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살며 생각하며

이래서 좋아 한다우

검은바람현풍 2025. 1. 8. 11:06

 

이래서 좋아 한다우

 

 

애증의 강을 건너 저 피안의 언덕,

술의 원료를 가꾸는 밀밭 길을

구름이 가는지 달이 가는지 걷고 있는 인생 나그네이어라

 

따뜻한 남쪽나라로 가는 그 길은 멀고도 고독하여

오직 하나밖에 없는 길이지만

 

농사 잘 지어 술을 비저 그 술이 익어가는 동리에는

술에 취한 듯 화사하고 불그스레 노을빛 같구나

 

구름이 가는 듯 달이 가는 듯 이상향을 찾아

초연히 인생길을 가는 나그네 이어라

 

 

 

나 그 네

                                                           박 목 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도가道家의 글 입약경(入藥鏡) 첫 구절에

선천기후천기 득지자상사취(先天氣後天氣 得之者常似醉:선천의 기운과 후천의 기운을 얻은 자는 늘 취한 것 같다)’라고 되어있는데 이 말은 仙道공부가 웬만큼 이루어 진 경지를 표현한 말 이지요.

 

그런데 목월 선생은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이라 했으니 이는 선도공부를 해 가는 길로 해석할 수 있고요,

 

또 선가에서 중요시 하는 경전 심경(心經)의 끝 구절에는 만자산광 조화흥공(萬紫山光 造化興功 : 온산의 붉은 빛은 조화하여 공력을 일으키리라)’ 이라고 되어 있으니 이 말은 (자미원에 계시는 옥황상제 하느님의 가르치심대로 공부하여 어느 단계에 이르게 되면) ‘원광 같은 것이 환-하게 비춰서 변화하여 공력을 일으킨다는 말이니 목월선생의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노을이란 공부가 어느 정도 이루어 졌을 때의 경계를 아주 잘 나타낸 말 이라고 생각 되지요.

 

이렇게 입약경이나 심경을 알고 감상하는 나그네는 매우 아름답고 뜻 깊은 글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가 봅니다.

 

 

                                                             2010. 6. 24. 꿈을 그리는 친구 玄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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