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학/동양철학

이성환 김기현 의 易經 (9) 소리 속의 역경

검은바람현풍 2012. 2. 29. 19:52

이성환 김기현 의 역경

9. 소리 속의 易經 - 황종과 율려

 

 

( 1 ) 율려(律呂)와 황종(黃鍾)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높고,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들으면 사람은 흥분하고 낮고, 느린 템포의 음악을 들으면 사람이 조용해진다. 음의 높고 낮음, 빠르고 느림을 역경의 이론에 맞추어 한 번은 높고 한 번은 빠르게, 한 번은 낮게, 한 번은 느리게, 혹은 한 번은 낮고 빠르게 , 한 번은 높고 느리게 하는 식으로 우주의 변화 원리에 맞추어 만들면 아름다운 음악이 되고 그 높고, 낮음, 빠르고 느림 질서가 없으면 시끄러운 소리가 된다.

 

전에 기술했듯이 인체의 생리는 우주의 원리대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인체의 생리가 본래 방향대로 일어나는 것을 방해하는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가 사람에게 해롭기 때문에 사람들은 귀를 막고 도망간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그것이 생리를 순조롭게 일으키게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입장료를 내고도 달려와서 들으려 한다. 아름다운 소리는 인간의 생리파동과 비슷해서 사람의 생리활동을 촉진시키는 생명의 소리(陽)이고 시끄러운 소리는 사람의 생리활동을 거꾸로 일어나게 하는 죽음(陰)의 소리이다.

 

식물도 음악의 영향을 받아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고 화초를 키우면 잘 큰다는 보고가 있다. 아직까지 시끄러운 소리를 들려주고 화초(plant)를 키우면 잘 자라지도 못하고 꽃도 잘 피우지 못하고 열매도 제대로 맺지 못할 것이다. 번화한 거리의 가로수가 시들시들한 것은 매연의 영향도 있겠지만 소음의 영향일 수도 있다. 태아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었더니 그들의 IQ가 음악을 들려주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서 높게 나왔다는 보고도 있다. 6세 이전의 아이들 역시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었더니 IQ가 높아졌다는 보고가 얼마 전 중국에서 발표됐다.

 

이 소리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잘 연구해서 약을 만들 듯이 음악을 만들면 정신질환은 물론 어떤 기질적인 질환까지 치료할 수 있다. 실제로 아직 미흡하지만 한국에서는 두통이 있을 때 듣는 음악, 통증이 있을 때 듣는 음악 등 질병을 치료하는 음악이 제품화돼서 팔리고 있다. 우리와 같은 선생님 밑에서 배운 친구가 한 음악가와 합작해서 만든 음악이다.

 

질병은 음양의 밸런스가 깨져서 생긴다. 인체의 생리, 어느 한도 내에서 한번은 음이 양보다 많았다 한 번은 양이 음보다 많았다 하면서 계속 밸런스를 유지한다. 이러는 중에 음만 계속되고 양이 회복되지 않거나 양만 계속되고 음이 회복되지 않으면 병이 되는 것이다. 양이 회복되지 않을 때 양의 속성을 가진 음악을 들려주고 음이 회복되지 않을 때 음의 속성을 가진 음악을 들려주면 음양균형(Balance)이 회복되면서 치료될 수 있다.

 

한 가지는 귀의 고막을 진동시켜 귀에 자극 주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직접 해가되는 인체의 분자나 세포의 진동을 공명시켜 생리작용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음악이 고막을 진동시키면 전기적인 신호로 바뀌어 뇌에 전달되고 뇌는 그것을 해독하여 감정을 일으키고 신경과 내분비 계통을 통하여 신체에 반응을 일으킨다. 음의 속성을 지닌 음악은 인체 생리의 음의 작용을 발동시켜 병이 낫게 한다.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고 맥박이 빠르고 혈압이 높은 정신적으로 흥분된 양적인 병이 생기면(교감신경이 흥분) 음적인 작용이(부교감 신경이 흥분) 일어나서 음양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 음적 작용이 느릴 때 음적인 음악을 들려주면 음이 회복되면서 병이 낫게 되는 것이다. 몸이 차가와 지고 배가 차갑게 아프고, 맥박이 느리고 혈압이 낮고 정신적으로 억압된 음적인 병도 양적인 음악으로 그렇게 치료될 수 있다.

