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대전 性理大全 (사제 문답)
유일명 저 블러그 대안에서
때는 大淸國乾隆壬寅年中秋日 月光은 교교하고 별빛은 희미한 밤이었다.
오원자께서 서운봉 산마루에 홀로 앉아서 신선경지에 들어 있었다. 그 몸은 허공이요, 그 형체는 적막한 虛無境地에 도달해서 황홀하고 오묘한 무아의 세계에서 천계를 살피고 있을 때였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몇몇 弟子들이 侍從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밤은 깊어 두번째 닭이 울고 하늘은 온통 밝은 대낮처럼 빛나고 있었다. 한 제자가 선생께 물었다.
1) 제자 : 스승님께서는 몸의 움직임도 없으시고 소리도 호흡도 끊어졌으니 道의 깨달음이 그러하나이까. 앉아 있음을 잊었나이까.
제자가 세 번 물었으되 세 번 다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제자가 다시 물었다. 그러나 스승은 한 말씀이 없이, 마치 마른 나무둥치처럼, 돌로 만든 부처처럼 요지부동의 자세였다. 이윽고 오원자께서 옆을 두루 살피다 겨우 입을 열어 조용히 말씀하시기를
오원자 : 너희들이 알바가 아니니라.
2) 제자 : 그러면 그 까닭을 저희들에게 일러 주십시오 하고 한 弟子가 간청했다.
오원자 : 吾將以 天地逆旅 ( 내가 이제 하늘과 땅을 거꾸로 여행하려 한다 ) 해와 달은 天地間의 한 과객에 지나지 않으며, 천하 만물은 한갓 실오라기와 같은 꿈의 환상이며, 사람의 情理는 원수와 같은 것이며, 부귀는 뜬구름과 같으며, 몸의 형체는 질곡(桎梏)과 같으며 육체와 사지(四肢)는 마른 나무토막과 같으며, 육근(六根)은 텅 빈 구멍과 같으며 몸과 마음은 불 끼 없는 재와 흙과 같으니, 어찌 움직임과 흔들림이 있으며 소리를 내며 숨을 쉬겠는가.
3) 제자 : 그러면 선생님의 하신 말씀은 단 하나도 가진 것이 없다는 뜻입니까?
오원자 : 어찌 가진 것이 없다고 하겠는가?
4) 제자 : 가진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오원자 : 道를 가졌을 뿐이니라.
5) 제자 : 道가 하는 일은 없습니까?
오원자 : 어찌 하는 일이 없으리오. 道는 體가 있고 用이 있고, 나아감(進)이 있고, 물러남(退)이 있고, 거슬림(逆)이 있고, 순행함(順)이 있고, 급함(急)이 있고, 완만함(緩)이 있고, 그침(止)이 있고, 만족함(足)이 있고, 처음(始)이 있고, 끝(終)이 있고, 먼저(先)가 있고, 뒤(後)가 있고, 효수(爻銖)가 있고, 차례(層次)가 있고, 변화가 있어서, 큰일을 꾸며서 크게 쓰임이 되도록 함에 한계가 없다. 어찌 하는 일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6) 제자 : 問道한지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많은 丹書를 보았으며,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道의 眞理를 물었으나 아직 眞法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오니, 스승께서는 자비를 베풀어 저희들의 막힘을 열어 주소서.
오원자 : 道라는 것은 天地의 비밀을 간직한 것이다. 그래서 鬼神도 이를 기피한다. 어찌 함부로 발설 할 수 있으리오. 만일 재계(齋戒)하여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지 않고서는 나의 말을 함부로 들을 수 없으리라.
제자들이 절을 하고 물러가서,
첫째-온몸을 목욕하고(身齎),
둘째- 모든 잡념을 떨쳐내고(意齎).
셋째- 회광반조(回光返照)하여 눈의 精氣를 안으로 돌리고 (眼齎),
넷째- 모든 소리를 귀에서 떨쳐내고(耳齎),
다섯째- 모든 냄새를 코에서 떨쳐내고(鼻齎),
여섯째- 옳고 그른 시비를 그쳐서 (舌齎)
위의 여섯 가지 몸 닦음을 마친 다음에 다시 스승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물었다.
7) 제자 : 여섯 가지 몸과 마음을 닦는 외에 또 더 닦을 것이 있습니까? 바라옵건대 스승님은 밝게 가르쳐 주소서.
오원자 : 아직 마음이 닦이지 않았느니라. 이 한 가지 경계를 닦지 않으면 그곳이 더럽혀져서 六根에 이르느니라. 六根은 외적(外賊)과 같아서 수시로 몸 안에 침범하여 들락날락하며, 마음의 경계는 內賊과 같아서 마음 안에는 소위 식신(識神)이 거처하여 萬劫의 輪回種字를 만들어 내게 된다. 이 마음의 경계(心境)를 닦지 않으면 여섯 가지 재계가 모두 소용없게 되느니라.
