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의 수련 문답
불불회 수련계시판
문
백두산족 정신수련법의 기원이 대황조 한배검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세인들은 대황조와 단군을 보통 같은 분으로 혼동하곤 합니다. 좀 더 상세한 얘기를 해주십시오.
답
이 지구가 생긴 이후, 몇 번인지는 모르지만 개벽이 여러 번 있었고 맨 마지막으로 일어난 최근의 개벽 이래 인류에게, 우리 민족에게 가장 먼저 나타난 스승이 바로 대황조, 우리말로 한배검이라고 합니다. 이 분은, 무식하고 짐승과 다름없이 지내던 사람들을 교화, 이화, 치화시켜 사람답게 만들어, 사상 최초로 홍익인간 이념을 이 땅위에 개화시키신 겁니다.
그 후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 부락 저 부락이 모여서 나라가 된 뒤에, 머리 밝은이를 추대하여 임금을 삼기 시작했는데, 이 임금의 명칭이 바로 단군, 즉 밝은 임금의 대명사인 것입니다.
대황조란 말은 내가 지어낸 말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많이 사용했던 말이고, 웬만한 사람이라면 단군과의 차이점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육당 최남선의 "백두산근참기"나, 박은식 선생의 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던 것이 요즘 우리의 뿌리에 관해 너무도 무관심하다 보니 어느덧 망각하여 혼동이 생긴 듯합니다.
문
호흡하는 도중에 몸이 나른해지는 것 같으며 기운이 빠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고, 한참 있으면 졸음이 옵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답
조식이 잘되는 사람은 나른한 기운이 일어나질 않습니다. 숨이 고르게 조식이 되면 몸이 나른해지고 피곤할 까닭이 없고, 피로하더라도 호흡이 돌아가는 것에 집중하면 피로를 느낄 사이가 없어요. 소주천이 덜 돌아가니까 그래요. 조식이 조금 덜 되면 나른한 기운이 일어납니다. 숨을 순하게 쉬면 괜찮은데, 호흡이 한 30초 되는 사람이 억지로 40초로 끌어올리면 피로해서 고단한 일이 생기지요.
문
50초 호흡을 하고 있습니다. 수련 중에 백열등 같이 환한 광채가 보일 때도 있었고 때로는 그 백열등같이 환한 광채 가운데 또 다른 광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 그 광채의 흰 빛 가운데 검은 반점이 언뜻언뜻 보이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그게 바른 현상입니까?
답
그런 현상 뿐 아니라 별의별 것이 다 나옵니다. 잘못 본 것은 아닙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나오는가보다, 나는 내 호흡이나 하겠다는 식으로 생각해야지 그걸 자꾸 들여다보면 또 다른 것이 나옵니다. 내 호흡이 50초면, 50초에서 1분되기를 기다려서 호흡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거기서 무엇이 나오든지 그냥 지나치는 걸로 해야지, 나오는 것에 집중을 하면 50초 호흡이 도리어 1초라도 줄어들기 쉽고, 잡것만 자꾸 보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것이 보이건 말건 자기의 호흡만 그대로 진행하면 괜찮습니다.
문
눈을 반쯤 뜨고 있기가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차라리 눈을 감고 있으면 정신도 집중되고 편안한 것 같은데, 완전히 감으면 안 되는지요?
답
눈을 감고 수련할 경우, 잡념이 많이 생기고 졸음이 오는 등 좋지 않습니다. 눈을 일부러 반쯤 뜨는 것이 아니라 눈에 힘을 빼고 시선을 코끝의 연장선 지점을 향하게 되면 편안한 가운데 저절로 반개한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시선이 닿는 곳에 "무엇이 있는가"하고 응시하거나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대하고 있을 뿐 의식(생각)은 호흡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눈에 힘이 들어가서 상기되어 충혈이 되거나 눈물이 나거나 또는 눈이 아파 오는 경우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수많은 불상을 보아도 눈을 감고 있는 불상은 없습니다.
