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살며 생각하며

측은지심(惻隱之心)

검은바람현풍 2016. 3. 10. 09:13

 

 측은지심(惻隱之心)

수 일 전, 안 사람이 “여자에게 칡이 좋다하니 산에 가며는 칡뿌리나 좀 캐 오지” 하는 말을 들으면서, TV에 방영되었던 갱년기 이후의 여성에게 젊음을 되찾아 준다는 칡뿌리의 효능에 관한 방송을 떠 올리며, 못 난 나를 믿고 40여년을 말없이 따라 준 안사람을 생각하여 보니 측은한 마음이 가슴 한 구석에서 소록소록 피어올랐다.

“그렇구나. 젊어서는 난 캐러 간다고 사시사철 시도 때도 없이 산으로 달아나 버리더니, 이제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혼자 카메라 들고 산으로만 돌아다니는 삼식이가 얼마나 미웠을까! ”

고왔던 살결은 어느새 주름투성이가 되어버린 안사람을 돌이켜 보니 측은 한 마음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야 이제 철이 드는가?

“올 봄에는 안 사람 소원 한 번 들어 주자”

이렇게 작심을 하고, 전에 산을 다니면서 보아 두었던 굵직 한 칡 덩굴을 보았던 산을 찾아 들어갔었다.

산신령님이 가련 한 마을을 헤아려 주기라도 하셨는지 다행히 경사가 있어 캐기 좋은 곳에서 제법 굵직한 칡덩굴을 만나고 조금은 힘도 들었지만, 기대 이상의 칡뿌리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는 근육도 말라 들어가고 있음을 느끼던 나로서는 얻은 칡뿌리를 차가 있는 곳 까지 가져 오기 위하여는 비록 3 행보를 하여야 하던 하산 길이 힘들기는 하였지만, 아마도 입가에는 미소를 가득 담고 있었던 것 같다.

집에 돌아와 부랴부랴 무게를 달아보니 한 부더기에서 나온 것이 무려 40 Kg, 어제는 버섯 찾아보는 즐거움은 없었지만, 몸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지만, 하룻밤을 보내고 난 지금도 나의 마음 한 구석에서는 피어오르는 행복감을 금할 수 없는 것 같다.

산에서부터 누님들의 생각도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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