 

이것은 질병을 음악으로 치료하는 예이고 사회의 질병도 음악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음양이 조화된 음악을 들려주면 사람들의 마음이 조화되고 안정되게 된다. 성당에서 들려오는 파이프 오르간의 신성한 음악을 들으면 도둑질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 평화로운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길 때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음정과 리듬이 조화되지 않은 음악을 들려준다. 높은 음과 낮은 음이 급격하게 변하며 템포가 급격하게 변한다. 이런 음악은 음양의 균형이 깨진 음악으로 사람들을 불안정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갈팡질팡하게 만든다. 이런 음악이 유행한다면 사회가 병들고 혼란 속으로 빠지고, 음양이 조화된 음악이 유행하면 사회가 안정되고 질서가 있게 된다.

 

지금 현대사회의 음악을 살펴보자. 젊은이들은 강한 비트의 갱 음악인 랩을 좋아한다. 일단 사람이 이 소리를 듣고 도망가고 병을 생기게 만드는 시끄러운 소리의 범주에서는 벗어나지 못한다. 음양의 조화가 없고 양이 많아 전쟁에 나가는 사람을 독려하는 듯한 음악이다. 양적인 젊은 사람을 국한 적으로 공명시키기 쉬운 양적인 음악이다. 이런 음악이 유행하면 정신문화의 황폐를 가져온다.

 

그래도 미국 사회가 비전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극도의 불안감만 주는 전형적인 랩은 인기가 없다. 위험(danger)!라고 외치며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양)을 주다가 갑자기 여성적인 목소리(음)가 튀어나와 참으로 오래간만이라고(It's been long) 하는 미스티칼이라는 가수의 랩송이 요즈음 미국에서 인기가 있다. 극도로 양으로 치닫는 음악의 추이 속에서도 음양의 조화를 이루려는 태극의 항상성은 작용한다. 양자역학, 카오스 이론이 등장한 이후에 전체와 조화를 강조하는 사조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음악은 이것을 자연스럽게 반영하고 있는 현상이다.

 

나이가 든 사람은 일반적으로 고전음악이나 트로트를 좋아한다. 고전음악은 음양이 조화된 음악이고 트로트는 일반적으로 슬프거나 안정적인 음악이다. 빠른 템포의 트로트도 있으나 자잔한 즐거움을 주는 음악으로 사람을 흥분시키는 양적인 음악은 아니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은 느낌이 무거운 음적인 종교음악을 듣는다. 이것 또한 자신의 생리 생태가 음악에 반영되는 것이다.

 

타악기 중에 북소리는 음이고 심벌즈는 양이다. 피아노도 팽팽한 줄을 두드리는 것이라 타악기라 할 수 있는데 소리가 다양해서 음과 양이 조화되어 있다. 음과 양 소리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래서 피아노는 중심악기가 된다. 특히 피아노 건반의 줄에 가장 가운데 있는 건반을 칠 때 나는 소리는 아기가 태어나서 내는 울음소리와 같은 음을 낸다고 한다. 관악기 중에 호른은 음이고 트럼펫은 양에 해당한다.

 

저음을 내는데 능할수록 음이고 고음을 내는데 능할수록 양이다 현악기 중에 첼로는 음이고 바이올린은 양이다. 각 악기들이 그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음의 성질에 따라 음양으로 구분된다. 그 각자의 악기에는 음에 속하는 저음과 양에 속하는 고음이 있어 음의 높고(陽) 낮음(陰)과 리듬의 길고(陰) 짧음(陽)의 조합인 음악을 연주한다. 음이나 양적인 악기에 음과 양적인 음정과 리듬이 있는 것은 음에 음양이 있고 양에 음양이 있는 한 예이다. 서로 다른 음양의 편차를 가진 만물이 모여서 하나의 우주를 이루고 서로 다른 음양의 편차를 가진 세포들이 한 인간이 되듯이 서로 다른 음양의 편차를 가진 음들이 모여서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되는 하나의 음악이 된다.