그것들은 호흡수련의 상이기 때문입니다. 즉 불가의 수련도 그 근본은 호흡에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눈을 감지 말고 반개해서 안관비하고 비관심하라는 것입니다. 안관비라고 하는 것은 사팔뜨기처럼 코를 보라는 것이 아니고 코가 보일 정도로 눈을 내리뜨라는 것입니다. 비관심하라는 것은 코로 배꼽을 보라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 고개를 푹 숙이고 수련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이 아니고 가볍게 고개를 숙이라는 뜻입니다. 자연스럽게 그냥 두면 고개가 앞으로 약간 숙여집니다.
문
앉아서 공부를 하다 보면 허리가 아픈데 무슨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답
웬만큼은 참아내며 공부해야 하나, 호흡에 신경이 써지지 않을 정도로 아프면, 무리하지 말고 몸을 풀어준 뒤에 다시 앉습니다. 앉을 때 가부좌를 틀거나 허리를 쭉 펴지 않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앉으면 몸이 꼿꼿해지질 않고 앞으로 조금 숙여집니다. 그렇게 하면 허리가 안 아프죠. 허리를 꼿꼿이 세우면 허리가 안 아플 도리가 없습니다.
문
호흡 수련 시 열심히 하려고 했으나 정신통일이 잘되지 않습니다. 자꾸 잡념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하면 정신통일을 해서 호흡에 정진할 수 있을까요?
답
천 년 전이나 천 년 뒤나, 호흡을 처음으로 수련하는 데 정신통일이 잘되는 사람이라면 이미 공부에 성공한 사람입니다. 정신통일이 빨리 되면 공부하는 데 무슨 힘이 들겠습니까? 공부할 때는 이 생각 저 생각, 별의별 생각이 다 납니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하게 되죠. 그것이 차츰차츰 사라져야겠지요.
졸지에 생각이 딱 끊어진다는 것은 안 될 말입니다. 잡념은 차츰 없어지는 것입니다. 예전 사람들 중에도 공부할 때 잡념이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잡념은 하루아침에 당장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먼지가 많은 방을 쓸어 가는 것처럼 자꾸 쓸어 나가다가 조금 남으면 또 쓸고, 또 쓸어가는 식으로 잡념을 스스로 조금씩 조금씩 없애 나가야 합니다.
잡념 없애는 방법이 당장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공부에만 집중하게 되면 하나 둘씩 잡념이 없어지고 공부가 앞으로 더 나아가게 됩니다.
문
잠에 쫓겨서 항상 고생하고 있습니다. 호흡 수련만 하면 저절로 잠이 들어 버립니다. 요즘에는 아침 수련 때 거의 앉아서 자는 형편입니다. 무슨 대책이 없을까요?
답
호흡에 재미를 붙이면 잠이 안 옵니다. 호흡하는 데 아직 재미를 못 붙인 탓에 피곤하니까 잠이 자꾸 옵니다. 호흡에 조금이라도 재미를 붙이게 되어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무슨 일인가가 이루어지게 되면 그것을 보기 위해서 몇 시간씩 잠을 안자고 수련하게 되는데, 그렇게 잠을 안자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피로를 느끼지 못합니다.
아무 재미없이 들락날락 숨만 쉬어 대니 잠이 올 수밖에요. 재미를 붙이면 잠이 올 새가 없습니다. 호흡의 급수가 좀 높은 분들, 40초나 50초, 1분이 넘는 호흡을 하는 사람치고 졸려서 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호흡이 늘어 40초, 50초, 1분에 가까워지면 자지 않아도 피로하지 않습니다. 호흡시간이 짧은 사람들은 피로해지기 마련이고, 그러니까 잠이 오는 거죠. 그런데 잠이 올 때 와선을 한답시고 드러누워 버리면 아예 더 자게 됩니다. 그러니까 잠이 오면 몸을 푸는 운동을 좀 하고 다시 수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
숨을 오래 쉬다 보면 숨을 쉬고 있는 것인지 멈춘 것인지를 모를 때가 많은데, 바른 것입니까?
