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지식 창고

[스크랩]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혀라

검은바람현풍 2012. 3. 9. 18:52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혀라
서울경제 | 기사입력 2007-11-08 09:36 기사원문보기
우주 팽창시키고 있는 힘의 근원은 암흑에너지, 정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아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지난 1929년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유명한 천문학자 허블이 멀리 있는 별들을 관측한 결과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일대 충격이었다.

이는 우주가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고, 완벽한 상태로 영원불변할 것이라고 여겼던 믿음과는 달리 팽창하면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70년이 지나 또 한 번의 충격이 있었다.

지난 1998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애덤 리스 박사팀이 멀리 있지만 밝게 빛나는 초신성을 관측한 결과,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것을 알아낸 것.

이는 가까운 별(가까운 과거에 빛나기 시작해 우리 눈에 들어온 빛)과 먼 별(우리 눈에 닿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린, 즉 더 먼 과거의 빛)이 멀어지는 속도를 정밀하게 비교한 후 나온 것이다.

우주가 태초에 어떤 힘에 의해 대폭발하면서 생겨났느냐는 질문은 차치하더라도 우주에 물질이 존재하는 한 물질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으로 인해 우주는 결국 수축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팽창 속도가 느려지기는커녕 우주는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도대체 우주를 팽창시키는 이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암흑에너지’라고 명명된 이 같은 미지의 힘은 현재 우주론자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주의 73%는 암흑에너지]

최근의 연구 결과 우리는 실제 우주의 고작 4%만을 관측하고 탐구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물론 우리 우주에서 눈에 보이는 물질 전체의 질량이 총 우주의 질량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알려졌었다.

학자들의 이에 대해 빛을 내지 않아서 관측되지는 않지만 질량을 갖는 물질, 즉 암흑물질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천문학자들은 그 후보로 블랙홀이나 중성미자 같은 것을 거론했다.

하지만 문제는 암흑물질이 아니었다.

지난 2001년 NASA가 윌킨슨 극초단파 탐사선(WMAP)을 고도 160만㎞ 상공에 발사, 수년간 우주 전역에 대한 관측 결과를 종합했다.

그 결과 우주의 물질은 4%, 암흑물질이 23%, 그리고 정체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암흑에너지가 73%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2006년 내렸다.

이 암흑에너지가 우주를 팽창하게 한 반중력(즉 끌어당기는 중력이 아니라 밀쳐내는 중력)의 원천이다. 하지만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

이제 우주의 4분의 3을 연구해야 할 차례가 온 것이다.

암흑에너지라는 이름, 그리고 이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 일어난 것이지만 과거에도 이에 해당하는 연구는 있었다.

암흑에너지라는 이름이 붙기 훨씬 전, 아인슈타인은 중력에 대한 이론인 상대성원리를 연구하던 중 중력에 반하는 어떤 힘이 필요할 것이라고 유추했고, 이를 ‘우주상수’로 도입했다.

아인슈타인이 후에 허블이 발견해낸 우주 팽창 사실을 듣고 우주상수를 넣은 것을 일생일대의 실수라고 후회했다는 일은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연구가 계속될수록 우주가 팽창하려면 별개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는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우주상수의 아이디어를 계승해 우주의 모든 공간에 시공간과 상관없이 일정한 어떤 진공에너지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문제는 양자역학으로 계산해 낸 진공에너지와 실제 관측결과가 10의 120제곱 배나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우주상수는 개념 자체는 훌륭하지만 현재의 관측 결과와는 들어맞지 않고 있다.

암흑에너지를 설명하려는 또 다른 가설로 제5원소 이론이라는 것도 있다.

우주에 알려지지 않은 모종의 장이 있어서 그 에너지의 수준이 점차 작아지면서 반중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양자역학적 계산과 실제 관측치의 차이는 우주 탄생 초기에는 10의 120제곱 배였다가 작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왜 그렇게 에너지 수준이 낮아지고 있는지, 그것도 현재에 보는 것처럼 급격히 작아졌는지 등에 대해서는 명쾌한 설명이 없어서 꿰맞추기 이론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정보가 사라지면 우주는 팽창]

반면 고등과학원 이재원 박사, 연세대 김형찬 연구교수, 대진대 이정재 교수의 공동연구팀은 암흑에너지의 본질이 ‘우주에서 정보가 사라질 때 생기는 척력에너지’라는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이들이 ‘우주론과 천체입자물리저널(JCAP)’ 8월호에 논문을 발표하고, 이후 초고 공개를 통해 일반화시킨 이 연구는 모종의 장이나 에너지 상수를 도입할 필요 없이 양자역학적으로 유추되는 결과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우주에서 정보가 사라진다는 것은 무엇이고, 그 때 에너지가 생긴다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일까.