제자들이 크게 놀래어 물러난 뒤에 다시 만 가지 因緣줄과 생각을 가다듬어 몸과 마음 언저리에 한 오라기의 가림과 번뇌도 모두 털어 버린 다음 그 마음은 마치 얼음처럼 차갑고, 털끝만한 잡념도 몸에 붙이지 않은 맑은 몸과 마음으로 다시 스승 앞에 나와서 꿇어앉아 울면서 물어 가로 대
8) 제자 : 스승님의 자비로운 말씀에 감동하여 이제 몸과 마음을 다시 닦아 털끝만한 거리낌도 없이 마음이 텅 비었습니다. 이제 더 닦을래야 닦을 것이 없으며, 더 닦고져 하나 닦을 대상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또 무엇을 더 닦을까요?
오원자 : 너희가 이제야 닦을 바를 아는 것 같구나. 이제 닦을 것을 다 마쳤으니 道에 대해서 물어도 좋으니라.
9) 제자 : 道란 대체 무엇입니까?
오원자 : 道라는 것은 先天界의 모든 물질을 만드는 으뜸의 기운(祖氣)을 뜻하는 것이다. 눈으로는 그 형상이 보이지 않으며, 귀로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으며,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며, 크기로 말하면 包羅天地(하늘과 땅을 포용할 수 있고), 生育萬物(만물을 길러낼 수 있으며), 그보다 더 큰 것이 없고, 그 보다 더 작은 것이 없다.
이러한 것을 儒家에서는 太極이라 하고, 道家에서는 金丹이라 하고, 佛家에서는 圓覺이라 하나, 원래는 이름이 없는 것이다. 억지로 이름을 붙여서 <道>라고 표현할 따름이다.
<道>를 의심하면 얻을 수 없고, 曰可曰否하면 잃어버린다. 형체도 없으며 그림자도 없고, 색깔도 없으며, 그렇다고 비어 있지도 않으며, 있는 것도 아니며 없는 것도 아니다. 만일 어떤 색깔이나 형상에 견주어 말한다면 그것은 곧 도가 아니다.
10) 제자 : 道라는 것이 형체도 없고 그림자도 없어서 한 기운으로 뭉쳐 있다면, 어째서 周易에는 <一陰一陽之謂道>라 고 하였습니까?
오원자 : 一陰一陽을 道라고 表現한 것은, 그 쓰임을 말한 것이요. 無形이니 無象이니 하는 것은 道의 體를 말한 것이다.
太極이 아직 갈라지지 않은 때는 道라는 體가 陰과 陽을 같이 온전하게 包容하고 있음을 뜻함이오, 太極이 이미 갈라져서 陰陽이 道를 낳게 되는데 만일 陰과 陽이 없을 것 같으면 道의 氣運이 나타나지 않을뿐더러 다시 몸 가운데로 들어가서 굳게 뭉쳐서 道氣長存(道의 氣運이 오래 保存되어서)歷萬劫而不壞(萬劫으로 부서지지 않느니라).
先天에 머무르면 道가 되고 後天에 나타나면 陰陽으로 變한다.
道라는 것은 陰과 陽의 根本이 되고, 陰陽은 道를 나타내는 것이니, 이른바 太極이 갈라져서 陰陽이 되고, 陰陽이 合하면 太極으로 合成된다.
그러므로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하나가 되는 이치니라.
11) 제자 : 太極이 갈라져서 陰陽이 된다함은 두 개의 陰과 陽이 있음을 말함인 즉, 어째서 옛 사람들은 "兩重天地四個陰陽"이라 했습니까?
오원자 : "兩重天地"라 함은 先天과 後天을 말함이요, "四個陰陽"이라 함은 先後天의 음양을 뜻한다. 先天陰陽은 氣運을 말하고, 後天陰陽은 形體를 가리킨 말이다. 선천음양은 태극 가운데 함축되어 있는 陰陽氣運을 말하고, 後天陰陽은 太極안에서 밖으로 발산하는 기운을 뜻한다. 金丹의 大道를 얻으려면 그 기운을 뽑아서 쓰는 것이지, 이미 발산한 後天에서 다시 돌아온 기운을 쓰지 않느니라. 그러므로 이것을<先天大道> 라 하느니라.
12) 제자 : 先天과 後天의 陰陽이 각기 分界가 있다면, 어째서 <後天中返先天>이란 것이 또 있습니까?
오원자 : 先天의 한 氣運이 깨어져서 陰陽으로 태어나는 것이, 곧 後天陰陽이라 한다. 後天陰陽을 一動一靜(한번 動하고 한번 靜)하는 법도에 따라 몸을 닦으면 後天陰陽이 다시 先天氣運으로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사람의 修道가 여기에 이르면 後天가운데서 先天의 기운을 낳게 되는데 이 법도를 逆而運之 還元返(거꾸로 운행하여 還元返本)하게 되면 변질된 後天性 몸이 先天의 太極體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것을 이른바 <還丹>법이라고 하느니라.
