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학/동양철학

이성환 김기현 의 역경 (8) 色 속의 易經

검은바람현풍 2012. 2. 29. 19:46

이성환 김기현 의 역경

 

8. 색 속의 역경

 

 

( 1 ) 5색

 

색깔에는 靑, 赤, 黃 三元色과 명도가 높을 때 나타나는 색, 백색과 명도가 어두울 때 나타나는 색, 흑색이 있다.

 

동물에게는 물체의 색깔을 보고 그 물체의 작용을 예측하는 본능이 있다. 붉은 것을 보면, 불과 피의 이미지를 보며 흥분을 한다. 실제로 불과 피는 에너지활동이 극에 이르는 火에 속하여 활발한 활동을 한다. 검은 것을 보면 어둠과 죽음의 이미지를 생각하며 두려워한다. 검은 것은 죽음의 색깔로서 에너지 활동을 정지시킨다. 인간의 생과 반대되는 작용이 일어날 때 나오는 색깔인 흑색을 보고 두려움을 느낀다. 검은 고양이와 박쥐, 악마의 검은 옷, 드라큘라의 검은 양복이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은 검은 색을 가진 물체는 에너지 활동을 정지시켜서 인간의 생을 빼앗기 때문이다. 산과 들이 푸른 것을 보면 젊은 시절의 꿈과 활발한 활동을 생각한다. 가라는 신호등이 녹색인 것은 녹색이 이제 기다림을 멈추고 움직이기 시작하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녹색을 가진 물체가 봄의 작용인 木의 작용을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동양철학에서 적색은 불의 붉은 색, 태양의 붉은 색, 피의 붉은 색, 꽃의 붉은 색을 말한다. 어느 물질도 활발한 운동이 일어나고 있을 때는 熱이 나고 열이 나면 붉은 색으로 변한다. 이것은 양이 極할 때 나는 색으로 오행 중에 火에 속한다. 붉은 색을 가진 물질은 에너지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불이 가장 대표적이며 활발한 에너지의 활동이 있다. 우리 주위에 가장 붉은 것은 태양이라 할 수 있고, 가장 큰 에너지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몸에서는 심장에 있는 피가 가장 붉으며 가장 빠른 활동을 하고 있다. 식물 중에서는 고추가 붉은 색을 가지고 있고 사람이 이 고추를 먹으면 땀이 나고, 혈액순환이 활발해진다. 실제로 붉은 조명 밑에 있는 사람들은 흥분하며 체온이 올라간다.

 

흑색은 밤의 어두운 색, 숯의 검은 색을 말한다. 에너지를 소모하는 활동을 정지하고 있을 때는 검은 색이 나타난다. 검은 색은 음이 극한 상태일 때 나타나는 색으로 오행 중에 水에 속한다. 검은 색을 가진 물체는 활동이 다른 색깔을 가진 물체보다 느리다고 할 수 있다. 陰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빨아들이는 능력도 있다. 그래서 숯은 여러 가지 물질을 흡착시킨다. 숯은 정수기에 들어가는데 물속에 있는 불순물질을 흡착시켜 정수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조명을 어둡게 하면 사람들 마음이 차분해지고 잠이 온다. 몸과 마음을 쉬고 싶으면 집안의 조명을 어둡게 하고 벽이나 기구의 색깔을 어두운 색깔로 해야 한다. 죽음의 색깔은 흑색이기 때문에 장례식에서는 검은 색의 옷을 입는다. 식물에서 에너지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는 꽃이 필 때인데 꽃은 밝은 색깔이고, 에너지 활동이 정지하고 있는 색깔인 검은 색 꽃은 없다. 오장 중에 콩팥이 제일 색깔이 어둡다. 콩팥은 숯처럼 불순물질을 걸러낸다. 일생 중에 노년기는 활동이 가장 느린 시기인데 노인의 피부는 아기들에 비해서 어둡다.