 

지금 이 순간에 연주된 음들은 모두 종합할 수만 있다면 음에 속한 음과 양에 속한 양적인 음의 비율이 40 : 60정도가 될 수 있다. 랩 음악이 우세한 것으로 보아 양의 속성을 가진 음이 음의 속성을 가진 음보다 많을 것이다. 양의 파동이 음의 파동보다 많은 것은 우리 사회가 보다 활동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음양이 조화되지 않은 불안한 사회이다. 주역을 잘 이해하고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은 어느 시대의 어느 지역의 음악을 들어보면 그 시대 그곳의 사회상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음양이 사회와 그 사회의 인간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이것을 간파한 동양의 도사들은 음악을 매우 중요시하였다. 음악을 주역의 원리로 해석하는 학문을 율려라고 하여 가장 높은 학문으로 쳤다. 율려는 현대말로 해석하면 파동학이다.

 

동양의 경전들도 현대의 학교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처럼 그것을 보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율려에 관한 책이 프랑스 말로 번역된 것은 있으나 영어로 된 것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사서와 역경을 포함한 삼경을 본 후 거의 마지막으로 보는 책이 율려에 관한 책이다. 율려를 잘 알면 음악의 파동을 통해서 나의 파동을 우주의 파동과 동조시킬 수 있고- 주문이 이런 목적으로 쓰인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나와 다른 사람의 병을 고칠 수 있고 왕은 백성들을 착하게 만들어 국가를 잘 다스릴 수 있다.

 

동양에서는 왕조가 서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황종을 만드는 일이다. 황종은 피아노의 중심 건반처럼 음악의 중심 음을 내는 종이다. 악사들은 모든 악기의 음을 이 황종음을 중심으로 조율한다. 이 황종은 음과 양이 정확하게 50 : 50 조화된 음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이 황종의 음이 陰이나 陽쪽으로 조금이라도 치우치면 국가가 중심을 잃고 혼란스러워 결국은 망하게 된다.

 

우리는 피리 부는 소년을 기억할 것이다. 올바른 황종 음에 조율된 피리를 부는 소년의 피리 소리에는 모든 동물이 따라 다닐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동물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갈 것이다. 고대 왕들은 황종은 피리 부는 소년의 피리와 같은 것이다.

 

주역은 주나라 때 만들어진 역경이다. 흔히 역경이라 하면 주역을 말한다. 그 당시는 음악이 통치 수단으로 쓰였기 때문에 음악을 역경의 이론으로 해석한 율려와 황종을 매우 중시하였다. 주나라의 제후국 중의 하나인 증나라 제후의 무덤에서 거대한 종들이 출토되었다.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해보니 역경의 괘처럼 3 단으로 되어있고 그 숫자는 괘의 숫자와 같은 64개였다. (사진)

 

 

( 2 ) 풍물의 역경

 

한국에 있는 민중음악 중에 사물놀이라는 것이 있다. 가죽으로 만든 북과 장고가 陰의 소리를 내고 놋쇠로 만든 타악기인 꽹과리와 징이 陽의 소리를 낸다. 소리가 낮은 북은 陰中의 陰이라 太陰이고 소리가 높은 장고는 陰中의 陽이라 少陰이다. 소리가 높은 꽹과리는 陽中의 陽이라 太陽이고 징은 陽中의 陰이라 少陽이다.

 

사람의 몸은 머리통이 太陽이고 가슴통은 少陽이며 배통은 太陰이고, 골반통은 소음에 속하는데 꽹과리를 마구 쳐댈 때는 머리통이 찌릿찌릿 하고, 징을 마구 쳐댈 때는 가슴통이 저려오며, 북을 마구 쳐댈 때는 배통이 울렁거리고, 장고를 마구 쳐댈 때는 오줌이 나오려고 한다. 아마도 이 네 가지 악기의 주파수가 우리 몸의 네 가지 울림통에 동조되어 있는 듯 하다.

