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학/단학

日月之書 19) 栗谷 의 心法

검은바람현풍 2012. 1. 24. 12:39

 

栗谷 의 心法

                                        『성학집요(聖學輯要)』중에서 박산

 

 

 

신이 살피건대 마음의 본체는 담연히 비고 밝아서 빈 거울과도 같고, 사물에 감응되어 동하면 칠정(七情)이 응하는 것이니, 이것은 마음의 작용입니다. 다만 기(氣)에 구속되고 욕망에 가려져서 본체가 능히 서지 못하므로 그 작용이 혹시 그 바른 것을 잃기도 하는 것이니, 그 병통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어두움(昏)이요 다른 하나는 어지러움(亂)이다.

(마음의 혼란昏亂이 바로 병통이니, 어두운 마음은 무기공이고 어지러운 마음은 산란심이다. 어두움은 지혜로 닦고 어지러움은 선정으로 닦는다)

어두운(昏) 병통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그 하나는 지혼(智昏: 지혜의 어두움)이란 것으로 이는 궁리(窮理)를 못하여 시비(是非)에 몽매한 것을 말하는 것이요, 하나는 기혼(氣昏: 기운의 어두움)이란 것으로 게으르고 방일하여 잠잘 생각만 있는 것을 말합니다.

어지러운(亂) 병통도 두 가지가 있는데, 그 하나는 악념(惡念)이란 것으로 외물에 유혹되어 계산, 비교하는 사욕을 말하는 것이요, 또 하나는 부념(浮念)이라는 것인데, 생각이 끊임없이 일어나 산란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사람은 이 두 가지 병통에 곤란을 겪게 되어, 아직 사물에 감응되기 전에는 어둡지 않으면 어지러워서 이미 미발(未發)의 중(中)을 잃고, 사물에 감응되었을 때에는 지나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하는데, 어찌 그 이발(已發)이 화(和)할 수 있겠습니까.

군자는 이것을 근심거리로 여겨서, 이치를 궁구하여 선(善)을 밝히고, 뜻을 독실하게 하여 기(氣)를 거느리며, 함양(涵養)하여 정성을 보존하고, 성찰(省察)하여 거짓됨을 버리어 이로써 그 혼란을 다스린 뒤, 감응하지 않았을 때에는 지허지정(至虛至靜:지극히 비고 고요함)하니, 감공형평(鑒空衡平:텅빈 거울과 공정한 저울)의 본체를 귀신이라도 그 끝을 엿볼 수 없고, 감응할 때는 절도에 맞지 않는 것이 없어서 그 감공형평(鑒空衡平)의 작용은 유행하여 머물지 않으니 정대하고 광명한 것은 천지(天地)와 나아가고 물러남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학자의 용력(用力)으로 가장 좋은 효과를 얻기 어려운 것은 부념(浮念)입니다.

대개 악념(惡念)은 비록 실(實)하더라도, 만일 성실하게 “선(善)을 행함”에 뜻을 둔다면 이것은 고치는 데 쉽습니다.

다만 부념(浮念)은 무사(無事)할 때에 문득 일어났다가 문득 없어져 자유를 얻을 수 없는 것이므로, 대개 사마온공의 성의(誠意)로도 생각이 어지러운 것을 걱정했는데 하물며 초학자는 어떻겠습니까.

학자는 모름지기 항상 “경(敬: 일념一念으로 마음챙김)”을 주로 하여 경각이라도 잊지 말 것이니, 일을 당하면 하나를 주장하여, 마땅히 머물러야 할 데에 각각 머무르게 하고, 일이 없이 정좌하고 있을 때에는 만약 생각이 일어나면 반드시 무슨 일인가 곧 알아차리되 악념(惡念)일 것 같으면 곧 용맹하게 단절시키어, 털끝만큼이라도 나타날 실마리를 머물러 두지 말 것이요. 만약 선념(善念)일지라도 적당한 때가 아니면 이것은 부념(浮念)입니다.

부념(浮念)이 일어나는 것을 일부러 싫어하면 더욱 어지럽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이 싫어하는 마음도 역시 부념(浮念)인데, 부념(浮念)인 것을 깨달아 안 뒤에는 다만 가볍게 추방하고 이 마음을 수습하여 그것과 함께 가지 말게 하면 그런 생각이 일어나도 다시 그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용공(用功)하여 아침저녁으로 씩씩하게 하여 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라지 말고 게으른 생각을 내지 말 것이니, 만일 힘을 얻지 못하여 혹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한 생각이 들 때에는, 역시 반드시 정신을 가다듬어 일으키고, 마음속을 정결하게 하여 일념(一念)도 없게 하고, 기상(氣象)을 맑고 평화롭게 하여 오랫동안 순수하게 익혀서 엉겨 정해지면 항상 마음이 탁월하게 서 있게 되어, 사물에 이끌려 더럽혀지지 아니하고 사물이 나의 부림을 받아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 없어서, 본체의 밝은 것이 가려지는 바가 없고 밝은 지혜가 비추어 권도(權道)에 어긋나지 아니할 것입니다. ( 지혜가 밝아져서 대인접물에 실수가 없다는 뜻 )

가장 좋지 않은 것은 급하게 아침저녁으로 효과를 기대하여, 효과가 없으면 곧 타락하는 생각을 갖는 것입니다. 정심(正心)은 종신의 사업입니다.

그 중요한 것은 방씨(方氏)의 이른바 “중심을 텅 비우되 주재자가 있게 하라”는 것이니, 유념하소서.

 

 

 

이 글을 쓰신 님께

 

저는 96년도부터 수도생활을 해본다고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몇 년 전 정신없이 이것저것 자료를 구해 보던 중 인터넷을 통하여 님께서 쓰신 글을 보고 소중하게 간직하여 오다가 저의 브로그를 정리하며 귀한 자료라 사료되어 이곳에 올려놓았습니다. 수시로 탐독하며 공부해 나가는데 마음을 다스르며, 차후에라도 인연이 있는 분들이 게시면 수행에 참고하실 수 있게 하고 싶은 욕심에서입니다. 귀중한 글을 담아오며 아무런 양해의 말씀도 드리지 못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곳을 통하여 사죄의 말씀을 드리오며 이곳에 이 글을 올려둘 수 있도록 선처하여 주시기를 간청 올립니다. 만약 저작권 관계로 불허하신다면 글을 남겨주십시오.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재삼 너그러우신 아량으로 용서하여 주시기를 간청 올림니다. 현풍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