답
그것은 조식을 한 것이 아닙니다. 조식이라는 것은 무념무상이 아니라 무타념 무타상, 즉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다른 염을 하지 마라. 호흡하는 염 그대로 해야 된다"인데, 그것도 하지 않은 채 들어가는지 나가는지도 모르고 있다면 어떻게 그게 조식이 되겠습니까?
문
호흡을 가늘게 해야 한다고 하는데 수련자가 호흡을 의도적으로 가늘게 쉬어야 한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쉬어지는 대로의 굵기에 맡겨야 한다는 것입니까?
답
처음 하는 사람은 가늘고 굵고를 따지지 말고 자기 하는 호흡대로 그냥 하면 됩니다. 일부러 가늘게 쉬는 것이 아니라 그 호흡하는 길이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가늘어지는 것입니다.
문
호흡하다가 막혀서 잘 안 될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답
다시 조식을 잘하면서 반성을 해 보십시오. 다시 고쳐서 잘하면 바른 길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문
선현 가운데 여성 수련인이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답
정신수련 하는 여성들도 여러 분이죠. 한두 분이 아닙니다. 흔히들 소설 주인공처럼 알고 계시는 이, 이시백의 부인 박씨라고 계십니다.
병자호란 적에 용골대 동생의 목을 벤 분입니다. 피난도 가지 않고 그냥 서울에 있다가 놈들이 와서 무례한 짓을 하니까 놈을 베었습니다. 자기 손으로 안 베었어요.
누가 베었는지도 모르고 딱 매달아 놨는데 그 놈 형도 덤비질 못했어요.
박씨 뿐 아니에요. 그런 이들이 여럿입니다.
부인이니까, 남존여비 때문에 남자들 이름도 밝히질 않았죠.
여자들 이름이 밝혀지면 자손들에게 피해가 될까봐 아무개가 단학했다는 소리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단학을 한 부인네들도 여럿입니다.
고씨네 조상인 어떤 부인도 단학으로 남편에게 임진난을 대비한 공부도 시키고, 미리 경학을 연구하라고 시킨 일이 있습니다. 한두 분이 아니에요.
기록은 없지만 부인들이 전해 내려온 여성들의 단학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독학이 아닙니다. 모두 스승에게 배운 것이죠.
박씨 부인의 아버지도 단학을 공부하시던 분이죠.
문
하루 중 호흡 수련 시간 말고 평상시 시간 동안 고른 호흡이 되도록 해야 합니까? 아니면 전혀 신경 안 써도 되는 것입니까?
답
될 수 있으면 평상시에도 공부하는 것을 놓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저 하루 한 시간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기 마음대로 한다면 그 한 시간 한 것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늘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될 수 있으면 조금씩이라도 더 하는 것이 좋습니다.
호흡 수련도 많이 하면 그만큼 효과가 납니다.
문
미움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이 수련에 큰 장애가 된다고 하는데, 그런 감정을 버리지 못하면 호흡 수련은 불가능한 것이지요?
답
좋아할 것을 다 좋아하고 미운 것을 다 미워하면 공부에 방해가 됩니다. 그런 감정들을 졸지에 없애지는 못하니까 자꾸 그러한 감정들을 줄여 나가야 합니다.
처음부터 싹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자꾸 감정을 줄여서 호흡 시에는 그런 잡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문
내쉬고 들이쉬는 데 배에 힘이 들어갑니다. 맞는 것인지요?
답
숨을 들이쉬면 들어간 것만큼 배에 힘이 들고, 내쉬면 나가는 것만큼 힘이 줄어듭니다. 들락날락하는 건데, 당연한 거죠.
문
조식만 계속하여 숨을 늘려 가도 폐기는 자연히 이루어지는 것입니까? 아니면 의식적으로 마음을 써야만 기가 뱃속에 모이는 것입니까?