 

아시아 전통 타악기 경연 대회를 할 때 일본의 거대한 북을 보고 사람들이 감동하고, 인도의 각양 각색의 타악기를 보고 감탄을 하는데 한국 사람 넷이서 조그만 타악기를 들고 들어와 마루바닥에 나란히 앉을 때 사물놀이를 전에 들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악기의 초라함에 사람들은 실망한다. 이 네 가지 악기는 악보가 없이 고수가 그때의 흥에 맞추어 마음대로 두드리는데 그 음이 사람들의 몸체와 잘 동조되어 있어서인지 곧 청중의 몸과 마음이 음악소리에 맞추어 꿈틀거린다. 연주가 끝났을 때는 어느 나라 사람들은 막론하고 기립하여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사물놀이 고수들은 자기네들이 악기로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오래된 만성 두통 환자를 승용차 속에 있게 하고 몇 시간 동안 꽹과리를 두들겨대면 대부분의 두통이 사라진다고 한다. 오래된 만성 복통을 비롯한 소화기 질환은 같은 방법으로 북을 두드리면 대부분의 뱃속의 질환은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

 

 

( 3 ) 악기의 팔괘

 

음악은 파동으로서, 진동하는 소립자로 이루어진 백성들과 수도자를 공명시켜 백성들의 음양 편차나 수도자의 음양 편차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양 쪽으로 치우친 음색을 가진 악기는 음 쪽으로 치우친 성향을 사람들에게 모자라는 양성 파동을 채워줄 수 있고, 음 쪽으로 치우친 음색을 가진 악기는 양 쪽으로 치우친 성향을 사람들에게 모자라는 음성 파동을 채워줄 수 있다. 음양이 조화된 음악을 들려주어 사람들을 공명시키면 사람들의 음양이 조화되어 사악한 마음이 없는 완전한 인간이 된다.

 

사람들은 원래 우주 전체의 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상 음양이 조화되고 싶은 성향이 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음양이 조화된 음악을 듣고자 한다. 그러나 그 경향은 시대에 따라 음양으로 출렁거려서 음 쪽으로 약간 치우칠 때가 있고 양 쪽으로 치우칠 때가 있지만 음양이 조화되고자 하는 근본은 변함이 없다. 왕들에게는 백성들의 음양 성향을 파악하여 이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중심음(황종음)을 잡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

 

음양이 조화된 음악을 듣고 노래하고 춤을 추면 마음이 즐거워진다. 왕은 백성들을 교육시키고 법률을 제정하여 법을 어긴 자는 잡아 가둘 필요가 없다. 그저 왕은 중심음 하나 제대로 잡으면 되고 백성들은 이 중심음에 맞추어 음악을 만들어서 노래하고 춤을 추면 된다. 이러면 몸과 마음의 음양이 조화되어 우주 전체를 사랑하는 신과 같은 마음이 되어 스스로 알아서 국가와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데 무슨 법률이 필요 있겠는가? 법률(法律)은 필요 없고 율려(律侶)만 알면 된다. 그래서 역경에 의한 통치가 성행하던 옛날에는 태평성대의 기준이 백성들이 왕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노래하고 춤만 추면 될 때라고 생각하였다.

 

고대 왕들은 음악을 중시했기 때문에 종묘의식에서 제례음악은 매우 중요하다. 음악은 파동으로 이루어진 영혼들에게 직접 교통할 수 있고 음양이 조화된 아름다운 음악으로서 고대 제왕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종묘의식에서 악기들이 내는 음색의 음양 속성을 잘 구분하여 각 방위에 배치시킨다. 문헌에 기록된 악기의 팔방 배치를 보면 악기의 음색의 속성을 알 수 있다.

 

 

소리의 원천

방위

계절

악기

1

북서

가을-겨울

경(磬

2

금속

가을-여름

종(鍾)

3

비단

여름

금(琴) 또는 슬(瑟)

4

대나무

적(笛) 또는 관(管)

5

나무

남동

봄-여름

어( )

6

가죽

겨울

고(鼓)

7

표주박

북동

겨울-봄

생(笙)

8

남서

여름-가을

훈(壎)

조셉 니덤, 중국 과학과 문명(축약본 2) : 수학, 하늘과 땅의 과학, 물리학, 서울, 까치, 2000, pp. 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