 

동양철학에서 靑色은 봄의 색깔인 녹색을 의미한다. 청록색을 연상하면 적당하다. 靑色은 양의 활동을 시작하는 색깔로 五行 中 木에 속한다.녹색을 보면 밖에 나가고 싶고,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난다. 들판의 푸름을 보면 청춘의 활기가 생각난다. 녹색의 이런 성질이 나무의 겨울동안의 긴 잠에서 깨어나 봄에 싹을 틔우는 성질과 일치한다. 녹색은 하늘을 향해 자라나는 나무의 색깔이기도 하다.

 

백색은 어떤 물체가 무지개 색인 태양광선의 색을 반사하기만 하고, 흡수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색이다. 에너지 활동이 정지되기 직전의 색이다. 이런 색을 가진 물체는 곧 에너지 활동을 중지하고 수축되기 시작한다. 노인들의 머리카락이 백색으로 변하는 것은 이제 그만 머리카락의 활동을 중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백색을 보면 마음이 맑고 순수하고 고요해진다. 백색은 주로 바탕색으로 넓게 퍼지며 스스로를 드러내어 놓지 않는다. 백색의 이런 성질이 활발한 활동을 중지하고 쉬기 시작하는 金의 성질과 부합된다. 결혼식 날 신부가 흰 색 드레스를 입는 것은 이제 경망스럽게 활동(목,화의 활동)을 중지하고(금의작용) 결혼을 해서 아기를 생산(水의 작용)하여 어머니가 되겠다는 표시이다.

흰색을 보면 눈에 덮힌 산과 들을 생각하고 고요함과 적막감을 느낀다. 청결함과 순수함도 느끼는데, 모두들 활동이 정지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들이다. 흰색을 가진 물체는 활발했던 활동을 정지하기 시작한다. 노인들이 머리카락과 체모가 희어지는 것도 활동이 정지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흰색을 가진 물체가 가을의 작용인 金의 작용을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황색은 조화와 안정, 풍요의 색이다. 흙의 일반적인 색이고, 불변과 풍요의 상징인 황금의 색이기도 하다. 누렇게 익은 곡식과 풍성한 과일의 색깔이다. 황색을 띤 물체를 보면 어렸을 때 어머니를 보는 것과 같이 마음이 편해진다. 왕이 금관을 쓰고 황금장식을 쓰는 것은 황색은 土의 색깔로서, 사방의 기운을 통치하는 물체의 색깔이다.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진 소량(희귀)의 금속 중에 황색을 가진 금이 귀한 것은 황금의 황색이 어머니와 흙을 대할 때 느끼는 풍요와 안정을 나타내서 누구나 좋아하는 색깔이기 때문이다. 황색을 가진 물체는 土에 속하여 음이나 양, 혹은 木, 火, 金, 水 한쪽에 치우친 성격을 가진 물체들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고 조화시킨다. 흙의 황색은 봄, 여름의 푸른색과 가을과 겨울의 서리나 눈에 덮힌 흰색 사이에서 중재하고, 조화시키고, 밤의 흑색과 낮의 적색 사이에 중재하고, 조화를 이루고 있다.

 

황색을 보면 벼가 익어 누렇게 변한 들판을 생각하고, 풍요와 안정과 조화를 생각한다. 그래서 황색을 가진 것은 귀하게 여기고 가까이 가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황색을 가진 것은 냄새는 향기롭고 맛은 달고 소리가 나면 음계 중에 가운데 음을 낸다. 그러나 황색을 가진 것 중에 역겨운 냄새와 쓴맛이 있는 것이 있다. 똥은 그래서 사람들이 피하려한다. 황색을 가졌지만 맛이 써서 토의 모든 속성을 구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색은 목,화,금,수가 모두 들어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느끼는 황색 물체가 지니는 기능적 특징이 강렬하지 않다.