답
의식적으로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한다면 20초 숨쉬는 것을 무엇 때문에 줄여 가지고 7초, 7초해서 14초 호흡을 하라고 하겠습니까?
그것은 조식을 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입니다.
문
폐기를 할 때 단전에 힘을 주어 기를 아래로 미는 것입니까, 아니면 아래로 밀어 내린다고 생각만 하는 것인지요?
답
생각만 하는 것입니다. 힘으로 쭉 밀어 내리다 보면 단전에 가서 알아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내려가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들이마시기 전에 호흡을 "훅"하고 내쉬어서 숨을 다 내뿜어 버리면 속에 아무 것도 없을 게 아닙니까?
이때 입을 닫고 코를 손으로 막아 놓은 뒤 배를 내밀어 보십시오.
배를 내밀 수도 있고 들이밀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숨을 안 쉬고도 가만히 내밀면 나가고, 들이밀면 들어오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니까, 숨을 들이마시면서 억지로 하려고 하진 말라 이겁니다. 고르게 쉬기만 하면 자연이 그것이 차오르고, 오래 쉬면 그것이 빙 돌게 되며, 호흡이 1분이나 2분이 되면 아랫배에 힘은 자연 나아집니다.
문
단전보다 더 밑까지 기운이 내려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
아래로, 배꼽 밑 단전까지만 밀어야 하는데, 너무 밀어 내리면 배꼽 밑에 머물지 않고 밑으로 그냥 빠져나가, 남자의 경우 불알 두 쪽이 불에 타는 것 같아 펄펄 뛰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고장이 나는 것인데, 그것은 기운을 너무 밀어 내려서 그런 것입니다. 그런 일이 생기면 다시 숨을 가만히 쉬어 배꼽 있는 곳까지만 보낸 뒤 그곳에서부터 슬슬 밀어 올리면 아무 일 없습니다. 밑으로 억지로 떠다밀면 안 됩니다.
문
기와 식을 어떻게 달리 이해해야 합니까?
답
기라는 것은 대기, 천지에 붙어 있는 것은 다 기입니다. 그 가운데 우리가 받아들여 자기 뱃속에 담고 뱉고 하는 것을 식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식은 국한된 어느 부분에 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기라는 것은 대기의 지극한 기운, 이 우주 전체의 기운을 말하는데, 무언가를 돌리는 것은 이 기를 가지고 하는 돌리는 것입니다.
누가 기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기가 스스로 돌아가는 것이죠.
문
기를 모으는 곳은 어디입니까?
답
숨을 오래 쉰다고 해서 자꾸 밑으로 내리면 잘 돌지 않고 응체가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주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법이 아닙니다.
기해라고 하는 곳이 바로 배꼽 밑입니다. 기운을 모으는 바다라고 해서 기해라고 합니다. 요즘의 과학 같으면 "숨을 쉬어서 들이켜고 모으는 곳은 허파지, 왜 거기냐?"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옛 어른들이 괜히 기해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그곳이 기를 모으는 자리입니다. 억지로 많이 모을 필요는 없고 유유하게 모으면 됩니다.
문
기가 단전에 모이는데, 그 기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기입니까, 내부의 몸에서 모이는 기입니까?
답
그것은 금방 알아낼 수 있습니다. 코를 막고 숨을 들이쉰다면 숨이 안 들어갈 테니까 당연히 밖에서 들어간 기입니다. 기는 그 속에서 돕니다.
문
호흡 수련 시 단전에 무슨 형체 같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달걀 같은 것이 있다. " 어떤 사람은 "딱딱한 것이 있는 것 같다. 콩알만 한 것이 있다."라고 말하는데, 그런 것이 느껴지는 것이 좋습니까?
답
거기다 힘을 쓰니까 모이지, 힘 안 쓰면 모이지 않아요. 아무 것도 못 느껴도 되고, 무슨 덩어리가 생기는 것을 느껴도 괜찮아요.
