려는 이는 맨 먼저 마음을 고요히 하고, 책상다리를 하여 단정히 앉아 발을 드리운 것 같이 감은 듯 뜬 듯 한 눈으로 콧등을 보고 코는 배꼽 언저리를 마주하라. 공부 정신은 전적으로 이렇게 하는 데에 있다. 이때 등뼈는 큰 수레바퀴가 둥글게 휘어지듯 해야 한다.
들이쉬는 숨은 솜에서 실을 뽑아내듯이 가늘게 솔솔 끊임없이 길게 계속 뽑아내고, 내쉬는 숨은 미미하게 조금씩 계속 토하여, 늘 신과 기가 서로 엉키어 배꼽 아래 한 치 세푼의 자리에 있는 단전에 항상 머물러 살도록 하라.
☞ 한방울의 글
㉮ 폐기하는 마음가짐과 자세한 요령을 적은 글입니다. 형식으로부터 정신내용으로 들어가자는 것입니다.
㉯ 위 원문의 마지막 줄의 상주의 주를 注로 쓴 책이 있습니다. 폐기의 초기에는 신과 기를 따로따로 생각하여 쏟아 넣는 뜻으로 注로 쓴 듯 합니다. 원저자가 어느 쪽으로 쓴 것인지는 이제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 시선·코·배꼽·등뼈, 호흡 요령을 주의 하십시요. 이 글 가운데서 등뼈를 구부려 수레바퀴 휘어지듯 둥글게 하라는 글이 불교의 참선 자세와 다른 점이며, 또 오해가 많이 생길 수 있는 구절입니다.
㉱ 이 자세와 호흡 요령은 초습자가 꼭 습관화할 일입니다. 자세에 있어 그렇게 못할 사람을 위하여 26쪽에서 여러 가지를 이야기해 놓았습니다.
( 不須緊閉不出至於不可忍耐 惟加意下送 略如小便時 所謂吹噓賴巽風 苟能靜心 垂頭下視 眼視鼻白鼻對臍輪 則氣不得不下 當其閉氣之初 便覺胸次煩懣 或有刺痛者 或有雷鳴而下者 皆喜兆也 皆上部風邪 爲正氣所迫 流入於空洞處 得其傳送之道 然後 氣自平安 病自消散 此乃初頭道路 亦可謂片餉證驗 常患胸服者 尤宜盡心 其效最妙 )
( 불수긴폐불출지어불가인내 유가의하송 약여소변시 소위취허뢰손풍 구능정심 수두하시 안시비백비대제륜 즉기불득불하 당기폐기지초 편각흉참번만 혹유자통자 혹유뇌명이하자 개희조야 개상부풍사 위정기소박 유입어공동처 득기전송지도 연후 기자평안 병자소산 차내초두도로 역가위편향증험 상환흉복자 우의진심 기효최묘 )
모름지기 굳게 닫을 필요는 없다. 참지 못함에 이르러도 밖으로 내보내지 아니하고, 다만 아래로 내보내려는 생각을 더 하며, 오줌 눌 때와 같이 은근히 하면, 이른바 취어 뢰손풍 상태가 된다. 즉 내쉬어야 할 숨이 몸 안의 유순한 바람의 덕을 보게 되어 마음과 몸이 화평하게 된다. 그러므로 능히 마음을 안정시켜 머리를 숙여 아래를 보아 눈으로 코끝을 보고, 코와 배꼽을 마주 대하게 하면 기가 부득불 내려가게 된다.
폐기의 초기단계에는 가슴이 점차 번거롭게 꽉 차고, 때로는 찌르는 듯이 아프기도 하고, 혹 뱃속에서 꾸루룩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무엇인가 내려가는 현상들이 모두 폐기가 되어가는 좋은 징조이다.
윗부분의 풍사, 즉 간장의 풍과 심장의 화가 바른 기운의 핍박을 받으면 비어있는 곳으로 흘러들어가서 기를 전해 보내는 길이 생긴 다음부터라야 기가 스스로 편안하게 되고 병은 저절로 삭아 없어지게 되는데, 바로 이것이 실마리가 된다. 그래서 가히 잠시의 증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상 가슴앓이나 배병이 있는 사람은 정성껏 폐기하면 좋은 효과와 묘미를 느낄 수 있다.
☞ 한방울의 글
㉮ 위 주문과 주석문으로 초습자가 수련할 전 과정을 설명하셨습니다. 맨 먼저 마음을 고요히 하라, 선수정심의 심법이 가장 기초가 됨을 잊어서는 아니 될 일입니다.
㉯ 가슴 횡경막 배의 삼위일체 된 호흡으로 단전으로 기가 흘러들어 가는 <전송지도>(傳送之道)가 이루어져야 됨을 강조합니다.
㉰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북창선생의 아우 고옥(古玉)이 인용한 듯 한 아래 글이 있습니다. < 눈이 이르는 곳에 마음이 또한 이르는 것이므로 몸을 단련하는 법에 눈으로 코를 내려다보고, 코의 끝이 배꼽과 상대케 하여 심화(心火)를 단전에 하강(下降)시키는 법이 있으니 잠깐의 공부로 이루어지는 법이다 >
㉱ 편향이란 간식·중참을 뜻합니다.
이 글을 쓰신 님께
저는 96년도부터 수도생활을 해본다고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몇 년 전 정신없이 이것저것 자료를 구해 보던 중 인터넷을 통하여 님께서 쓰신 글을 보고 소중하게 간직하여 오다가 저의 브로그를 정리하며 귀한 자료라 사료되어 이곳에 올려놓았습니다. 수시로 탐독하며 공부해 나가는데 마음을 다스르며, 차후에라도 인연이 있는 분들이 게시면 수행에 참고하실 수 있게 하고 싶은 욕심에서입니다. 귀중한 글을 담아오며 아무런 양해의 말씀도 드리지 못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곳을 통하여 사죄의 말씀을 드리오며 이곳에 이 글을 올려둘 수 있도록 선처하여 주시기를 간청 올립니다. 만약 저작권 관계로 불허하신다면 글을 남겨주십시오.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재삼 너그러우신 아량으로 용서하여 주시기를 간청 올림니다. 현풍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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