 

우리는 어렸을 때 색동옷을 입고, 색동으로 채색된 팽이를 쳤다. (위의 그림) 색동옷이란 소매와 허릿단에 무지개 모양으로 7가지 색깔이 따로 장식된 옷이다. 그러다가 초등학교의 자연시간에 우리의 눈에 보이는 모든 물체는 그 고유의 색깔을 가지고 있고, 그 색깔은 태양의 빛에서 나오는 무지개 색깔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배웠다. 대학에서는 철학시간에 불경에 나오는 "色卽是空", "空卽是色" 이라는 말을 배웠다. 불교의 8만 권의 불경 중에서 가장 불교의 핵심적 가르침을 표현하는 말인 색즉시공(色卽是空)의 구절의 의미를 알려고 노력하면서 어렸을 때 치던 팽이가 생각났다.

 

옛날 우리나라의 왕과 신하들은 역경의 대가였다.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이 그날 주어진 제목을 가지고 시를 짓는 것이다. 그 시가 역경에서 말하려고 하는 주 만물의 보편적 법칙인 道를 그 시 제목에 얼마나 잘 적용시키고, 잘 표현하고 있는가를 채점하여 관리로 등용시킨다. 그렇게 해서 뽑힌 관리들 중에 교육을 담당하는 우수한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놀이를 만들어서 우주 변화의 이치를 자연스럽게 교육시켰다.

 

한국의 아이들이 색동옷을 언제부터 입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색동옷을 입히는 데는 역경의 이치를 자연스럽게 알게 하려는 우리 조상들의 뜻이 있을 것이다.(도해) 빛에 7개의 무지개 색깔이 있지만 그것을 분석해보면 빨강, 파랑, 노랑 의 삼원색을 조합하여 4가지 색깔을 더 늘린 것에 불과하다. 빨강, 파랑, 노랑의 3원색의 물감을 모두 섞으면 검정색이 생기고, 3원색의 빛을 섞으면 흰색의 빛이 된다. 빛이 없으면 검은 색(陰), 빛이 아주 많으면 흰색(陽), 빛이 중간이면 3원색이 된다. 인간을 중심으로 보는 우주는 이런 빛깔체계로 되어 있다. 위에는 흰색의 태양의 빛이 있고, 중간의 땅에는 3원색과 흰색, 검정색 5가지 색깔이 혼합되어서 이루어진 동물, 식물, 광물 등이 있고 땅속 깊은 곳에는 검은 색이 있다. 우주의 만물은 5가지 색깔의 조합에 의해서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백만 가지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는 백만 가지의 서로 다른 물질들은 그 고유의 성질이 있고 그 고유의 작용이 있다. 그 작용이 색깔로 나타나기 때문에 전에 쓴 것처럼 색깔을 五行으로 분석해보면 그 작용을 알 수 있다.

 

5가지 기본 색깔을 알면 만물의 5가지 기본 성질을 알 수 있어 색동과 그 색동의 바탕이 되는 흰색 천과 그 옷이 더러워졌을 때 검은 색, 5가지 기본 색의 변화를 아이들의 옷을 통해 자연히 알리려 한 것 같다. 물론 3원색과 그 3원색의 1차적인 중간색은 화려한 陽적인 색깔이라 음적인 어른들보다 양적인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색동옷을 입히기도 한다.

 