공부를 그냥 멋없이 하기가 심심하니까 모아서 돌리라고 하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호흡을 길게 하라는 것입니다.
돌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호흡을 길게 하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호흡을 길게 하기 위해서 돌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주 곱게, 길게 하는 사람은 상관이 없어요. 무슨 덩어리나 핵 같은 것이 생길까봐 돌리라고 한 것이지, 돌리는 것이 필수라는 말은 아닙니다.
문
수련할 때 단전이 뜨뜻하게 느껴지는 것과 그런 것을 못 느끼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답
억지로 모으면 뜨뜻해지죠. 억지로 안 모으면 더운지 찬지 몰라요.
그렇지만 차지는 않습니다. 얼음과 눈이 쌓여 있는 곳에 몇 시간씩 앉아 있다가 일어나 보면 손도 얼지 않고 배도 얼지 않고, 아무데도 언 데가 없어요. 그러니까 곱게 들어오고 곱게 나가서 아무 것도 안 느껴지는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되라고 하면 자꾸 다른 짓을 하니까 돌리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냥 오르락내리락, 1분이나 2분 정도 해도 괜찮아요.
문
호흡을 하다 보면 몸이 흔들리는 진동이 있습니다. 올바른 현상인지요?
답
혹 그런 수가 있습니다. 호흡이 순조로우면 진동이 안 되는데, 호흡이 걸리면 진동이 됩니다. 체기가 되면, 다시 말해 기가 체하면 몸이 흔들립니다.
조식이 조금 덜 될 때 그런 현상이 생깁니다. 머리를 흔드는 이도 있고 별 사람이 다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다시 호흡을 고르면 됩니다.
문
수련할 때, 또는 수련할 때말고도 머리나 목 등 단전 이외의 부분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
호흡을 억지로 해서 그렇습니다. 다시 조식을 잘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문
집 뒤에 자그마한 동산이 있습니다. 새벽 수련을 가끔 하는데, 어떨 때는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답
밤에 동산에 혼자 있으면 도깨비나 짐승이 나올까봐 무서울 수도 있죠. 아무렇지도 않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하지만 공부가 웬만큼 된 사람이라면 아무리 깊은 산에 하루 이틀, 몇 달을 혼자 들어가 있더라도 아무 일 없습니다. 물에서 수 수련을 해보면 물구렁이가 다가오다가 내뺍니다.
호흡 공부를 내가 잘하네, 네가 잘하네 하지만, 수 수련을 시켜 보면 대번에 압니다.
호흡이 1분이나 되는 사람이면 구렁이가 근처에도 못 오고 다섯 칸, 여섯 칸 밖에서 달아나 버립니다.
10초, 20초하는 사람이면 구렁이가 석 자나 넉 자쯤 오다가 내뺍니다.
구렁이에겐 무슨 전기 촉각 같은 게 있는 모양입니다.
딱 버티고 앉아서 공부하고 있으면 도깨비고 짐승이고 못 덤빕니다.
산에 가서 오래 있으면 재미는 있습니다. 추울 적에 여러 명이 쭉 앉아 있다 보면 훈훈한 기운을 느낍니다. 범이 와서 사람들 사이로 슬슬 다니다가 자는 사람이 있으면 꼬리로 스르르 스치고 갑니다. 그러면 사람이 깜짝 놀라서 깨죠.
깨면 범은 벌써 저만치 갔으니까 무엇이 그랬는지 모릅니다.
문
호흡 공부는 꼭 전심으로 수련을 하여야만 합니까?
답
정신수련을 전공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지만 아무나 보고 전공하라는 말은 못합니다. 학생은 학교를 다니면서 하루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하면 되고, 공무원이나 회사원들은 공무, 사무 보고 남는 시간, 노는 시간을 이용해서 하면 됩니다.
