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開 天 綠 (5) ♣
천제가 오실 때에 천상에서 사신수가 인화(人化)하여 따라왔는데 이들이 바로 이사(二師), 이백(二佰)으로 우사(雨師)와 운사(雲師),그리고 풍백(風伯)과 하백(河伯)이었다. 이들이 천제를 도와 바람과 구름과 비와 하천을 다스려 천계의 백성들을 번창케 하였다. 그리고 이 이사, 이백은 대대로 천계에서 환인을 보좌하는 환국의 최고 벼슬이 되었는데 이것은 마지막 지위리 환인때까지 이어졌다. 지위리 환인이 환웅에게 천부인 세개를 넘겨 줄때 이를 봉립하여 나갔던 풍백과 우사, 운사 중, 운사가 "초성군"이시다. 이 초성군의 아들이 이 개천록의 주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초기에 인간들은 환인을 비롯한 온 우주의 기운이 그들을 보호하고 개벽이후 첫 인류로서 그 지혜와 기운이 청정하였으므로 그 이전의 어떠한 동물들보다도 빠른 시간내에 그 수가 불어갔고 또 그 행동반경이 넓어져 갔다. 모험심에 충만된 인간의 무리가 더 짐승들이 많은 사냥터를 찾아갔다가 그곳에 정착하여 가족을 형성하였고 더 맑은 물과 고기가 많은 강가를 찾아 멀리 떠나갔다. 천계를 떠나버린 이들은 언제까지도 돌아오지 않았으며 그들은 자자손손 전인미답의 땅을 지나 아득한 대지의 저편 너머로 사라져 갔다.
물론 천계주변엔 다른 곳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사람들이 부락을 이루고 가족단위로 모여 살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사람들의 수가 많아지고 그 흩어진 땅의 넓이가 확대되자 사람들은 때마다 삼청궁으로 모이기가 어려워졌고 점차 마을마다 그 한가운데에 하늘에 제사하는 터를 마련했고 무리들 중에 하늘의 뜻을 아는 사람을 뽑아 제사를 주관하게 했는데,그런 사람들은 으례히 삼청궁에 와서 환인께 배례하고 그 가르침을 얻어갔다.
안파견께서 오백수를 다하실 동안 사람들은 많이 개화되고 그 지혜가 밝아져 원시적인 경작을 하게 되었고 움집은 점차 벽과 지붕이라는 개념을 가진 귀틀집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수렵은 여전히 주된 생업이었으나 이 시기에 돼지와 닭이 비로소 사람의 마을에서 길러지는 가축이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도 날고기를 먹었지만 풍백이 이들에게 고기를 익혀먹는 법을 가르쳤고 하백이 짐승을 사로 잡는 법을 가르쳤다. 사람들이 파놓은 함정에 맷돼지며 사슴들이 빠져서 산채로 잡혔고 막힌 계곡에 말이 나 소떼를 몰아 넣고 그 입구를 나무울타리로 막아 수백마리의 짐승들을 한꺼번에 포획할 수도 있을 만큼 지혜가 발달해갔다.
마침내 안파견께서 그 수를 다하시니 모습을 달리 한 "혁서환인(赫胥桓因 )"께서 삼청궁의 역사를 물려 받으셨다. 때에 이 지구에는 커다란 지각의 변동과 기후의 일변이 있었다. 세계 곳곳에 엄청난 홍수가 있었고 대륙이 지구의 태반을 덮고 있었던 얼음들이 따뜻해진 기후에 녹아내리면서 전 세계의 해수면이 높아져서 아시아와 북미대륙이 베링해협으로 끊어졌고 대서양의 물이 지브랄탈의 방벽을 넘어 대륙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여러 원시문명을 수장시키고 지중해가 생겼다. 호주와 아시아의 남쪽을 이어주던 기다란 육지는 바다에 잠겨 곳곳에 섬으로 남으면서 오스트레일리아를 문명세계의 바깥에 남겨 버렸다. 이 천지공사(天地公事)를 혁서천제가 주관하시므로서 인류의 탄생을 있게한 개벽을 마무리지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