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횡설수설

윤집궐중(允執厥中)

검은바람현풍 2013. 9. 25. 10:26

 

 윤집궐중(允執厥中)

 

 

 < 논어 > 마지막 부분 ‘요임금’ 편을 보면 윤집기중(允執其中)이란 말이 나온다. 고대 중국의 성군 요임금이 순임금한테 왕위를 물려주면서 “하늘이 내린 차례가 당신에게 있으니 진실로(允) 그 중심(其中)을 잡으라(執)”고 말한 대목이다.

 

 < 서경 우서 대우모편(書經 虞書 大禹謨篇) >에는 윤집궐중(允執厥中)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순(舜) 임금이 우(禹)에게 제위를 넘기면서 전해 준 말이라 한다.

 ‘인심유위 도심유미 유정유일 윤집궐중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 사람들의 마음은 위태롭기만 하고, 도(道)의 마음은 미약하기만 하니,

정성을 다하여 하나로 하여야 진실로 그 중심을 잡을 수 있다네 -’이다.

 

 

 그럼 중(中)이란 무엇일까?

<중용> 제1장 에서는 “희로애락이 드러나지 않은 것이 중(中)이요, 이미 드러났지만 절도에 맞는 것이 화(和)다. 中은 천하의 근본이요, 和는 천하에 통달한 도(道)이다. 中和를 이루면 천지가 자리를 잡고 만물이 자라난다.”라고 되어 있다.

 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 發而皆中節 謂之和. 희노애락지미발 위지중, 발이개중절 위지화.

中也者 天下之大本也, 和也者 天下之達道也. 중야자 천하지대본야, 화야자 천하지달도야.

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焉. 치중화 천지위언 만물육언.

 

더 상세한 분석은 주자가 쓴 <중용> 해설서 <중용장구>에 있다.

“마음에 사(私)가 생기면 인심과 도심이 뒤섞이면서 천리의 공(公)이 인욕의 사(私)를 이기지 못하게 된다. 마음을 맑고 한결같이 하면 도심이 인심을 이끌게 되고 행동거지가 과불급의 어긋남이 없게 된다(중용의 도가 실현된다)”는 것이다.

 

 중당시기 대문호 한유(韓愈 768-824)는 <원도(原道)>라는 글에서 최초로 도통의 전승을 개념화 하였는데, 그는 성문(聖門)의 도가 요―순―우―탕―문·무―주공―공자―맹자로 이어졌다는 주장을 하였고, 그 후 송대(宋代)의 이정(二程:정호,정이)을 거쳐 주희에 이르러 정립되었다.

 

 이러한 전승과정에서 꼭 필요했던 말이 바로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이라는 말이니 이는 분명 심법(心法)을 전하는 말인데, 요즈음 세간에서는 말을 전해준 사람의 마음을 살피려는 태도는 보이지 않고, 가벼이 글자풀이에 그치며 유식한 척 떠들어 대는 경우를 본다.

 

 성리학에서는 마음의 현상을 인심(人心)과 도심(道心)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인간의 본성은 천리(性卽理)이며, 마음이 천리(天理)에 따라 발동하는 것이 도심이고, 인욕에 따라 발동하는 것이 인심이라는 것이다.

 주희(朱憙)는 "순수하게 도덕적인 것이 도심이고, 그 자체로는 부도덕하지 않으나 부도덕하게 흐를 위험성이 큰 것이 인심"이라 했다.

 왕수인(王守仁)은 "사욕이 제거된 순수한 본심인 인간의 마음은 곧 천리와 같으며, 인간이 지닌 마음을 충분히 발휘할 때에만 비로소 우주의 모든 원리가 해명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어떤 성현들이 다녀가셨고 무슨 말씀을 남기셨으며 사람으로 써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인지 등에 관하여는 전혀 관심조차 없어, 인내와 겸손과 양보하는 마음은 찾아보기 힘들고, 다만 본능적이고 직선적이며 오직 나만을 생각하는 짐승과 별로 다를 바 없는, 그래서 소중한 인생을 헛되이 낭비하고 있는 현 세태가 실로 안타까워 몇 자 정리하여 보았다.

 

 

                                                             - 2013년 9월 25일 太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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