각양각색의 물질을 싣고 있는 지구는 돈다. 작게는 그 물질을 구성하는 전자도 돌고, 분자도 서로 부딪히지만 않으면 돈다.(소용돌이의 분자 자전) 크게는 달도 돌고, 혹성도 돌고, 태양도 돌고, 우주도 돌 것이다. 도는 물질들은 구형을 하고 있다. 지구도 둥글고, 별도 둥글고, 태양도 둥글다. 도는 팽이는 원자의 상징이고 지구의 상징이고 우주의 상징이다. 아이들은 팽이에 색동 물감을 칠하고 돌리는데 각양각색의 만물을 싣고 돌아가는 지구를 돌리는 것과 같다. 색동의 팽이를 돌리는 것은 작은 우주를 돌리는 것과 같다. 역경이 음양이라는 부호로 우주를 나타내고 있으면 팽이는 색깔과 모형으로 우주를 나타내고 있다. 팽이는 중심에 있는 쇠(陰)와 곁에 있는 나무(陽)로 만들어 졌다. 원심력으로 나무는 밖으로 튀어나가려고 하고 쇠는 구심력으로 안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나무와 쇠는 반대되는 성질이 있다.(金克木) 그 증거로서 색칠한 팽이가 돌면 중심으로 갈수록 색깔이 어둡고 밑으로 갈수록 색깔이 어두워진다. 팽이를 반구로 생각할 때 적도의(팽이의 상부 평평한 면) 요란한 색깔들은 곧 남극의 (중심 쇠) 검은 점으로 변한다. 이 팽이도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나타내고 있다. 각기 다른 색깔과 형체를 하고 있는 만물은 결국 같은 물질로서 잠시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일 뿐이다. 결국 우주는 한 덩어리고 나와 나의 적이 한 몸체일 뿐이라는 것을 팽이가 가르치고 있다. 수없이 많은 각양각색의 물질들도 팽이의 찬란한 무지개 색은(위의 그림) 팽이의 제일 아래 원운동 중심의 검은 점에서(陰, black hole) 출발한 양적인 단면에 불과할 뿐이고 관점에 따라 검은 점이 되었다가 요란한 색깔의 세계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지금 현재 보고있는 다양한 색상의 세상은 陰이 양으로 변하고 陽이 陰으로 변하는 어느 시점의 어느 공간의 한 단면일 뿐이다.

 

팽이는 멈추었다가 또 돌고,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의 위치는 동쪽에 있었다, 서쪽에 있었다 순간 순간 변한다. 팽이가 돌면서 파란색은 노란색과 섞여서 초록색이 되고, 노란색과 빨간색이 섞여서 주황색이 되고,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여 보라색이 되고, 혼합된 색깔이 또 서로 혼합된 수없이 많은 색깔로 되었다가 결국 검은 색의 한 점으로 집중된다. 색동 팽이는 우주의 심볼로서 팽이를 돌리는 것은 우주를 돌리는 것이고, 돌고 있는 팽이의 색깔 변화를 바라보는 것은 우주의 삼라만상을 바라보는 것이 된다.

 

절의 어둡고 육중한 분위기를 아는 사람들은 절 밖의 화려한 치장(단청)에 놀란다. 이것도 팽이처럼 안으로 공을 깨우친 부처님의 육중함과 밖으로 단청의 화려함을 조화시켜 공즉시색 색즉시공의 교훈을 주는 것이다. (도해)

 

 

( 2 ) 사군자

 

매화는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운다. 겨울동안 저장되어 있던 에너지를 소모하여 꽃을 피우는 太陽의 상징이다. 난초는 잎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전에 소양을 분수로서 도해할 때 사방으로 뻗쳐 나가는 물줄기에 비유했다.

 

난초는 여름에 에너지를 소모하여 식물들이 무성해지는 少陽의 상징이다.

 

국화는 색깔이 화려하지 않고 냉철하고 풍성한 느낌을 준다. 여름의 화려함을 정리하고 정신을 차려 결실을 맺는 그 太陰의 성질을 잘 표현하고 있는 太陰의 상징이다.

 

대나무는 아주 추운 겨울에도 굴하지 않고 곧게 뻗어나가는 기품이 있다. 그렇게 늘어서서 쓰러지지 않는 것은 뿌리의 강인함이다. 새로운 생을 기다리면서 에너지를 품에 품고 모진 추위를 견디는 少陰의 상징이다.

 

어렸을 때 이 사군자 그리는 법을 배워서 늙어 죽을 때까지 취미로 이 그림을 그린다. 이런 미술교육과 취미활동은 사상의 성질을 쉽게 습득하기 위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