일단 정보를 삭제할 때는 늘 열이 발생한다. 즉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정보에서는 란다우어 법칙이라고 부르고, 일반적으로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예를 들어보자. 컴퓨터에서 문서를 지우거나 냉장고가 차가워지는 과정은 무질서에서 질서의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다(문서를 지운다는 것은 0과 1중 뭔지 모르는 디지털 정보를 모두 0으로 만드는 것이므로 무질서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질서가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냉장고 내부가 차가워지고 문서는 지워진다 하더라도 냉장고 뒷면이나 컴퓨터에서는 뜨거운 열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컴퓨터나 냉장고를 포함한 우주 전체는 언제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총 엔트로피(무질서의 양)는 늘 증가한다는 것은 불변의 법칙이다.

우주도 팽창할 때 정보가 삭제된다.

우주가 팽창하면 우주의 지평선(관측 가능한 한계)도 확대되는데, 지평선 밖에 있던 입자가 지평선 안쪽으로 포함되면 몰랐던 입자의 상태 정보를 알게 된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입자 정보를 안다는 것은 정보가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에서 디지털 정보를 포맷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보가 삭제되는 것이다.

이재원 박사는 “결국 우주에서 정보가 삭제되려면 에너지가 필요한 데 그 에너지가 어디서 왔을까 하는 것이 우리의 문제였다”며 “결국 압력이 에너지로 변환됐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즉 우주가 에너지를 소모할수록 우주의 압력은 음(-)의 방향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풍선 속에 공기가 들어갈수록 풍선이 팽팽해지는 것에서 보듯이 일반적으로 압력이란 밀어내는 힘이지만 음의 압력이란 커질수록 쪼그라드는 것이다.

만약 음의 압력의 공기를 풍선 속에 넣는다면 이 풍선은 공기를 넣을수록 수축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반중력, 즉 우주가 팽창하는 원천이 된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중력이란 바로 에너지 밀도와 압력에 의해 크기가 결정되는데, 만약 압력이 음의 방향으로 아주 커진다면 중력이 끌어당기는 방향이 아니라 밀쳐내는 척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주 비밀 밝히는 우주배경복사]

이 같은 이론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내년 7월 유럽우주국(ESA)이 발사할 플랑크 위성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한다면 이 박사팀의 이론도 맞는지 틀리는지 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다.

암흑에너지에 대한 정체 규명은 우주배경복사 탐사선(COBE), 윌킨슨 극초단파 탐사선(WMAP), 플랑크 위성 등으로 이어지는 우주배경복사 연구로 드러날 수 있다.

다시 말해 하늘 전역에 퍼져 있는 우주배경복사의 온도를 정밀하게 관측함으로써 우주가 탄생한 뒤 얼마 안 된 갓난아이 때의 상태를 밝혀내는 것이 세 탐사선의 임무다.

우주는 탄생 초기 엄청나게 뜨거운 열과 빛을 내면서 급속히 팽창했고, 팽창과 함께 식으면서 원자가 만들어지고 물질과 별이 탄생했다.

태초에 지옥과도 같이 뜨거운 온도였던 우주의 빛은 137억년이 지나면서 차갑게 식어서 절대온도 2.725도(약 영하 271℃) 정도로 떨어졌다.

이는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이 아닌 마이크로파의 형태며, TV를 켰을 때 화면을 지직거리게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우주 전역에 퍼져있는 이 마이크로파가 바로 우주배경복사다.

이를 정밀하게 관측해서 초기 우주의 온도를 재구성하면 우리 우주가 어떤 패턴으로 진화해 왔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2001년 이후 계속 데이터를 보내오고 있는 WMAP는 태어난 지 38만년 된 우주의 상태를 되짚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사람 나이와 비교하면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된 갓난아기 상태다.

이 당시 우주의 온도는 전역에서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놀랍도록 균질하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관측을 토대로 우리 우주가 생성된 지 1조분의 1초 만에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보다 더 커질 만큼 급속한 팽창을 겪었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플랑크 위성은 COBE보다 50배나 정밀한 분해 능력으로 우주배경복사를 정밀 측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주의 초기 상황을 보다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박사는 “연구자들은 10년 내에 암흑에너지의 압력과 밀도의 비를 실제 수치의 1% 오차 이내로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의 정보 삭제 이론도 옳고 그른 것을 쉽게 판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 한국일보 기자 hee@hk.co.kr
출처 : 태극선법 (玄同仙院)
글쓴이 : 玄同 원글보기
메모 :