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학/단학

勿勿子 語錄 7. 나 에게서 구하라

검은바람현풍 2025. 1. 11. 09:56

勿勿子 語錄 

4.  나 에게서 구하라

 

옛 부터 지금까지 정신精神을 수련하느니, 무슨 비전법秘傳法을 배우느니 하는 인사들이 항상 그 비법이 전수傳授해 주는 사도師道에게 있으려니 생각한다. 물론 무에서 유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라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승이라는 것은 어디서 어디까지 가면 이런 곳에서 시작해서 이러저러한 곳을 경과하고 이런 산을 넘으며 저런 물을 건너야만 목적지目的地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예시해주는 것에 책임이 있을 뿐이다. 즉 노정기路程記를 상세히 지도해 주는 것이 사도師道, 잘 가고 못 가는 것은 사의 책임이 아니며, 항상 내가 잘 가야 하는 것이니, 비록 스승의 도움은 바랄지언정, 목적지目的地까지 잘 가고 못 가는 것은 자신에게 구해야 한다.

 

경천동지驚天動地의 비법도 모두 나 자신의 성심誠心여하가 성불성成不成을 좌우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도師道에 있어서 그 가르침이 옳지 않다면 이는 그 스승 된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공부의 성불성成不成은 자기自己의 성력誠力여하에 있으며, 나 자신自身 밖에 있지 않다. 이것이 만고불역萬古不易의 비법秘法이요, 증거證據이다.

일반학문一般學問은 사우師友의 도움만 가지고도 아주 하우下愚만 아니면 상식선常識線까지는 도달할 수 있으되, 정신수련에는 비록 대선생불大仙生佛이 지도하더라도 본인本人인 내가 성의가 없으면 나 이외以外에서는 아무것도 구할 수 없는 것이다.

내 안에서 나를 구하라. 내 안에서 나를 구하면 선()도 될 수 있고, ()도 될 수 있는 법이다.

 

동학교조東學敎祖인 최수운崔水雲선생의 말씀에 인내천人乃天이라는 내용이 있어서 인이 곧 천이라, 사람의 마음이 천심天心이요, 사람의 움직임이 천의天意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곧 천지인天地人이 일체一體이니, 을 알고자 할진대, 가장 가까운 곳, 자아自我에서부터 연구해 나가면 천도 알 수 있고 지도 알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원리原理이며, 사람의 사람됨과 천지天地의 천지天地됨이 동일한 원리에서 만물萬物의 생양수장生養收藏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형이상形以上이 천이요, 형이하形以下가 지, 형이상形以上과 형이하形以下를 구비한 것이 사람이다. 여기서 '구비具備했다'함은 천지天地의 중간자적 존재인 사람으로서 자신의 지혜知慧를 확장확대하면 천, 도 얼마든지 알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상천하지上天下地, 즉 위로는 하늘에 통하고 밑으로는 땅에 익어지려면, 내 안에서 진정한 나를 구해야 하며, 내 밖에서 나를 구한다면, 그것은 나 아닌 다른 것을 구한 것이다.

 

현대 고도물질사회現代高度物質社會에서 과학만능科學萬能을 자랑하지만, 유안자有眼者가 본다면, 벼룩이 장판 위에서 뛰어오르며 자기의 용맹스러움을 자랑하나 사람이 주위에서 이를 지켜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우리의 정신수련도 역시 그 한계가 없다. 누구나 자기의 간 것만큼 갔고, 그 이상은 억천 겁을 갈수록 더 닦아야 하는 것이다.

고인古人들이 석화광음石火光陰이니, 창해속신滄海粟身이니 하는 말은, 우주에서 보면 우리 인생人生이라는 것이 시간적으로는 돌을 맞부딪칠 때 반짝 일어나는 불꽃처럼 짧고, 공간으로 보면 가이없는 바닷물 위에 떠 있는 좁쌀알만큼 미미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무얼 하겠는가, 그렇다고 비바람 부는 대로 세월을 허송할 수 없으니, 전광석화중電光石火中에서라도 만년불변의 태세를 지니고 나를 내 안에서 구하면, 이것이 바로 물물연연勿勿然然 구구불휴久久不休하는 학인學人의 소식消息이요, 노정기路程記가 될 것이다.

 

천 가지, 만 가지 말과 글이 모두 다 먼저 행함보다 못한 것이다. 나에게서 나를 구하라. 나 밖에 내가 없다. 나를 내 안에서 구해 얻음이 있어야 비로소 나 아닌 다른 남도 미루어 알 수 있다. 내가 나를 알지 못하고 나 아닌 남을 안다는 것은 내가 나에게 죄인罪人이 되고 나 아닌 남에게도 죄인이 되는 것이다.

 

세인世人들은 나는 모르되 나 아닌 남을 잘 말한다. 이것이 바로 사람이 천이 아닌 까닭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그대로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가 내 마음의 일부만도 거느리지 못하면서 감히 타인他人을 거느리려고 생각한다는 것, 그것을 죄라 하지 않고 무엇을 죄라 하리요. 사람으로 태어나서 덕이나 공을 세우지 못할 지라도, 죄인罪人은 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나에게서 구하라.

 

단기 4320(서기1987) 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