전공을 않고 자기 살림을 하고 있으면서도, 말하자면 다른데 가서 마작을 하든지, 바둑을 하든지 하는, 노는 시간을 이용해 공부를 할 수가 있습니다.
살림하면서 공부하기는 좀 힘듭니다. 그럼 아주 못 하느냐? 살림도 하고 벼슬도 하고 다 했습니다.
퇴계 선생님이 단학계의 고단자라는 소리를 하면 그 자손들이나 제자들이 "우리 선생님이 그런 짓을 하셨을 리 없다"며, 무슨 못된 짓이라도 되는 것처럼 딱 잡아뗍니다. 하지만 퇴계, 그 양반은 단학의 고단자입니다. 자식 두고 살림하고 벼슬까지 다 했습니다.
선조 대 영의정으로 있던 동고 이준경 선생 역시 고단자입니다. 점필재 김종직 선생도 고단자이고, 매월당, 서화담, 정북창, 이하성, 송구봉, 이율곡, 이토정, 도황명-송구봉만은 못해도 그도 고단자예요-, 서거정, 정다산. 다 고단자예요.
학계에서는 정다산이 단학을 했다는 것을 부인합니다.
그가 실학파지 무슨 단학가냐고 하겠지만 그는 분명 단학을 한 분입니다.
소설에 써 놓은 삼비팔주에 속한 사람들은 다 실제 인물들입니다.
아주 오래 된 사람들도 아니고 저보다 열두 살 정도 더 먹은 사람들이지요.
문
부부관계를 하면 그동안 쌓은 공부가 수포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그 진위여부를 알려 주십시오.
답
공부를 하게 되면 성교는 15일 정도 연기됩니다. 30초 호흡하던 사람이 성교를 하면 25초 정도로 줄어듭니다. 그랬다가 한 보름 정도 지나야 제자리로 옵니다.
예전의 도인들 중에 자손 없는 도인은 없습니다. 자손이 있는 걸 보면 결혼 생활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남색하느냐, 안 하느냐"하는 것입니다.
자손을 둘 정도로 성교하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남발만 하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그리고 호흡 수련에 있어서 자위행위는 성교와 마찬가지로 나쁩니다.
하지만 몽정은 호흡 수련과 관계가 없습니다.
몸에서 정액 나가는 것은 똑같지만 그것은 자연적으로 나간 것이지, 자신이 내보낸 것이 아닙니다.
호흡하는 사람이 몽정을 했다고 해서 호흡이 줄지는 않습니다.
문
호흡이 40초 정도 됩니다. 수련 시에 파란 불꽃이 보이는데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지요?
답
정신을 모아서 공부하는 것이라면, 앞에 나오는 것이 푸른 불이건 붉은 불이건 상관이 없습니다.
어떤 때는 나오고 어떤 때에는 나오지 않고 하는 것은 일시적인 것입니다.
열 번을 앉든지 스무 번을 앉든지, 앉을 때마다 늘 나타나는 것은 회광도전입니다. 이제 진짜 광선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문
공부하다가 제 얼굴이 보이든지 다른 무엇이 보이든지, 그것을 자랑하지 말고 공부만 해야 합니까? 자랑을 하면 큰일이 납니까?
답
자랑할 것 없어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그런 현상이 신기한지 자꾸 떠듭니다. 가만히 있으면서 그 다음 것을 보고 그 다음 것을 또 보고 그러세요.
문
단에, 미리 시험문제를 끌어다 보면 신벌을 받는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답
저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작가가 그렇게 썼나 모르겠습니다. 공부하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이 욕심이 없겠습니까? 무슨 도적질을 한다든지 나쁜 일을 한다면 모르지만, 시험 보는 사람이 자기가 공부를 덜 했더라도 미리 시험문제를 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무슨 큰 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 공부는 하지 않고, 별난 정신력으로 그걸 보려고 하는 것은, 공부하는 게 조금 모자라는 것이지만 신벌 받을 것까지는 없어요.
신도 그 정도는 용서해 줍니다.