13) 제자 : 음양이 이미 先天과 後天으로 갈라졌다면, 어째서 또 內 陰陽과 外 陰陽 이라는 말이 있습니까?
오원자 : 內陰陽이란 즉, 후천의 음양이 형체 안에서 생겨난 것을 이름이요. 外陰陽이란 선천의 텅 빈자리에 나타나는 것을 이름이라. 형체안의 음양은 天地가 낳은 順行하는 음양을 뜻하고, 虛空(텅 빈자리)에서 생기는 음양은 逆修하는 가운데서 天地가 낳은 陰陽을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內外陰陽>이라 함은 다만 그 쓰임을 말했을 따름이다.
14) 제자 : 陰陽에 안과 밖이 있다면 五行에도 안과 밖이 있습니까?
오원자 : 五行도 陰과 陽 가운데서 생겨나느니라. 陰陽에 內外가 있는데 어찌 五行에 內外가 없겠는가. 마치 天干 열개와 地支 열두개의 이치와 같으니라. 五行은 모두 두 가지로 구분된다. 天干으로 말할 것 같으면 丙은 陽火, 丁은 陰火, 甲은 陽木, 乙은 陰木, 庚은 陽金, 辛은 陰金, 壬은 陽水, 癸는 陰水, 戊는 陽土, 己는 陰土와 같으며, 地支로 비유 할 것 같으면, 亥水는 陽, 子水는 陰, 寅木은 陽, 卯木은 陰, 巳火는 陽, 午火는 陰, 申金은 陽, 酉金은 陰, 辰戌二 土 陽, 丑未二土는 陰과 같으니라. 陽은 밖으로 내뿜는 先天氣運을 가리키고, 陰은 後天氣運을 안으로 간직하는 것은 뜻한다. 이 두 가지 先 後天의 갈림은 오로지 內藥과 外藥을 구별하여 쓰기 위함이니라.
15) 제자 : 內藥은 性을 이름이오. 外藥은 命을 이름이니, 이는 성명을 수련함에 있어서 각각 그때가 있음이라. 주역에 이르되 선천 天弗違 後天 奉天時(先天法은 天時를 어기지 않아야 하며 後天法度는 天時를 받들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 逆修(거꾸로 닦는 일)와 順修(순리로 닦는 일)의 두 가지 방법이 서로 다른데도, 어째서 입약금경 에서는 <先天氣運과 後天氣運을 얻은 사람은 항상 취한 사람과 같다>고 하였습니까?
오원자 : 옛 조사들이 자비를 베풀어서 그 뜻을 분명하게 말씀해 두었으되, 다만 너희가 스스로 깨닫지 못함이로다. 대저, 內藥을 性에 비유함은 後天의 天時를 받드는 것을 뜻하고 外藥을 命에 비유함은, 즉 先天의 天時를 어기지 말라는 뜻이니라. 또 逆修라는 말은 거꾸로 닦는 도법의 쓰임을 이름이다. 사람의 몸에서 피어날 꽃봉오리를 피지 못하게 하여(先發制人) 이른바 조화의 기운을 훔쳐서 結丹(열매맺게)함을 뜻하고, <天時를 받들라>는 뜻은, 順修하는 도법으로써 천지자연의 기운을 그대로 씀을 뜻한다. 이른바 五行의 기운을 융화하여 순리로 결합시켜서 丹을 해탈(脫丹)시킴을 가리킴이니라. 이 두 가지 예비공부를 반드시 해야 한다. 이것을 가리켜 性命双修라 하고 안밖을 함께 닦는 이치를 逆修倂用이라 한다.
이 글을 쓰신 님께
저는 96년도부터 수도생활을 해본다고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몇 년 전 정신없이 이것저것 자료를 구해 보던 중 인터넷을 통하여 님께서 쓰신 글을 보고 소중하게 간직하여 오다가 저의 브로그를 정리하며 귀한 자료라 사료되어 이곳에 올려놓았습니다. 수시로 탐독하며 공부해 나가는데 마음을 다스르며, 차후에라도 인연이 있는 분들이 게시면 수행에 참고하실 수 있게 하고 싶은 욕심에서입니다. 귀중한 글을 담아오며 아무런 양해의 말씀도 드리지 못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곳을 통하여 사죄의 말씀을 드리오며 이곳에 이 글을 올려둘 수 있도록 선처하여 주시기를 간청 올립니다. 만약 저작권 관계로 불허하신다면 글을 남겨주십시오.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재삼 너그러우신 아량으로 용서하여 주시기를 간청 올림니다. 현풍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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