문
호흡을 수련하는 사람은 꼭 금냉법을 해야 합니까?
답
나는 금냉법을 반드시 시키지는 않습니다. "기껏 불알이나 물로 닦으라고 한다"는 소리를 할 테니까 안 시키는 거죠. 꼭 할 사람은 한번 해보기나 하라고 내가 권고하죠.
내가 해봤으니까요.
금냉법은 수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동지섣달, 눈 내리는 추운 바깥에 밤을 새우며 앉아 있어도 거뜬해요. 하기 싫어서 안으로 들어오게 되지, 추위나 피로 같은 이유 때문에 안으로 들어오게 되진 않아요. 그렇게 하니 당연히 공부가 늘게 되는 겁니다.
가끔 젊은 사람들이 무슨 보약을 먹겠다고 하면, 나는 그러지 말고 금냉법 한번 해보라는 소리를 합니다.
무명실 장갑을 손에 끼고 합니다.
무명실을 찬물에다 집어넣으면 찬 것이 보온이 되는데, 요새 인조견 같은 것은 미끈거려서 안 됩니다.
맨손은 더워서 안되구요. 장갑 낀 손을 물에 담구었다가 고환 뒤, 외신 뿌리 있는 곳, 그러니까 항문 있는 곳까지 쑥 집어넣습니다.
긁지는 말고 선뜻한 느낌이 들 정도로만 하면 돼요. 물을 끼얹는 식이긴 하지만 사실 끼얹는 것이 아니라 배꼽까지 올리는 것입니다. 슬쩍슬쩍 하지 않고 잔뜩 문지르면 피부가 홀딱 벗겨집니다.
처음에 나는 시키는 대로 1시간 씩 꼭꼭 했는데, 해 보니까 30분 만 해도 되더군요.
그러니까 아침에 30분, 저녁에 30분 이렇게 두 번 하면 됩니다. 쭈그리고 앉아서 30분 동안 쉬지 않고 계속합니다. 손이 얕게 들어가면 안 되고 깊이 들어가야 하며 선뜻선뜻한 느낌이 들게만 하면 됩니다.
보통 물, 차가운 자연수면 됩니다. 얼음을 타서 너무 차게 해도 안 돼요.
의사님들은 차게 하면 못쓴다고 하는데, 못쓰긴 뭘 못씁니까? 양기도 좋아지고, 정신도 좋아져서 뇌신경이 아주 좋아지는데 말이에요.
대하증이나 냉, 자궁병이 있는 여자들도 금냉법 두 달, 석 달이면 깨끗하게 나아요.
제가 지금 아흔 줄인데 안경 안 쓰고 잔글씨까지 다 봅니다. 금냉법 덕분이지요.
나는 나이가 쉰이나 예순 정도 된 사람, 일찍 양기가 부족해진 사람, 그래서 내외간에 가까이 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한테 심심하면 그것을 권합니다. 두서너 달이면 효과가나요. 이루 말할 수 없이 양기가 좋아지는 것입니다.
이 글을 쓰신 님께
저는 기본교육 180기, 중급과정 28기를 수료 한 연정원 회원입니다.
몇 년 전 정신없이 이것저것 자료를 구해 보던 중 인터넷을 통하여 님께서 쓰신 글을 보고 소중하게 간직하여 오다가 저의 브로그를 정리하며 귀한 자료라 사료되어 이곳에 올려놓았습니다. 차후에라도 인연이 있는 분들이 게시면 수행에 참고하실 수 있게 하고 싶은 욕심에서입니다. 귀중한 글을 담아오며 아무런 양해의 말씀도 드리지 못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곳을 통하여 사죄의 말씀을 드리오며 이곳에 이 글을 올려둘 수 있도록 선처하여 주시기를 간청 올립니다. 만약 저작권 관계로 불허하신다면 글을 남겨주십시오.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재삼 너그러우신 마음으로 용서하여 주시기를 간청 올림니다. 현풍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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